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밀레니얼이 온다]③BTS·해리포터, 팝업스토어 아이콘으로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는 어른의 조언에 "제가 알아서 한다"는 지론을 펴는 펭수의 모습은 세대 갈등을 대변하기도 한다. 동시에 펭수는 남에게 피해를 안기지 않는 '합리적 개인주의 표본'이기도 하다. 자신의 일은 다하면서 칼퇴근을 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풍속도와 맞물린다. 이 세대의 주요 플랫폼인 유튜브를 타고 인기를 얻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 작가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의 저서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1991)에서 처음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가리킨다.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IT)에 능숙하고 대학 진학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데도 거리낌이 없다. 반면 사회 진출시기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합리적 소비를 중시한다. 집이든 차든 콘텐츠든 빌려서 사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소유보다 특별한 경험이 우선이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체험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지불한다. 자신을 브랜딩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뭘 했는지'를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이 일상화됐다. 이 세대가 문화적 파급력이 커지면서 이들의 문화소비 행태에도 관심이 크다.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생), 엑스 세대(1965~1976년)처럼 사회 변화에 큰 역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밀레니얼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현재 문화 소비 키워드는 '팝업스토어'와 '크라우드 펀딩'이다. 팝업스토어는 원래 유통업계에서 임시 상점을 가리킨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개념이 확장돼 새로운 문화를 접하거나 특정 취향을 거리낌 없이 공유할 수 있는 대안 공동체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내달 5일까지 강남역 인근에서 운영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BTS’다. 팝업스토어는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의 압축판이다. 방탄소년단 관련 MD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 세계관(BU) 속에 등장하는 정류장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공간, 'DNA' '아이돌'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뮤직비디오를 체험할 수 있는 곳까지 마련됐다. 방탄소년단 팝업스토어는 도시마다 새로운 커뮤니티, 생태계를 형성했다. 굿즈를 사고 파는 공간이라기보다, 아미들이 교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읽힌다. 백인과 흑인, 유럽인과 아시아인, 남성과 여성, 노인과 청년 등 언뜻 모순적이게 보이는 요소들이 덩굴처럼 자연스럽게 엉켰다. 국적, 인종과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친구가 되는 공간이다. 지난해 6월 방탄소년단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을 앞두고 런던 팝업스토어에서 만났던 영국인 타츠마는 "방탄소년단 노래와 춤의 힘은 어느 공간에서든 모든 사람들을 친구로 만들고 연결시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K팝의 부상으로 한국에서는 해외 팝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평이 있지만 그래도 인기 팝스타의 팝업스토어는 성황이다. 지난해 7월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이태원 음반 매장 '바이닐앤플라스틱' 내에 마련된 영국 팝스타 에드 시런의 팝업스토어 앞은 시런 관련 한정 상품을 구입하기 위한 긴 줄이 가게 오픈 전부터 늘어서기도 했다. 유니버설뮤직 산하 머천다이즈브랜드 브라바도가 작년 11월 분더샵 청담점에서 연 미국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의 팝업 스토어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 독일 음반 레이블 ECM의 만프레드 아이허 대표는 과거 내한 당시 "카세트테이프를 포장지에서 뜯어낼 때 소리와 테이프에서 나오는 잡음, 나는 그것이 음악이라는 범위 안에 다 포함된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단지 물건을 소유했다는 기쁨을 넘어 음악을 소중하게 다루고 듣는 마음을 강조한 것이다. 팝업스토어는 음악을 단지 소비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이 시대에 밀레니얼 세대가 자신이 아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대변한다. ◇팝업스토어:특별한 경험 중시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 3 상영에 맞춰 지난 6월 서울 홍대 앞에서 팝업존을 운영했다. 방탈출 게임 존, 아케이드 존, '기묘한 이야기' 이전 시즌을 시청할 수 있는 정주행 존 등 여러 체험공간으로 구성됐다. 오픈 1주 만에 방문객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미국에서도 '기묘한 이야기'가 코믹숍, 굿즈숍을 장악했다.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티셔츠나 코스프레 같은 관련 굿즈들이 인기다. 게임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에서도 드라마 등장인물인 낸시와 스티브, 킬러 데모고르곤를 볼 수 있다. 다음달 5일까지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지하 1층에서는 '유니버설 100년의 역사전'이 열린다. 유니버설이 지난 107년간 제작한 영화·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활용한 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죠스,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쥬라기공원 등 과거 캐릭터부터 슈렉, 쿵푸팬더, 미니언즈 등 밀레니얼 세대에게 익숙한 캐릭터까지 작품 5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는 아이디어플랩 유한회사와 손잡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눈사람 '올라프'를 주제로 한 체험 공간이다. 겨울왕국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사진 촬영과 함께 다양한 제품 판매가 이뤄졌다. 입소문을 타면서 서울 삼청동과 이태원에 각각 마련된 썸머하우스와 윈터하우스에는 개봉 전에 약 2만명이 다녀갔다. 하남, 부천, 위례, 고양 스타필드에서도 겨울왕국 팝업스토어와 체험공간이 마련됐다. 70여개 브랜드와 손잡고 팔찌, 팝그립, 홈웨어 등 1000여개 제품을 선보였다. CGV 씨네샵도 '겨울왕국2' 속 캐릭터들을 활용한 굿즈 35종을 출시했다. 레고, 바디케어 세트, 우산, 휴대폰 케이스, 파우치, 손목 시계, 퍼즐, 아동용 여행 캐리어 등 다채로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가족이나 연인 등 같이 영화를 보러온 사람들과 사진을 찍거나 굿즈를 구입함으로써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려는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라며 "극장의 포토 이벤트존이나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포토티켓을 만드는 것은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CJ ENM은 지난해 10월 25~27일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자사가 운영하는 케이블 채널 OCN의 오리지널 드라마 콘텐츠 체험 행사 '스릴러 하우스'를 열었다. 지난해 대비 약 7배 증가한 관객 7000여 명을 모았다. OCN 드라마 '보이스', '손 더 게스트(the guest)', '트랩', '왓처(WATCHER)', '미스터 기간제', '타인은 지옥이다'를 활용한 체험형 이머시브 콘텐츠가 펼쳐졌다. 드라마에서 실제로 사용됐던 소품, 촬영 세트를 그대로 옮겨놓아 드라마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현장 곳곳에 위치한 연기자들이 등장인물의 동작과 명대사를 재연하는 행사도 벌였다.
◇팝어스토어:나와 함께 성장한 캐릭터를 만나는 곳 도서 업계에서는 이미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소설 '해피포터' 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2월14일 서울 홍대 예스24 매장에 오픈한 팝업 스토어 '하우스 오브 미나리마'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문화소비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예이다. 하우스 오브 미나리마에서는 정식 오픈 하루 전날(12월13일) VIP 초청 독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오픈 행사가 진행됐다. 이곳을 찾은 VIP 독자들은 대부분 2030세대였다. 특히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일부는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교복을 차려입었고 또 누군가는 마법사 망토를 걸치고 지팡이도 들고 있었다. '하우스 오브 미나리마'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그래픽 디자인을 담당해온 미라포라 미나와 에두아르도 리마가 영국에서 직접 운영하는 소품샵이다. 이곳의 팝업스토어가 오는 12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스토어 내부는 각종 영화 속 소품과 관련 상품을 비롯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체험의 장으로 구성됐다. 팬들이 단순한 상품 구매 뿐 아니라 직접 보고 간접 경험해볼 수 있는 즐거움을 채운 것이다.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입학초대장이 튀어나오던 벽난로와 예언자 일보로 가득한 벽면, 마법사의 전령인 부엉이 등 각종 요소들을 재현해냈다. '아즈카반의 죄수'편에 나오던 현상수배 틀을 곳곳에 비치해두어 팬들이 직접 현상수배에 걸린 죄수가 되어볼 수 있었다. 마법사들이 앉는 책상에 깃털펜까지 재현해 팬들이 방명록을 작성하며 재미있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윽고 스토어 내부는 사진 찍기 위해 대기 중인 인파로 메워지기도 했다.스토어를 마련한 문학수첩 측은 "선 오픈과 오픈 당일 폐점까지도 사람이 많았고 내부 혼잡으로 입장 제한도 잠시 했었다"며 "줄이 길어서 예스24 직원들이 도와주기까지 했을 정도다. 다음에는 더 다양하게 준비해 해리포터 독자들과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20대 여성팬은 "해리포터는 저한테 소설 이상이었던 거 같아요. 마법 세계 이야기에서 시작됐지만 그 이야기 속 세계관에 빠져들었고, 영화로도 나오면서 주인공들과 내가 함께 성장해왔으니까요"라며 "그래서 영화 마지막 작품의 엔딩을 보고 나선 많이 울기도 했어요. 10대를 함께 보낸 친구들인데 앞으로의 모습은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퍼서"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해리포터 속 주인공들은 언제든지 부르고 만날 수 있는 친구 같아요. 그래서 취업한 뒤에도 내가 번 돈으로 떳떳하게 덕질을 해왔죠. 런던 여행에서도 호그와트 교복 입고 돌아다녔어요. 단순히 좋아함을 넘어서 마법 세계의 일원이 되는 듯한 기분에 만족감도 늘고 팬심도 굳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