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약' 공언한 文대통령…관건은 대외리스크 심화
신년사서 "경제 힘차게 뛰며 도약하는 해 될 것" 공언반도체 경기 반등한다지만…중동發 지정학 리스크 급등전문가들 "올해 대외리스크, 작년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
문 대통령은 신규 취업자 수, 청년 고용률, 고용보험 가입자 수 등을 들며 지난해 고용 상황이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니계수,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3대 분배 지표가 모두 개선된 점에서 포용 정책의 성과도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혁신성장 분야에서도 결실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신규 벤처투자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섰고 세계 최초로 5세대(5G) 상용화로 단말기, 장비 시장에서 세계 1,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올해에는 세계 경제의 회복, 반도체 경기 반등 등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날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낸 보고서를 보면 메모리 가격의 급락세가 1분기 중 멈추고 2분기부터는 반도체 시장의 실적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작년 내내 감소했던 수출이 내년 2월부터는 반등해 연간 3%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대외 리스크가 걷히지 않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큰 변수다. 미·중이 가까스로 1단계 합의에 성공했지만, 올해엔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2단계 합의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두 국가 간 갈등이 1년 넘게 해소되지 않으면서 우리 수출과 직결돼 있는 중국 경제 역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당장 올해부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6%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연초부터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대외 불확실성은 한층 심화된 모양새다. 미군의 공격으로 이란 군부의 실세로 일컬어지는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하면서 양국 간 무력 충돌 우려가 급등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유가와 금값이 출렁이는 등 금융시장에선 이미 영향이 가시화됐다. 주식시장에서도 1월 효과(해가 바뀌면서 막연히 주가가 오르리라는 기대감에 들떠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는 현상)가 무색하게 자금이 빠져나갔다. 기재부에서 거시 지표 분석을 총괄하고 있는 김용범 1차관은 이같은 현상을 두고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도 "금융시장과 국제 유가는 중동 지역의 동향과 미국·이란 간 갈등의 전개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지난해 사우디 석유 시설 피습 등 중동 관련 불안 시에도 우리 금융 시장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영향을 받으며 강한 복원력을 보여 왔다"고 강조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역시 "이란이 액션을 취하든, 취하지 않든 양국 간 정치적인 긴장 상태는 당분간 고조되는 양상"이라며 "(우리 경제에도)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출 규제에서 시작된 일본과의 갈등 양상을 보더라도 올해 대외 리스크는 한 단계 더 강해졌으면 강해졌지, 약해진 것은 결코 아니"라고 단언했다. 올해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2.4%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최대한 이룰 수 있는 성장률 전망치, 2.5~2.6%)보다는 여전히 낮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2년 연속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했던 적은 외환위기(1997~1998년), 금융위기(2008~2009년) 등을 제외하면 유례가 없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3.2%에서 2018년 2.7%로 떨어진 후 2019년 2.0%(정부 전망치 기준)까지 1%p 넘게 추락했다. 경제가 도약하는 한 해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말이 다소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