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30]사상 첫 '연비제' 총선…비례정당 최대 변수로
거대 양당 결국 비례정당 띄워…선거제 개혁 취지 무색비례정당 '꼼수' 출현에 중도층 표심 어디로 갈지 관건낯선 정당명에 후순위 기호…유권자 유도 어려울 수도'의원 꿔주기'에 '후보자 검증' 리스크…선거운동도 논란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사상 첫 준(準)연동형비례대표로 치러지는 이번 4·15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정당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일찌감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데 이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권리당원 투표를 통해 범진보 진영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최종 결정했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이 나란히 자당 이름으로는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지 않고 각각 연합정당과 위성정당의 형식으로 비례 득표에 나서는 초유의 선거가 치러지게 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를 통해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의석수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현행 그대로 유지하고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연동형 캡(cap)'을 적용해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였다. 거대 양당에게 유리한 비례대표 의석배분 방식을 개선해서 다양한 정책과 이념에 기반한 정당의 국회 진출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던 통합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면서 제도 취지는 무색해졌다. 지역구 후보를 아예 내지 않는 비례대표용 정당의 출현으로 지역구 의석이 많을수록 비례대표 의석은 적게 얻는 연동형비례대표제의 제한을 벗어나게 된 것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행 정당 구도대로 총선을 치를 경우 미래한국당은 최소 25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가는 반면 민주당은 6~7석, 정의당은 9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만주당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도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모두 더해 ▲민주당 137석 ▲통합당+미래한국당 145석 ▲정의당 8석 ▲민생당 6석 ▲국민의당 4석 등을 얻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았다. 그 결과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최종 확정했고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인 진보진영 규합에 나설 전망이다. '시민을위하여', '정치개혁연합' 등 이미 결성된 연합 플랫폼과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선언한 미래당과 우선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정봉주 전 의원이 창당하고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가세한 열린민주당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정의당은 불참 의사를 못박은 상태지만 민생당은 연합정당 참여쪽으로 당내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민주연구원은 정의당이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비례대표에서 연합정당은 22석, 미래한국당은 18석을 얻을 것으로 봤다. 정의당이 불참할 경우에도 미래한국당 19석, 연합정당 17석, 정의당 7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1일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응답률 6.9%)을 대상으로 한 비례대표 정당투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이 정치개혁연합과 시민을위하여 등과 연합정당을 구성할 경우 30.1%를 얻어 미래한국당(32.4%)과 비슷한 득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만일 열린민주당까지 함께 한다면 비례연합정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9.6%로 미래한국당(31.4%)을 오차범위(±3.1%포인트)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비례대표 정당의 출현이 처음인 만큼 거대 양당을 지지하는 민심이 비례 정당으로 오롯이 옮겨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비례정당이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도층의 표심이 어떻게 작용할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통합당도 정당의 가치나 정책으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오로지 선거 승리만 노린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한국 정당사에 오점을 남겼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듯 민주당과 통합당은 비례정당을 놓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3일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통합당은 페이퍼 위성 정당이라는 반칙과 탈법으로 국회 의석을 도둑질하는 만행을 저질러 선거법 개혁의 취지를 파괴했다"며 "반칙과 탈법을 보면서 제 한 몸 건사하자고 두고보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통합당에 책임을 돌렸다. 반면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비례(정당)를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 하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을 통과시켰다"며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다고 국민에 대한 약속을 꼼수를 통해 바꾼다는 것은 정치 도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통합당은 정당투표 기호를 높이기 위해 미래한국당으로 6명의 현역의원을 이적시킨 상태다. 정당투표 용지에 기록되는 정당 기호는 선관위의 후보자 등록 마감일(3월27일) 당시 의석수를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경선에서 패배한 현역의원들의 당적을 연합정당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통합당과 똑같은 '의원 꿔주기'라는 비판이 부담이다. 비례정당의 '검증 리스크'도 변수다. 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의 경우 각 정치세력이 연합정당에 파견할 비례 후보를 자율로 결정하기 때문에 '후보자 리스크'를 민주당이 통제할 수 있냐는 물음표가 붙는다. 게다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세력 간에 비례대표 순번과 의석 규모를 놓고 이해다툼이나 불협화음이 빚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비례정당의 선거운동이 과열 양상을 띌 경우 선거법 위반 논란이 불거져 총선 변수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선거법 88조에서 다른 정당이나 선거구가 같거나 일부 겹치는 다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은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본체(本體)가 되는 정당에 속한 지역구 후보자가 비례대표 정당 후보자의 지지를 요청하거나 반대로 비례대표 정당이 본체 정당의 홍보를 하는 경우 논란이 될 수도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2020년 2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인구 비례에 따른 가중치를 적용했다 유·무선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트를 통해 조사 대상을 선정했고 유선(20%)·무선(80%) 자동응답 방식 조사로 진행됐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