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사람]지헌영 빔모빌리티 지사장 "도시의 풍경 바꿀 것"
지난 4일 서울 역삼동의 한 공유사무실에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 '빔모빌리티코리아'의 지헌영(40) 지사장을 만났다. 지난달 한국 진출을 선언한 빔은 국내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한 글로벌 전동킥보드 공유 기업이다. 빔은 '퍼스트-라스트 마일'(이동의 시작과 끝) 서비스를 통해 도시의 접근성을 높이고, 단거리 이동에 대한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한다. 현재 호주·말레이시아·뉴질랜드·싱가포르와 한국에서 전동 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빔의 한국 사업을 맡고 있는 지헌영 지사장은 정부 부처, 다양한 외부 업체들과의 협업을 총괄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 UCLA에서 정치외교학 학사,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부동산 개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가족들이 모두 197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LA 오렌지카운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최근에 미국으로 이민 온 지씨는 영어로 'JI'를 쓰는데, 저희는 'CHI'를 쓰고 있어요. 이민간 지 오래됐다는 뜻이죠. 저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학교도 거기서 다녔습니다. 보드, 서핑, 스케이트보드가 다 LA에서 시작됐고, 저도 그런 문화에 익숙했습니다. 대학원에서는 도시개발, 교통, 도시 정책 등에 대해 공부했어요." 그는 학업을 마친 후 미국과 한국에서 상가·쇼핑센터, 골프장, 아파트 등 부동산 투자·관리업무를 했다. 그러다 문득 한국에 '버드'나 '라임'같은 퍼스널모빌리티 공유사업을 들여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서 '이동'을 하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는 '빔 모빌리티'가 한국지사장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밑바닥부터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있는 팀에 조인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미국회사나 유럽회사도 있지만 아시아를 이해하고, 경험이 있는 팀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빔 모빌리티'는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등 국내에서 시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빔이 보유한 공유 전동킥보드는 1000대 정도로, 향후 고객 피드백을 반영하며 운영지역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빔은 전동킥보드 공유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4시간 운영 ▲경쟁력 있는 요금제(잠금해제 600원·분당 180원)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단거리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기본요금을 낮추고, 지정 주차구역에 전동킥보드를 반납하면 600원을 환불해준다. 24시간 운영은 한국에서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이라는 것이 지 지사장의 설명이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8시간으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서비스를 끝낼 시간에도 사람들이 계속 타고 있더라고요. 운영을 오전 7시에 시작했는데, 7시부터 바로 타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들,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이었어요. '한국 사람들은 정말 일찍 일어나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밤에도 늦게까지 타는구나' 생각했죠. 운영시간을 늘려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었고 2시간씩 늘리다 결국 24시간 운영을 결정했습니다. 대신 우리 기술을 적용해 심야시간에는 시속 25km로 정해진 속도제한을 시속 15km로 낮췄습니다.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죠."
최근 지 지부장은 국내 스마트모빌리티 사업 규제를 해소하고, 사업 파트너를 찾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여행업체와의 협업도 검토 중이다. "'전동킥보드 사고가 1년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는 등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는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국내 전동킥보드 공유업체가 6000~7000대의 킥보드를 보유하고 있고, 제 예상으로는 연간 100만 라이드가 될텐데 지난해 사고수는 225건으로 매우 적었습니다. 킥보드의 경우 제한속도가 시속 25km이지만 전동자전거는 40km으로 더 빨라요. 스마트모빌리티를 사용할 때 도로에서 달려야 한다는 법은 거의 오토바이 수준의 탈 것에 적용돼야 합니다. 도로에 택시와 최대속도 25km의 킥보드가 함께 다니면 그게 훨씬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전동킥보드는 면허 필요없이 자전거도로에서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자치단체, 정부기관 등 정부와 협조하며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고 도시의 풍경을 바꿔가고 싶습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