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장군 묘역은 8평…"1평으로 돌아가는 게 시대정신"
백선엽 장군 사후 현충원 안장 문제로 논란8평짜리 장군 묘역 이제 23기 밖에 안 남아장군 묘역부터 사병 묘역까지 통합 목소리美국립묘지, 대통령과 사병 묘역 같은 크기전인범 "같은 크기 묘역, 시대 정신에 부합"다시 회자되는 사병묘역 안장 채명신 장군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현충원 '8평' 장군 묘역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때아닌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창군 원로인 백선엽 장군(퇴역 육군대장) 사후(死後) 현충원 안장 문제 때문이다.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이수진 당선인이 지난 24일 운암 김성숙 선생 기념사업회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개최한 '2020 친일과 항일의 현장, 현충원 역사 바로 세우기' 행사 자리에서 '친일파 파묘'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친일파 파묘' 문제는 올해 100세인 백선엽 장군의 사후 국립묘지 안장 문제로 불이 옮겨붙었다. 백 장군은 6·25전쟁 당시 육군참모총장을 지내고 국군 최초 4성 장군이 된 전쟁 영웅이지만, 동시에 독립운동가를 탄압했던 일제 간도특설대 복무 전력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노환으로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야당과 보수단체는 친일파 파묘와 백 장군 사후 안장 문제가 여권과 시민단체에서 제기되자 "없는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모시는 게 예의"라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가보훈처가 청와대 눈치를 보고 백 장군을 사후 국립서울현충원이 아닌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려 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군 안팎에서는 '1평'에 안장되는 사병들, 숨은 영웅들의 묘역 조차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8평' 장군 묘역을 둘러싼 논쟁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는 근본적인 성찰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훈처에 따르면 국립묘지법은 국가원수의 경우 80평 묘지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장군은 8평, 장교·사병은 1평을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 조성된 8평 장군 묘역은 23기(基)밖에 남지 않았다. 이미 조성된 8평 묘역 23기가 만장이 되면 전직 장군들도 1평 묘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외 사례도 시사점이 크다.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영웅들이 영면해 있는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는 신분에 따라 구역을 나누지 않고 대통령과 장군, 장교, 사병 모두가 1.3평 정도 되는 면적에 안정되며, 안장 순서에 따라 장소가 정해진다. 이곳에 안장된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1.3평의 묘역에 안장됐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도 신분에 차별을 두지 않고 국가 유공자들에게 모두 1.5평 정도의 묘역을 동등하게 제공하며, 이스라엘이나 프랑스 역시 묘역 넓이에 신분에 따른 별도의 차등을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한 장군이나 전쟁 영웅의 무덤을 찾으려고 해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군에서는 사병 묘역에 묻힌 채명신 장군(퇴역 중장) 이야기가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8평짜리 장군 묘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논쟁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인다. '베트남 전쟁 영웅'으로 불리는 채 장군은 평소 "내가 장군이 된 것은 전쟁터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린 사병들이 있었기 때문이니 내가 죽으면 나를 국립묘지의 장군묘역에 묻지 말고 월남에서 전사한 사병들의 묘역에 묻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유언에 따라 지난 2013년 서울현충원 사병 묘역에 영면했다.
한편, 12·12군사반란을 일으키고 5·18민주화운동을 탄압해 내란죄 등으로 처벌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국가원수를 지냈지만 사후 국립묘지에 묻히지 못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