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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원더걸스' 출신 예은 핫펠트 "이젠 별이 아니어도 괜찮다"

등록 2020-04-23 08:00:00   최종수정 2020-05-04 1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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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3년 만 첫 번째 정규앨범 '1719' 23일 발매

1719권의 한정판 스토리북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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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핫펠트. 2020.04.23.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핫펠트(31·HA:TFELT·예은)는 K팝 걸그룹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원더걸스' 출신이다.

이 팀은 2009년 10월 한국 가수 중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76위로 진입했다. 말 그대로 밤하늘에서 반짝거리는 별이었다. 

최근 망원동에서 만난 핫펠트는 "이젠 진짜 별이 아니더라도 괜찮다"고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별처럼 빛나지만 별이 아닌 '인공위성'으로 남더라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인공위성이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더라고요. 지피에스(GPS), 와이파이 모두 인공위성 덕분에 가능하잖아요. 그런 걸 알고 나니까 인공위성이 진짜 더 멋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별처럼 빛이 나지 않더라도 제가 선보이는 음악 안에서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핫펠트가 데뷔 13년 만인 23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첫 번째 정규앨범 '1719'의 더블타이틀곡 중 하나가 '새틀라이트'(Satellite·(인공)위성)다.

애쉬 아일랜드가 피처링한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지난 21일 선공개했다.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과 함께 시작되는 뮤직비디오는 우주복을 연상케 하는 작업복을 입은 핫펠트가 열심히 무언가를 작업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새틀라이트'는 결국 '밤의 음악'. 가수 쏠(sole)이 피처링한 곡이자 더블타이틀곡인 '스윗 센세이션'을 비롯 소속사 아메바컬쳐를 이끄는 힙합듀오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와 최자, 따마(THAMA) 등이 협업한 곡까지 포함 14곡을 채운 핫펠트의 이번 앨범은 밤처럼 노래한다. 하지만 핫펠트의 야경이 칠흑은 아니다. 그녀의 밤 위로 뜬 별(인공위성을 포함)은 어떤 곡들을 선곡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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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핫펠트. 2020.04.23.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email protected]
앨범은 원더걸스가 해체한 2017년 1월 이후부터 2019년까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핫펠트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어둡고 지독했던 날들로 기억하고 있는 때다. 그래서 앨범 제목이 '1719'다. 해질녘인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를 가리키기도 하고, 성인이 되기 직전인 17~19세 사춘기의 시간을 뜻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과 함께 발매된 1719권의 한정판 스토리북이 음반의 내용을 보충한다.

핫펠트가 각 곡마다 작업하면서 느낀 점, 후기 등을 직접 글로 썼다. '잠겨 있던 시간들에 대하여'라고 붙여진 제목처럼 어둡고 지독했던 시기의 불안이 스며들어 있다.

첫 트랙 '라이프 석스(Life Sucks)'를 설명하는 첫 번째 부제가 '나는 아빠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다.

그래서 스토리북 페이지를 본격적으로 넘기기 전에 독자들은 이런 문구를 마주하게 된다.

 '3년 동안의 일들을 음악과 글로 풀어낸 묶음집입니다. 무거운 얘기는 부담스러운 분들, 우울한 얘기는 보고 싶지 않은 분들은 다시 책을 덮으셔도 좋습니다.'

 그럼에도 페이지를 넘기기로 결정했다면, '나 핫펠트와 000은 이곳 1719에서 나눈 모든 이야기를 우리만의 비밀로 간직하겠다고 약속한다'라는 문구에 동의를 하고 빈칸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야 한다.

 "팬들과 일종의 룰을 같이 만들었으면 됐어요. 내용이 맥락 없이 조금 잘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죠. 내밀한 이야기다 보니까 친구랑 같이 비밀스럽게 공유하는 느낌도 있고요. 무엇보다 특별한 경험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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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핫펠트. 2020.04.23.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email protected]

핫펠트는 그간 자라오면서 나름 반항도 했지만 대부분 착한 딸로만 살아왔다. 옮고 그름에 대한 강박도 갖고 있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좀 풀어지기 시작했다. 겉보기에 일탈처럼 보이는 행동도 많았다. 그에 따른 변화가 시작됐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서핑을 시작하고, 복싱, 발레를 배웠다.

"지금은 좋은 것만 남기고 나쁜 것은 보내려고 해요"

그래서 자신의 어두운 것들에 대해 노래하고 쓴 이번 앨범은 일종의 '제의'이기도 하다.

스스로 치유가 되기도 했다. "1년 정도 (심리) 상담을 받았어요. 그간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 있었는데, '글을 써보면 어떨까'라는 추천을 받은 거죠. 음악을 하기도 바쁜데 글을 쓸 여유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쓰다 보니까 담담해지더라고요. 주변 분들에게 이번 책 내용을 미리 읽어봐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저와 비슷한 일들을 겪으신 분들은 위로를 받은 것 같았죠."

핫펠트는 평소 시집을 많이 읽는다. 찰스 부코스키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이시라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오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 등이다. 물론 소설도 즐겨 읽는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최은영 '쇼코의 미소'가 대표적이다. 

팬들은 이번 앨범과 스토리북을 통해 이제야 '핫펠트라는 책을 펼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몰래 핫펠트의 진짜 목소리를 듣는다. "가장 저답게 사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인 것 같아요. 단지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 저를 바꾸고 싶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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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핫펠트. 2020.04.23.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email protected]

긍정, 활당 등 한국의 아이돌에게 원하는 이미지는 본래 핫펠트의 것이 아니었다. "본래 저라는 사람과 그런 이미지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가 애교가 많거나 웃는 상이 아니에요. 아이돌은 그런데 조금 더 크게 웃어야 하고 밝게 목소리 톤을 높여서 이야기를 해야 했죠."

 수줍음이 많았던 소녀는 '보이즈 비 앰비셔스(Boys be ambitious)!'를 너머 '걸스, 비 라우드(Girls, be loud)'라고 외치는 어른이 됐다. 지난 2018년 '원더우먼 페스티벌' 강연에서 핫펠트는 여성들에게 "더 세상에 소리치고 시끄러워져도 돼"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앨범의 12번 트랙 '블루버드'는 여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구상한 곡이기도 하다.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곡인데 본인을 파랑새에 비유를 했다. 본인을 꽃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새'였다고 노래한다.

다만 핫펠트는 "여성에게만 이야기를 국한시키고 싶지 않아요. 차별은 어디에서나 존재하죠. 인종적 차별, 신체적 차별 등등. 주변의 시선보다 자신을 스스로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합니다."

흔히 어두운 시기는 터널과 비교한다. 예은은 여전히 터널을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굳이 터널에서 애써 빠져 나오려는 '강박 관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긍정의 믿음을 줬다.

"2017년의 저 같은 경우는 그 터널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을 했고, 어떤 어려움이나 위기를 뚫고 나갈 수 있다고 여겼죠. 그런데 확 주저않아 버린 시기였어요. 어떻게든 타파하려고 했는데 안 됐고 결국 저를 놓아버렸죠. 스스로를 미워하고 자기 혐오도 생기고. 그런데 '에라 모르겠다'라고 생각한 이후 2019년이 됐고 다 지나가더라고요. 제가 겪었던 시간들이 분명 새로운 시기를 맞게 해줬고, 새로운 영감를 줬어요. 2020년이 돼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소중한 시간입니다. 다른 분들도 영원히 갇혔다고 생각하지 마셨으면 해요. 그 지나가는 과정에 이번 앨범과 책이 작으나마 가이드가 됐으면 합니다."

듣다 보니 핫펠트가 말하는 인공위성은 스스로 쏘아 올린 것이었다. 별도 아니면서, 참 용케도 빛나고 있지만 그 자리에서 계속 깜빡이고 있는 것. 결국은 우주에서 조용히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

"'새틀라이트'는 결국 꿈에 대한 이야기에요. 닿기 어려운 꿈을 향해 갈 때 불안하잖아요. 그럼에도 인공위성도 멀리서 보면 빛나는 별이니까. 너도 별이야. 너만의 길을 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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