탈일본 선언한 정부…'친기업' 턴어라운드하나
정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패스트트랙 활용…'환경·노동 규제' 완화대응 물질 선제조 허용하고 서류 최소화日 대응 R&D 인력은 특별연장근로 허용"정책 방향상 큰 변화, 대폭 완화는 아냐""최소 수준…추진 체계 꼼꼼히 마련해야"
【세종=뉴시스】김진욱 기자 = 정부가 '환경 규제 완화'와 '연장근로 허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외, 특히 일본에 의존했던 산업 구조를 탈피하겠다며 내놓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서다. 규제 일변도였던 정부가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 삼아 '친기업' 성향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소재·부품·장비 대책의 핵심은 기업 간 협력 모델 구축이다.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수요기업과 수요기업, 공급기업과 공급기업을 연결해 연구·개발(R&D), 투자, 재고 확보를 공동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 개별 기업이 아닌 생태계를 육성해 소재·부품·장비 분야 강소·스타트업 기업을 적극적으로 키워내겠다는 목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설명 브리핑에서 "(소재·부품·장비 대책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기업 간 협력 모델이다. 소재·부품·장비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기업 간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인책을 제시했다. 패스트트랙(Fast-Track) 제도를 활용해 반도체 등 분야 R&D, 생산시설 확충 등 과정에서 환경과 입지 관련 절차를 대폭 단축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일본 수출 규제 조치로 수급이 위험한 대응 물질에 한해 화학물질 취급 시설 인·허가 및 기존 사업장의 영업 허가 변경 신청 소요 일수를 기존 75일에서 30일까지 줄인다. 이를 위해 이달부터 '유해 화학물질 취급 시설의 검사 방법 등에 관한 사항 등 규정'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 반도체 등은 설비 특성을 고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상 별도의 시설 관리 기준을 적용해준다. '최대 상용압력 1.2배 가압'으로 정해져 있는 내압시험 기준에 '소구경 배관 관련 별도 기준'을 추가하는 등의 방식이다. 장외영향평가분석보고서와 위해관리계획서를 통합, 서류 제출 부담도 완화해주기로 했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통해서는 새롭게 개발한 수출 규제 대응 물질의 경우 물질정보·시험계획서를 제출할 때 한시적으로 선제조를 허용한다. R&D용 대응 물질은 최소 정보만 제출하게 하고 확인되면 등록을 면제해준다. 연 1t 미만 대응 물질은 2년간 시험자료 제출을 생략할 수 있다. 노동과 관련해서도 태도를 바꿨다. 추가 연장근로가 불가피할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다.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므로 시급한 국산화를 위해 연장근로를 가능케 하겠다는 전향적인 결정이다. R&D 인력은 재량간주시간근로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재량근로제 이용과 관련해 기업이 요청할 경우 1대 1 컨설팅도 제공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재량근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 일본 수출 규제로 제3국 소재를 실험하거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시도하며 R&D하는 기업은 52시간 근로제에서 제외해줬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공정안전보고서 심사 기간은 기존 54일에서 30일까지 단축한다. 소재·부품·장비 관련 규제에 강력한 특례를 부여하는 근거 규정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민간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 경영 여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돌아선 점에 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제 첫 걸음을 뗐을 뿐 일본 수출 규제 장기화에 대응하려면 좀 더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승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경영전략팀 책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친기업 성향이 아니었음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규제 완화도 정책 방향상 큰 변화에 해당한다"면서도 "이번 대책이 규제를 대폭 완화한 수준은 아니다. 일본 대응은 친기업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상황을 지켜보며 기업이 추가로 원하는 게 있다면 제도적으로 꾸준히 지원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이 가장 먼저 수출을 통제했던 감광재 등 3개 품목을 비롯해 일본산 소재·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 중 하나가 환경 규제였다"라면서 "이번 소재·부품·장비 대책에 포함된 규제 완화는 최소한의 수준이자 계획이다. 실효성 높은 실행 방안부터 R&D 이후 생산 시 발생할 수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반발까지 꼼꼼한 추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