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30]정권 심판이냐 야당 심판이냐…정국 향방 최대 분수령
집권 중반기 전국 단위 선거로 文정부 중간평가 성격'정권심판' vs '야당심판'…정부 지지와 견제 여론 팽팽민주당 "탄핵세력 부활 막자"…통합당 "정권 독주 막자"여당 압승시 검찰개혁 등 국정 운영 드라이브 가속화야당 압승시 정국 장악 대반전…文대통령 레임덕 위기
집권 반환기를 돌고 있는 현 정권에 대한 중간 심판의 성격이 있는 만큼 여권으로서는 이번 4·15 총선이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안정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야권으로서는 집권한 지 3년이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콘크리트'로 비유될 만큼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다음 대선 전까지 정국을 장악하기 위해선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해야 한다. 4·15 총선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양강 구도 속에 범여권의 민생당·정의당, 강성 보수 쪽인 자유공화당·친박신당 등이 경쟁하면서 크게 '3여 3야' 구도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총선 프레임은 크게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이 격돌할 전망이다. 한국갤럽이 13일 발표한 총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과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43%로 동률이었다.(3월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피할 수 없는 거대 프레임 대결 속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심판론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 중 상당수가 비주류 혹은 구 친노 인사일 뿐, 친문 핵심 실세들은 컷오프 명단에서 제외됐고, 이른바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20명 이상 대거 공천을 받은 것도 민주당의 골수 지지층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친문 그룹에선 홍영표, 김태년, 전해철, 전재수, 최인호, 황희, 권칠승, 박주민 의원 등이 공천을 받았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 복기왕 전 정무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 출신도 본선행을 확정했다. 일반적으로 총선은 정권에 대한 평가적 성격이 강한 만큼 통합당이 현 정부의 국정 운영 실패를 중점적으로 부각할 수록 민주당은 옛 '탄핵 세력' 심판을 전면에 내걸어 정권심판론에 맞서는 프레임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과 촛불혁명을 부정하고 국정농단의 부활을 꾀하는 반민주적·반역사적 시도는 반드시 혹독한 국민적 심판을 치르게 될 것(조정식 정책위의장)",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정치세력, 무한정쟁과 상습 보이콧으로 20대 국회를 마비시킨 것도 부족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운운하는 미래통합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이해찬 대표)"는 발언처럼 민주당 지도부에선 탄핵을 연결고리로 야당심판론을 역설해오고 있다.
다만 야당의 경우 정권을 비판하기 위해 기존 정부 정책이나 실정에 초점을 두는 게 속성이지만, 여당은 대통령이 속한 명실상부한 집권당인데도 비전 제시에 방점을 두지 않고 야당 심판의 명분을 찾기 위해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탄핵을 '재탕'하는데 주력한다면 중도층이나 영남권 확장 등에서 전략적으로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야당이 사사건건 국정운영의 걸림돌이 되더라도 여당으로서 야당심판론을 프레임 전략으로 내세우는 것 자체가 선거전략의 부재를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통합당은 제1야당으로서 이번 총선을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조국 사태'를 분기점으로 정권의 부정비리에 대한 민심 이반이 뚜렷해진 만큼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원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불법 선거개입 의혹,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의혹 제기가 상당한 효과가 있고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 실패, 조국 사태를 거쳐 코로나 사태로 이어지는 대형 악재 속에 정부의 무능과 실정 논란에 단단히 공세를 벼르고 있다.
서울 송파갑에 김웅 전 검사, 서울 강서구을은 김태우 전 수사관을 각각 공천했다. 김 전 검사는 검찰개혁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고,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유재수 전 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 각종 비리·의혹을 폭로해 정권 심판의 상징적 인물이 될 것으로 통합당은 보고 있다. 당내에선 황 대표의 출마지로 서울 용산을 검토하며 나경원(서울 동작을) 의원과 오세훈(서울 광진을) 전 시장과 함께 '한강벨트'를 구성, 한강을 따라 바람몰이에 나서 수도권 전체에서 보수의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을 검토했으나, 황 대표의 종로 출마로 사실상 한강벨트 구축은 무산됐다. 대신 통합당은 당대표를 중심으로 서울 곳곳에 정권 심판의 상징적 인물을 배치하거나 이른바 자객 공천을 함으로써 정권 심판 효과의 극대화를 노리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의 4선 김부겸(대구 수성갑) 의원 지역구에 주호영(4선·대구 수성을) 의원을 전략공천하고, 이혜훈(3선·서울 서초갑) 의원은 서울 동대문을로, 김재원(3선·경북 상주시군위군의성군청송군) 의원은 서울 중랑을로, 정우택(4선·청주 상당구) 의원은 청주 흥덕으로 출마지 변경을 유도한 점도 험지에서 정권 심판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문재인 정권의 집권 기간이 아직 2년 이상 남은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집권 후반기 선거는 정권의 부정부패나 실정 등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야당에 투표하는 성향이 강하지만, 이번 총선은 문재인 집권 3년의 중간 평가 성격이 짙은 만큼 남은 임기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경우 한동안 등을 돌린 유권자들이 다시 여당에 표를 던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서울의 한 통합당 재선 의원은 "우리가 정권 심판을 강조할수록 저쪽(여당)도 위기감을 느낀 지지자들이 더 결집될 것"이라며 "수백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격전지나 험지에선 정권심판론이 지역구 특성에 따라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4월 총선 결과는 문재인 정권 후반 정국의 기상도를 가늠하는 동시에 더 나아가 차기 대권구도와도 불가분의 함수관계를 갖게 될 전망이다.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검찰개혁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만큼 문 대통령은 안정 의석을 바탕으로 개혁정책을 더 과감하게 밀어붙임으로써 사회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만약 통합당이 총선에서 원내 제1당 자리를 탈환한다면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연동형 비례대표제·공수처 폐지 등으로 국정 운영에 제동을 걸어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반기 '약체 정부'로 전락할 수도 있다. 통합당 지도부에선 총선 후 대통령 탄핵까지 공개적으로 운운하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급격한 레임덕을 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
관련기사
- [총선 D-30]최대 승부처 '서울 대첩'…종로·광진·동작 등 '시선 집중'
- [총선 D-30]'공천 혁신' 효과는…현역 물갈이, 민주 '미지근' 통합 '화끈'
- [총선 D-30]제3당도 각축전…정의·민생·공화·국민의당 돌풍 불까
- [총선 D-30]살아남아야 대선 레이스로…잠룡 9인의 갈림길
- [총선 D-30]사상 첫 '연비제' 총선…비례정당 최대 변수로
- [총선 D-30]"청년·신혼 10만호 공급" vs "신도시 전면 재검토"…어떤 공약 있나
- [총선 D-30] 사상 초유 '코로나 선거' 백태…총선 연기 가능성은
- [총선 D-30]바뀐 선거법에 신생정당 대거 출사표…"1석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