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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일상 속 행복'

등록 2020-03-16 15:41:36   최종수정 2020-04-06 1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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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프랑스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가 들려주는 '일상 속 행복'. (사진 = 황소걸음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행복.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우리는 일상 속에서 늘 행복을 원하고 바란다. 먹고, 자고, 입고, 또 이를 위해 일하고, 쓰고 활동하는 모든 것이 행복을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절대로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지금 이래도 되는건가' 싶은 상황에서도 행복은 찾아온다.

지난해 개봉한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라는 독일 코미디 영화는 극단적 상황을 통해 현대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의 순간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죽마고우이자 함께 경영하는 IT업체의 공동대표인 소비없이 못 사는 '폴'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완벽주의 추구자 '토니'가 벌이는 황당 내기 이야기를 다룬다.

둘은 술김에 현재 가진 모든 것을 버린 후 하루에 한 가지 물건을 돌려받으며 100일을 버티는 '100일 챌린지' 내기를 하게 된다.
 
두 주인공에게는 현대 사회인들이 지닌 갖가지 특성들이 투영됐다. 이들이 아무것도 없는 빈집에 알몸으로 내던져진 상황에서 100일 동안 하루 한 가지씩 자신을 채워가는 모습에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일상 속 크고 작은 행복이 묻어난다.

내기 첫날을 무사히 넘기고 첫번째로 돌려받을 물건을 얻기 위해 집에서 물품 보관창고까지 알몸으로 뛰어가는 모습 등은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는 동안은 주인공들이 이때까지 느꼈던 행복을 다시 느끼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보름, 한 달이 지나며 폴과 토니가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행복의 의미, 인생의 가치와 중요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관객들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현대인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 때문에 그간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은 잘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풍요로움 만큼이나 부족함과 공허함을 느끼는 세대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폴과 토니가 보여주는 행복의 순간들은 과거부터 익히 느껴왔던 순간들부터 현대에 와서 새로 생겨난 순간들까지 다양하다. 개인의 성취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꼈던 행복이 과거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행복을 느끼거나,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소비를 하는 등은 현 세대에 와서 생겨난 행복의 순간들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는 '일상 속 행복'이라는 저서를 통해 인류학적 관점에서 행복에 대해 탐구한다. 사람들이 어떤 정황과 여건에서 행복을 느끼는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문학작품, 샹송, 음식, 여행, 영화 등을 통해 풀어 썼다.

그의 주요 연구에서 등장한 현대 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공간 '비장소' 개념을 들며 현대인의 행복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저자는 특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행복'에 주목한다. 이 행복이 우리가 일상을 버티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장례를 치르게 되면 친척, 친지, 지인들이 모이게 된다. 집안 어른이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애도하기 위함이지만 그 자리에서 감정적 유대를 쌓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행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장례라는 상황은 안타깝지만 이것이 곧 행복을 나누는 자리로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이런 의미에서 행복은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길을 열어가게 해준다고 정의한다.

인류학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행복이란 무엇인지, 왜 행복해야 하는지, 행복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 수 있는 책. 192쪽, 서희정 옮김, 황소걸음. 1만35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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