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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코로나19에 면세점 혹한기…"한산하다 못해 썰렁"

등록 2020-03-02 15:26:29   최종수정 2020-03-09 09: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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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쿠폰 나눠줘도 뿌리치기 일쑤

매장엔 손님 하나 없이 직원만

높은 임대료에 인천공항면세점 입찰 유찰

"대기업도 힘들다"…임대료 인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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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고 가운데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2.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바로 옆 면세점에서 세일을 하고 있습니다. 할인 쿠폰 받아가세요."

지난 1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면세점 직원이 입국자들을 상대로 할인 쿠폰을 나눠주고 있었다. 며칠 새 국외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심각해 진 상황. 대부분 여행객들이 종이로도 접촉하기 싫다는 듯 할인쿠폰을 뿌리치기 일쑤였다. 여독으로 지친 입국자들의 짜증스런 표정은 마스크로도 감춰지지 않았다. 안 그래도 평소 한산했던 입국장 면세점은 술 한병 살까 둘러보는 사람도 없이 직원들만 우두커니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

이보다 약 열흘 전 출국장 면세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국내 확진자가 100여명 수준이던 21일 당시에도 출국심사장 앞 화장품·향수 매장엔 발걸음을 하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인터넷면세점에서 주문한 물품을 인도해 포장을 푸는 소비자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집 밖을 나오지 않으면서 유통업계가 그야말로 죽을 쑤는 상황이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여행 소비가 주저앉으며 자연스레 고객이 줄은 면세업계다. 내국인 일반 소비자는 물론이고 매출을 견인하는 중국인 보따리상(代工, 따이궁)의 발길도 끊기면서 업계는 최악의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입찰을 마감한 인천공항 제1터미널 대기업 사업권 5곳 중 2곳이 입찰 업체 수 미달로 유찰됐다. 이 중에서는 가장 장사가 잘 되는 화장품·향수(DF2) 구역까지 포함됐다. 이번에 사업권을 따내면 10년 동안 유지 가능한 터라 당초 이 구역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임대료가 너무 높았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 까지 임대료 산정방식을 최소보장금에서 매출 기준 영업요율로 바꿔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사 측이 이를 거절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이용객 수를 자랑하는 인천공항의 면세점은 적자였다. 전 세계 매출액 1위지만 임대료가 높기에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도 적자를 감내하며 매장을 운영해 오고 있다. 시내면세점에서 내는 수익으로 공항 매장의 적자를 메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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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인천공항에 입점한 식당들의 매출이 줄고 있는 24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점 업체 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2.24. [email protected]
업계 관계자는 "통상 공항은 연 10~15%의 적자, 시내는 15~20%의 흑자를 보기에 합치면 5% 정도의 수익을 내 왔다"며 "일반 여행객은 물론 따이궁 마저 발길을 끊으면서 시내면세점도 적자가 나고 있어 업계 전반이 크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고정비인 인건비라도 줄이고자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1일자로 시내면세점 3개 점포에 대한 영업시간을 기존보다 2시간 줄였다. 기존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운영하던 것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줄였다. 영업 시간은 7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조치라지만 비용 줄이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중소중견기업 사업자의 임대료만 인하해 주겠다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면세업계의 메인 스트림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 사업자들의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공사 내 면세점 중 정부 대책에 따라 임대료 인하가 이뤄지는 곳은 시티플러스, 그랜드면세점 단 두 곳 뿐이다. 입국장에 위치해 손님이 뜸한 SM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도 제외됐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중 대기업 면세점이 내는 비중은 전체의 90%가 넘는 마당에 이들에 대한 임대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실질 효과 없는 '생색내기'일 뿐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신종플루 사태때 공항공사가 임대료를 일괄 임대해 준 역사가 있다"며 "지금은 대기업과 중소중견업체에 차등을 둘 게 아니라, 유통업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길을 바로 잡아주는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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