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30] 사상 초유 '코로나 선거' 백태…총선 연기 가능성은
신개념 '방역 선거 운동' 등장…SNS 이용 활발코로나19 장기화에 대면 선거운동 크게 위축신인들 더욱 불리…역대급 '깜깜이 선거' 우려총선 연기 가능성은…선관위 "사실상 불가능"사흘 전 투표소 방역…전체 투표자 체온 체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길거리 선거운동, 다수가 모이는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선거철 거리 풍경 역시 예년 선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유권자를 직접 만나는 선거전이 어려워져 자신을 알려야 하는 후보들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심지어 미래통합당 대구 북구갑 양금희 후보의 사무장은 사망한 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황주홍 민생당 의원의 전남 고흥 사무실 경우처럼 코로나19 확진자 방문 사실이 확인되면서 선거 캠프 사무실이 임시 폐쇄된 사례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 구로을 윤건영 후보는 선거 캠프가 입주한 건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아예 선거 캠프를 옮겼다. ◇신개념 '방역 선거 운동' 등장…SNS 이용도 활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자 신개념 '방역 선거 운동'이 각 지역구에 다수 등장했다.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누는 대면 선거운동을 최소화하는 대신 마스크를 낀 채 소독약을 들고 지역구 곳곳을 소독하는 방역 활동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종로에 출마하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지난달 25일부터 매일 종로구 방역 활동에 나섰다. 후보자들은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마스크 수급 상황을 알려주거나 지역구 확진자 상황도 꾸준히 공지하고 있다. 선거보다 코로나19 대응이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예를 들어 민주당 후보로 인천 부평을에 출마하는 홍영표 의원은 매일 페이스북에 '부평구 코로나19 대응상황'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선거운동도 톡톡히 빛을 발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후보도 다수다. 서울 광진을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고민정 후보와 통합당 오세훈 후보는 유튜브에서도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고 후보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4만3000여명, 오 후보의 구독자 수는 5만5000여명에 달한다.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본인 선거운동에 더해 후원회장을 맡은 이들을 돕기 위한 응원 영상 등을 '이낙연 TV'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코로나19 기세가 총선 전까지 꺾이지 않으면 역대급 '깜깜이 선거'가 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현역 의원들보다 얼굴을 알릴 기회가 적은 정치 신인들이 좀 더 불리해 애를 태우는 상황이다. 한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선거가 한 달 밖에 안남았는데 유권자가 후보자를 직접 만나 판단할 기회가 차단됐다"며 "현역 국회의원이야 기존의 지역 조직도 탄탄하고 인지도도 높아 문자나 연락이라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정치 신인들에게는 언감생심,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토로했다. ◇총선 연기 가능성은…선관위 "사실상 불가능"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정한 만큼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한국전쟁 때도 총선은 치렀다"며 연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 196조 1항은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선거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때에는 대선과 총선을 대통령이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연기 시점과 총선 연기 시 생기는 입법부 공백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낳을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도 나온다. 선관위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총선 연기는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에 검토하거나 별도 의견을 낸 적이 없다"면서 "한국전쟁이나 신종플루 등의 사태 때도 예정된 선거를 미룬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도 총선 연기는 불가능하다는 쪽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미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까지 총선을 연기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입법부 부재 상태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흘 전 투표소 방역…전 투표자 체온 체크 선관위는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에서 무사히 총선을 치르기 위해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병원에 입원 중이거나 생활치료센터·자택 격리 중인 유권자는 거소투표가 가능하다. 거소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닷새간 신고하면 된다. 28일 이후 확진받는 이들을 위한 '이동식 투표소'도 검토되고 있다. 박영수 선관위 사무총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확진자들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집단으로 있다면 사전투표 기간 방역대책이 세워진 버스나 차량을 이용해 투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동식 투표소를 구체화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헌혈차처럼 만들 수도 있고, 텐트 같은 것을 임시로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투표관리 안정성과 질서도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 전체에 마스크를 지급하라는 요구가 나옴에 따라 선관위는 투표 참여자에 지급할 마스크 2500만장(선거인수 4320만명에 20대 총선 투표율 58%를 기준으로 마스크 개당 단가를 2000원으로 계산할 경우)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약 501억원이 소요된다는 자료를 행안위에 제출했다. 방역에도 치중하고 있다. 선거일 사흘 전 투표소 방역을 전면 실시하고 선관위는 투·개표 관리 인력은 전원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다. 모든 투표소에는 체온계와 손세정제가 배치된다.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모든 유권자는 체온을 체크하고 37.5도 이상인 경우에는 투표소마다 마련된 임시 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한다. 차를 탄 채 투표를 할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 방식 같은 이색 투표 방식 제안도 나왔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선관위에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투표도 검토해달라"고 밝혔다. 다만 선관위는 "우리나라 투표 방식은 본인 확인과 기표소에서의 기표, 본인이 투표함에 용지를 넣는 것 등으로 진행되는데 차 안에서 이런 과정을 다 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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