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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인형으로 시대를 조명하다···보더라인·잊혀진땅

등록 2019-10-18 19:56:53   최종수정 2019-10-28 08: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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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라미레즈 컴퍼니 '보더라인 : 경계에서' (사진 =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하늘을 나는 퍼포먼스는 뭔가를 초월한다는 느낌을 줘요. 시적인 이미지를 부여해서 관객이 꿈을 꿀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무용 '보더라인 : 경계에서' 안무가 세바스티앙 라미레즈)

"인형을 통해 보이지 않는 방사능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에 사람이 살았던 곳에 이제는 유령이 산다는 느낌도 줄 수 있고요. 무엇보다 우리가 사는 세계와 평행으로 보여주려는 마음이 컸어요."('잊혀진 땅' 연출 장 미셸 드우프)

'시대를 조명하다'라는 주제로 대학로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19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스파프)에 부합하는 두 작품이 있다.

프랑스의 왕 라미레즈 컴퍼니 '보더라인: 경계에서'(18~1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와 벨기에 극단 포인트제로의 '잊혀진 땅'(18~20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이다. 두 작품은 우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사회적 현안들을 몸을 통해, 인형을 통해 가장 시(詩)적으로 표현한다.

'보더라인 : 경계에서'는 힙합과 발레, 애크러배틱과 공중장비를 활용해 중력을 잊게 만드는 공중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런 다양한 장르의 어우러짐, 이들과 만나는 기술은 상호작용하며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를 환기시킨다.  

한국계 독일 안무가 왕헌지(왕현정)와 프랑스 안무가 세바스티앙 라미네즈가 2013년 만든 작품이다. 왕 레미네즈라는 무용단 이름은 커플이기도 한 두 사람의 성을 딴 것이다. 

왕 안무가는 18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자유를 원하는데, 전통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지를 돌아봤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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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헌지 안무가 (사진 =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자유에 대한 이야기에요. 자유를 원하지만 자유에는 제한이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박스 안에 갇혀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죠. 작품 속에 등장하는 프레임을 통해서 그런 문제를 다루고자 했어요."

왕 안무가의 부모는 한국인이다. 1970년대 후반 독일로 이민을 가서 왕 안무가를 낳았다. 독일에서 자란 왕 안무가는 한국어보다 독일어와 영어에 익숙하다. 그녀는 "부모님의 뿌리를 찾아서 온 것이라 기쁘고 자랑스럽다"면서 "최근 한국 공연예술계가 많이 발전을 했다고 들었어요. 저희 공연 형식이 받아들여지게 됐다는 것이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라미네즈는 "저희가 커플이라 함께 음식을 비롯해 한국 문화에 대해 알아가고 있어 재미있다"면서 "새로운 문화를 알아간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흥미로워했다.

2018 벨기에 언론사 최우수 공연상을 수상한 포인트제로의 '잊혀진 땅'은 픽션과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바탕으로 했다.

기억 속으로 사라진 진실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그린다. 인형들로 극을 꾸민다. 인형들은 전혀 아름답지 않은 인간의 얼굴로 객석에 앉은 인간의 속내를 바라본다.

장 미셸 드우프 연출가와 극단 포인트제로 단원들이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일어난 우크라이나를 방문, 현장을 살펴보고 당시 그곳에 거주했던 사람들의 증언에 예술적 상상력을 더했다. 작년 1월 벨기에 포쉐극장에서 초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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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극단 포인트제로 '잊혀진 땅' (사진 =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드우프 연출은 아내와 함께 체르노빌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이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체르노빌 지역의 아이를 유럽 곳곳으로 홈스테이를 보내는 프로그램을 통해 체르노빌 지역의 아이와 한 달 정도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체르노빌은 이미 미국 HBO 드라마 '체르노빌', 벨라루스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기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이미 상세히 다뤘다. 우리가 이 소재를 공연으로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드우프 연출은 "체르노빌을 다룬 공연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벨기에만 해도 젊은 사람들은 이 소재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했다.

이 공연 중 바닥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검은 물질이 내내 깔려 있다. 도우프 연출은 "더러움을 의미해요. 종말에서 타고 남은 재, 그런 것을 의미할 수 있죠. 체르노빌 한복판에 있는 도시의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포인트제로의 작품에는 항상 인형과 배우가 함께 등장한다. 배우의 모습을 굳이 가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드우프 연출은 "실제 배우와 인형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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