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기업, 오너가 직접 뛴다③] 최태원 SK 회장, 수평적 리더십 강화
최태원, 수평적 조직 문화 확산 위해 다양한 파격 행보올해 신년회서 회장 신년사 없애고 구성원들 토론회 등으로 구성지난 한해 동안 구성원들 의견 듣는 '행복토크' 100회 완주임원 직급 체계 없앤 데 이어 보수 체계도 성과 위주로 개편 계획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기업 문화가 바뀌고 있다. 총수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던 전통적 리더십 대신 구성원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수평적 리더십이 주요 키워드로 부상하면서다. SK그룹의 2020년 신년회 풍경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엿보였다. 이달 2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진행된 SK의 올해 신년회는 최태원 회장의 신년사 없이, 시민, 다양한 이해관계자 인터뷰, 특별 초청한 이해관계자 대표들의 현장 발언, 신입사원을 포함한 구성원들 간 대담 등으로 구성된 파격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년회에는 최 회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임원진 및 주요 관계사 CEO 등 600여 명이 참석했으나, 최 회장은 단상에서 마이크를 잡고 덕담과 당부 등의 신년사를 하는 대신 구성원들의 의견을 주의 깊게 경청했다. SK서린빌딩 인근 식당 종사자와 기관 투자자, 청년 구직자, SK에 근무하는 구성원 자녀와 워킹맘 어머니 등의 SK에 대한 바람이 담긴 영상이 소개됐으며, 외국인과 여성, 신입사원에서 임원까지 패널로 참여한 대담이 열렸다.
SK는 지난해 주요 관계사 CEO들이 '행복'을 주제로 토론을 한 뒤 최 회장이 토론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신년회를 열었지만 올해는 대담 프로그램에 참여한 신입사원이 최 회장을 대신해 토론을 정리하고 2020년 각오를 밝히는 것으로 신년회를 마무리 지었다. 총수의 존재감을 낮추고 임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최 회장의 수평적 리더십이 엿보이는 신년회라는 평가다. SK 측은 "이처럼 파격적인 방식의 신년회를 도입한 것은 SK가 지향하는 행복과 딥 체인지(사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를 고객, 사회와 함께 만들고 이루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그간에도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수평적 소통 행보를 꾸준히 실천에 옮겼다. 지난해에는 구성원들과 행복토크를 진행하며 행복경영론을 설파에 주력했다. 행복토크는 최 회장이 '행복경영'을 강조하며 처음 시작한 SK의 행복 주제 강연·대화 행사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신년회에서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새 경영 화두로 제시하고 구성원들과 100회에 걸쳐 행복토크를 열겠다고 공언했는데, 작년 12월18일 100회 행복토크를 개최하며 약속을 지켜냈다.
최 회장이 지난해 구성들과 행복토크를 갖기 위해 국내외로 이동한 거리는 지구 한 바퀴와 맞먹는 3만9580㎞였다. 토론에 참석한 연인원만 1만1400여명에 달했다. 1회당 평균 144분간 토론을 이끌었으며 227번 꼴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행복토크는 격식을 파괴한 진행방식과 최 회장의 진솔한 답변 등으로 숱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복면가왕' 형식을 빌린 패널 토론이나 ‘보이는 라디오’ 방식의 공개방송 토론 등으로 다채롭게 열렸다. 음식점, 주점 등에서 하는 ‘번개 모임’ 형식의 야외 토크도 4차례 열렸다. 행복토크에 참여했던 구성원들은 사내 익명 게시판에 "회사에서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에 대해 처음엔 물음표였지만, 느낌표로 바뀌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정에서도 우리 가정의 구성원이자 CEO로서 행복토크를 해보려 한다" 등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지난해 시작한 행복토크와 함께 그룹 경영의 핵심 화두로 세운 ‘행복경영’이 구두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의 '수평적 리더십'은 SK그룹의 임원 직급 체계에서도 볼 수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국내 대기업 최초로 부사장, 전무, 상무 등으로 구분되는 임원 직급을 폐지하고 직책 중심으로 제도를 바꿨다. 직급을 떠나 수평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SK그룹은 더 나아가 달라진 직급 체계에 맞춰 올해부터는 보수 체계도 직책과 성과 위주로 개편할 계획이다. '직급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보수를 책정한다는 것으로, 수평적이고 성과 중심적인 조직 문화가 확산될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