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포트 믿을수있나③] 구속된 애널리스트
하나금투 애널리스트, 차명계좌 이용해 선행매매2013년, 2015년, 2016년, 2019년 반복되는 위법행위..자조단 조사 강화 요구도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생한 선행매매 의혹 파문은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리포트 신뢰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더욱 키웠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컴플라이언스(규제준수·내부통제)를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물론 금융위원회의 자본시장조사단 활동을 강화해 애널리스트들의 일탈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은 지난달 19일 차명계좌를 이용한 선행매매 혐의로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를 압수수색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사경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애널리스트 10여명의 스마트폰을 참고 자료로 함께 제출받고 이들의 주식 거래를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문제가 된 1명의 애널리스트 혐의가 적시됐지만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까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만큼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자본시장에서 애널리스트들의 도덕적 해이 논란은 끊이지 않았는데 2013년 CJ ENM의 3분기 실적 사전 유출 사건, 2015년 KB투자증권 소속 애널리스트 구속 사건, 2016년 한미약품 공매도 사태 등이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2013년 10월16일 CJ ENM의 주가는 9% 이상 급락했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금융당국 조사 결과 기업 관계자,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날인 10월15일 기업 관계자가 애널리스트에게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수 있다는 비공개 정보를 알려줬고 이 정보를 애널리스트가 펀드매니저에게 전달해 손실을 회피한 사건이다. 2015년에는 KB투자증권 소속 애널리스트가 특정 종목을 띄워주거나 지분 거래를 알선해줬다는 혐의를 받고 구속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2016년에는 해외업체와 대규모 계약해지를 발표하기 전 기술 수출 계약이 파기됐다는 소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며 대량의 공매도가 발생한 한미약품 공매도 사건이 터졌다. 한미약품 법무팀에서 계약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정보를 유출하고 일부 전업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미공개 정보가 공유되자 공시 전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물량까지 쏟아지며 증시를 발칵 뒤집어놨다. 거론된 사례들의 공통점은 애널리스트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사건마다 차이는 있지만 호재가 있는 종목을 미리 사둬 차익을 실현하거나 이익을 추구했고 그 피해는 리포트를 믿은 투자자에게로 돌아갔다. 애널리스트들의 모럴헤저드는 이들이 작성한증권사 리포트 신뢰 뿐 만 아니라 증권사에 대한 신뢰감도 떨어뜨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들의 일탈 행위를 방조할 경우 자본시장 체제를 뿌리째 뒤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증권사 리포트가 투자자를 위한 정보제공이라는 본연의 목적 외에 자사 영업을 지원하는 '도구'로 공공연하게 사용된다는 점도 문제다. 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에 대한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증권사 이익을 염두해 둔 뻥튀기 매수 리포트 발행 등이 개선돼야 할 고질적 병폐들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4일 액면분할을 전후로 증권사 리포트들은 대대적으로 매수를 추천했다. 5월4일 5만3000원에서 시작된 이 회사 주식은 같은 달 15일 4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증권사 리포트는 대부분 매수 의견을 내놨다. 증권사 리포트 제목은 '저점매수 기회', '바닥 다지고 이제 다시 상승 국면 기대', '괜찮다' 등으로 나왔다. 삼성전자 주식이 3만원 대로 떨어졌을 때도 '과도한 우려가 반영된 주가', '반도체 투자유망종목', '가파른 성장 후 잠시 쉬어가는 중' 등 희망적인 목소리만 리포트에 담겼다. 올해 하반기까지는 삼성전자 주식이 등락을 거듭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4만원 후반이면 매도하고 4만원 초반이면 매수하는 전략을 추전하는 리포트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속에 최근 증권가에서 리서치센터 조직의 컴플라이언스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컴플라이언스를 위반하더라도 적발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선행매매를 막기 위한 방안 연구, 자사의 이익을 위한 리포트 발행 등에 대한 엄격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본인의 이익을 추구하며 차명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 증권사가 이를 막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조사 활성화 방안 등을 추진해야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리포트에 대한 신뢰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