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비율 확대 시간 벌려는 文 정부…여론 반전 노리나?
교육부, 정시확대 부정적인 대학 및 교육청과 협의 예정다음주 자사고 폐지 등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 먼저 발표학종실태조사 한 주 순연…고교등급제 규명 여부가 관건
일선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한 달여 시간을 벌어놓고 정시 확대에 대한 여론 반전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시에 부정적인 일선 대학 및 시도 교육청과의 협의를 거친 뒤 발표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 이후 현장에서는 서울 주요대학의 정시 비율이 40% 내외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이 나왔다. 작년 2022학년도 대입제도 공론화 당시 국가교육회의가 "시민참여단 응답자 평균적으로 적절하다고 본 수능 비율은 약 39.6%였다"며 교육부에 정시 확대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정시 확대에 부정적인 교육청·대학의 의견수렴 절차를 밟는다면 정시 확대 비율이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소폭 상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89개교의 절반 이상이 "정시 비율을 30%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정시 확대를 강조한 이후에도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감들 역시 지난 23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명목으로 "정시전형 확대가 학교 교육과정 파행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을 연말까지 확정하겠다"고 말했다가 지난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11월 중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 부총리는 이날 오전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교육장관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사고와 특목고를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부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구체적인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을 30일 발표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만약 일부 대학이 학종 서류-면접-당락 결정 등 단계마다 실제로 자사고와 특목고 출신 학생들에게 일반고보다 후한 점수를 부여하는 등 사실상 고교등급제가 있다면 교육부는 해당 대학들의 정시 확대를 요구할 근거를 갖게 된다. 그러나 고교등급제가 규명되지 않을 경우 학종에 대한 국민 불신이 허상에 가깝다는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사립대 A교수는 "교육부가 이미 어느 정도 실태조사 결과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예정된 발표일을 2주 뒤로 미룬 데에는 의도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A교수는 "이미 카드를 쥔 교육부로서는 마지막 기회를 잡은 셈"이라며 "교육부 내에서 일관되게 학종 개선을 요구해온 만큼 다시 한번 국민 설득에 나서고 대학과 교육청에는 '협의'란 방식으로 사실상 압박을 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교육부의 작전이 주효할 지에 대해서는 쉽게 전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학종실태조사 결과 실제 고교등급제 여부가 규명될 수 있는지 불투명한데다, 그에 따른 여론도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신현욱 정책본부장은 "정시 확대에 부정적인 대학과 교육청만 의견수렴을 할 경우 결국 문 대통령과 여당이 기대하는 '40% 이상'에 못미치는 30%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내년까지 시간을 갖고 교사·학생·학부모까지 재공론화를 거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 본부장은 "정시확대보다 서둘러 확정한 자사고·외고 폐지 및 고교학점제 도입 역시 보다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