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은 분홍색, 서쪽은 파란색…지역구도 4년 전보다 심화
통합당, 호남 의석 '0'…민주당, TK 전멸8년 전으로 회귀…대안정당도 부재
이번 총선에서 영남권은 65석, 호남권은 28석이 걸려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28석, 미래통합당은 영남에서 50석 이상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지도만 놓고 보면 보수 성향이 강한 동쪽은 분홍색(통합당), 진보 색채가 짙은 서쪽은 파란색(민주당) 일색인 셈이다. 이는 20대 총선 때 '텃밭의 반란'으로 부를 만큼 민주당과 통합당이 영호남 적지에 깃발을 꽂은 것과 대비된다. 영남은 보수 유권자가 많아 통합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곳이지만 민주당이 9석을 건지면서 통합당(48석)과 큰 격차에도 불구하고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남에선 당시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한 석 적은 2석을 얻는데 그쳤지만 척박한 불모지에 보수정당의 뿌리를 내렸다.
21대 총선 들어 지역주의가 되살아난 배경에는 조국 사태, 패스트트랙 충돌 등을 거치면서 정국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여야 간 극렬한 대치 국면이 장기화됨으로써 위기감을 가진 양당 지지층이 더 결집한 측면이 있다. 지역주의를 극복할 만한 인재 발굴에 소홀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민주당은 영남권에 65명의 후보자를 공천했지만 통합당은 호남 의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명만 공천했다. 통합당에선 한때 6선 중진 김무성 의원의 광주 출마를 검토하며 호남에서 보수의 바람을 일으키는 전략을 논의했으나 이마저도 불발됐다. 민주당 역시 TK(대구·경북) 지역에서 현역 김부겸(대구 수성갑), 홍의락(대구 북구을) 후보가 고전했고, PK(부산·경남)에서도 대부분 여당 후보들이 당세가 강한 통합당의 벽을 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4년 전 PK 8석, TK 1석을 얻어 영남권에 '진보벨트'를 형성하며 지역주의에도 균열을 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민주당과 통합당 외에 대안정당이 마땅치 않은 점도 지역주의 가속화와 정치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총선에선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녹색바람을 일으키면서 민주당이 독식하던 의석을 상당부분 잠식했다. 당시 국민의당은 광주 8석 전석을 석권한 것을 비롯해 전남 8석(민주당 1석), 전북 7석(민주당 2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구 후보를 한 명도 공천하지 않았다. 원내 3당인 민생당도 총선에서 큰 흥행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양당을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거대 양당을 대신할 제3정당의 부재로 양당 체제는 공고해졌고 영호남 지역 편중 현상은 심화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