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아니다" 김재규 유족 재심 청구…실현 가능할까
민변 "당시 재판과정 녹음된 테이프 나왔다"새로운 증거, 조서 위조, 수사관 위법 등 쟁점법원, 자료 검토 후 재심개심 여부 결정예정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6일 김 전 부장의 여동생 김모씨를 대리해 서울고법 형사과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민변은 "당시 보안사령부가 쪽지재판을 통해 재판에 개입한 사실과 공판조서가 당시 발언 그대로 적히지 않은 사실이 녹음테이프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당시 대법원에서는 '내란목적' 범죄사실에 대해 8대 6으로 팽팽한 의견대립이 있었으나 변호인들조차 판결문을 열람하지 못했으며, 보도금지 지침으로 소수의견은 언론에 보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제 420조에는 7가지의 재심사유가 명시돼 있다. 김 전 부장 사건이 이같은 요건을 충족하는지가 재심 개시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법령에는 무죄나 면소, 또는 죄가 더 가볍다고 인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을 때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유족 측은 이번에 발견된 녹음 테이프를 새로 발견된 '명백한 증거'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녹음된 재판기록을 보면, 김 전 부장의 대통령 살해행위는 법률상 '단순 살인' 혐의로 봐야하고, 실제 적용된 '내란목적' 살인 혐의는 잘못됐다는 취지다. 실제 민변은 녹음된 재판과, 기록된 재판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김 전 부장은 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사살할 당시 "각하,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고 외쳤다고 진술했으나, 기록된 범죄사실에는 이를 찾아 볼 수 없다. 이는 과거 판결 자체가 잘못됐다는 논리로 활용될 수 있어 보인다. 또 다른 재심 사유로는 기존 판결의 증거가 위·변조되거나 증언·감정·통번역이 허위라고 증명된 경우가 있다. 유족 측은 당시 재판 과정에 절대적 증명력을 가지는 공판조서에 허위내용이 담겼기 때문에,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김 전 부장 등은 원심에서 일부 증인신문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며 이의를 제기했으나 당시 대법원은 "공판조서에 소송관계인들이 '별 의견 없다'고 진술한 것이 기록상 명백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실제 녹음내용을 들어보면 김 전 부장 등은 "어제 피고인들이 퇴정하면서 증인신문이 있었는데 그 요지를 알려드리겠다. 피고인들에게 각별히 불리한 증언은 없었다"고 일방통보 받았다. 이와 관련해 법원 한 관계자는 "조서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이나 잘못 기재된 내용에 대해서도 증명력이 생기는지는 별도의 법리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재판부가 판단할 예정"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녹음 테이프에는 "한 수사관은 공병 곡괭이 자루를 갖고 다니며 어깨를 치고 다른 방에선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이 상황에서 제가 그걸 안했다고 우겨봐야 거길 빠져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이야기했던 것"이라고 말하는 김태원 당시 중앙정보부 경비원의 최후진술이 그대로 담겨 있다. 민변은 "김 전 부장 역시 체포 후 서빙고 분실에서 전기고문 등 가혹한 고문을 당했다는 내용이 항소이유 보충서에 상세히 나와있다"며 "이는 공소를 담당한 수사관이 그 직무의 죄를 범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유족 측은 민간인 신분이던 김 전 부장 등이 10·26 사태 이후 발포된 비상계엄에 따라 군법재판을 받은 점, 전두환씨가 내란죄로 유죄를 확정받은 점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 전 부장에 대한 재심 청구사건은 서울고법 형사7부에 배당돼 있다. 재판부가 재심 개시를 결정하면 본격적인 공판절차가 진행된다. 청구가 기각될 경우에는 즉시항고를 통해 대법원 판단을 받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