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해도 지정학적 비용 크지 않다고 계산" NYT
코로나19 와중에 베트남·말레이시아와 해상 충돌시진핑, 중화 민족주의로 코로나19 초기 실패 책임 벗어나려해푸틴의 크림반도 강제병합과 유사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홍콩의 자치권을 와해하려는 중국의 시도가 충동적인 것이 아닌 면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는 미국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통제 움직임은 왜 시작에 불과한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NYT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대응 과정에서 대담해졌고 국제사회의 비난에 구속되지 않게 됐다면서,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더라도 중국이 치러야할 지정학적 비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가정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중국은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정신이 팔려있던 최근 몇주간 지역내 경제, 외교,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동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은 베트남과 분쟁 중인 해역에서 어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데 이어 말레이시아 해양탐사선을 위협했고 '반중 성향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연임을 비난하면서 그간 빠지지 않은 '평화적 (통일)'이라는 문구를 삭제해 무력행사 가능성을 노골화했다. 국경 분쟁 중인 인도와도 교전을 벌였다. 홍콩 공립대학인 침례대 교수 겸 '중국의 내일: 민주주의 또는 독재' 저자인 장 피에르 카베스탕은 "중국이 신중하게 국제사회에 대한 소프트파워를 키워야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이 시기는 시 주석으로 인해 끝났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중화 민족주의를 내세워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 책임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와 국영 언론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중국 공산당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분리주의자'와 '테러리스트'를 지지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실패 등을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계기로도 활용하고 있다.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인 왕이(王毅)는 최근 "미중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중국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시 주석의 행보는 지난 2014년 국제법과 외교적 합의를 어기고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보와 유사하다고도 NYT는 지적했다. 시 주석이 이미 중국의 지배하에 있는 홍콩에 대해 군사력이 아닌 입법이라는 절차를 활용했지만 외국이 자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할 때 국제적인 비난을 감수하는 독재적인 지도자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크림반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다. 카베스탕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더이상 (다른 국가의) 반응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왜냐면 옛 소련의 운명을 피하는 것, 일당독재 체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며 "홍콩은 중국 공산당에게 중국 국가체제의 불안정화 요소로서 점점 더 감시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쟁자인 미국이 혼란에 빠져있는 것도 시 주석에게 움직일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NYT는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의 행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중국 정부에게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경고는 더이상 효과가 없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소개했다. 홍콩에서 사법적 납치,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 민주파 지도자들의 체포 등 수년간 기본권 침해가 잇따랐지만 국제사회는 경고만 할 뿐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노트르담대 정치학과 교수이자 2014년 홍콩 우산시위 관련 책의 저자인 빅토리아 후이는 "중국은 외국 정부가 계속 비난을 하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자 대담해졌다"고 말했다. 지금의 중국은 2003년 홍콩내 반대 시위로 보안법 제정 계획을 철회했을 때와는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수장인 시 주석은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소장인 라나 미터는 "중국은 2003년 당시엔 세계 2위 경제대국이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중국은 이제 더이상 권위주의적이라는 이유로 사과하지 않는 국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앨리스 웰스 미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20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중국의 침략이 언제나 수사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는 남중국해, 인도 국경이든 중국의 도발과 혼란스러운 행동을 보면서 급성장한 힘을 어떻게 사용하려 하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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