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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나를 혹사시켰다면…'이제 몸을 챙깁니다'

등록 2019-11-26 11:49:44   최종수정 2019-12-09 09: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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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신과의사이자 작가인 문요한 박사의 '이제 몸을 챙깁니다' (사진 = 해냄출판사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당신은 하루에 몸을 얼마나 느끼고 살아갑니까?"

지난 10년 간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 '누구보다'라는 수식어를 붙일 순 없겠지만 매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지내왔다. 새로운 출입처에서 취재원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 타 언론보다 신속 정확히 보도하기 위해, 같은 기사라도 더 쉽고 잘 읽히도록 쓰기 위해.

사적인 영역에서도 그랬다. 지인의 기쁜 또는 슬픈 소식이 찾아올 때면 그곳이 어디든 최대한 함께 했고 불러주는 자리가 있으면 감사히 여기며 찾아갔다. 휴대전화 속 달력에 저장된 일정은 점점 세분화되어갔다. X일 점심, 저녁으로 구분했던 것이 X일 오전 10시, 점심, 오후 4시, 저녁, 오후 9시 또는 10시 등 시간 단위로 쪼개졌다.

하지만 아직 완생을 이루지 못했음에도 그 열심히 살던 삶 속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됐다.

아침 기상이 점점 더 힘겨워졌고 언젠가 부터는 업무 시간에 졸기도 일쑤였다. 몸이 붓고 살도 쪄갔다. 점점 더 쉽게 피로를 느꼈고 결국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검진 결과도 받아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내고, 하기위해 가장 먼저 잠을 줄였다. 잦은 술자리와 기름진 음식 섭취는 불규칙한 식사로 이어졌고 몸은 점점 악화되어 갔다.

돌이켜보면 운이 좋았는데, 우연찮은 기회로 몇몇 감각들을 되살릴 기회를 맞았다. 일부러 신경 써서라도 하루 섭취해야할 물을 챙겨 마시다보니 물맛을 느끼는 미각도 점차 살아나고 입 안의 각종 감각을 느낄 수 있게 됐다.

감사한 기회에 만난 고마운 친구가 가르쳐준 운동법은 무감각에 가까워져 제 기능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던 근육 신경들을 조금씩 일깨워줬다. 원상복귀, 아니 원래보다 더 나은 몸을 만들기 위해선 남은 여정이 길지만 하나 둘씩 잊고 지냈던 몸의 감각을 살려내는 중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문요한 박사는 최근 출간한 '이제 몸을 챙깁니다'를 통해 바디풀니스(Bodyfulness)라는 개념을 말한다. 한국말로는 몸챙김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몸에 순간순간 따뜻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의미다.

기자가 범했던 잘못, 다시 말해 바쁜 일상을 핑계로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며 여러 감각들에 무뎌져왔던 사람들이 바로 문 박사가 말하는 몸챙김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문 박사도 역시 지난 20여년을 효율과 결과를 좇으며 몸을 돌보는데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마흔 중반 몸의 이상 신호를 느낀 뒤 안식년을 갖고 오감을 깨우면서 서서히 삶의 리듬을 회복했다고 말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이 번아웃에 빠질 때까지 몸을 혹사하고, 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와 성형에 빠지고, 몸에 전해지는 감각들을 억압하는 것은 일종의 몸에 대한 자해라고 볼 수 있다.

문 박사는 어떻게 하면 끊어진 몸의 감각을 되살리고 돌볼 수 있는지를 논한다.

지금을 잠시 멈추고 스스로의 호흡과 심장박동을 느껴보고, 감정이 올라올 때 어떤 신체감각이 함께 느껴지는지 주의를 기울여보라고 한다.

"몸이 깨어나야 삶도 깨어난다."

문 박사는 주의, 돌봄, 자각, 움직임, 존중 등 무뎌져가는 몸의 감각을 다시금 일깨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결국 몸을 돌보는 것이 마음을 돌보고, 삶을 돌보는 가장 근본적이고 빠른 길이라고 한다.

몸을 자각하면 굳어버린 뇌와 의식이 깨어나는 이유와 자세, 수면, 음식 먹기 등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결과를 통해 보여준다.폭식증, 자해 등 몸으로 드러나는 증상 이면의 심리적 요인들을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짚어준다. 316쪽, 1만6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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