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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장군 묘역은 8평…"1평으로 돌아가는 게 시대정신"

등록 2020-05-31 15:50:00   최종수정 2020-06-08 14: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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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장군 사후 현충원 안장 문제로 논란

8평짜리 장군 묘역 이제 23기 밖에 안 남아

장군 묘역부터 사병 묘역까지 통합 목소리

美국립묘지, 대통령과 사병 묘역 같은 크기

전인범 "같은 크기 묘역, 시대 정신에 부합"

다시 회자되는 사병묘역 안장 채명신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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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장군 (사진=뉴시스 DB)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현충원 '8평' 장군 묘역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때아닌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창군 원로인 백선엽 장군(퇴역 육군대장) 사후(死後) 현충원 안장 문제 때문이다.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이수진 당선인이 지난 24일 운암 김성숙 선생 기념사업회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개최한 '2020 친일과 항일의 현장, 현충원 역사 바로 세우기' 행사 자리에서 '친일파 파묘'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친일파 파묘' 문제는 올해 100세인 백선엽 장군의 사후 국립묘지 안장 문제로 불이 옮겨붙었다. 백 장군은 6·25전쟁 당시 육군참모총장을 지내고 국군 최초 4성 장군이 된 전쟁 영웅이지만, 동시에 독립운동가를 탄압했던 일제 간도특설대 복무 전력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노환으로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야당과 보수단체는 친일파 파묘와 백 장군 사후 안장 문제가 여권과 시민단체에서 제기되자 "없는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모시는 게 예의"라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가보훈처가 청와대 눈치를 보고 백 장군을 사후 국립서울현충원이 아닌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려 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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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2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친일과 항일의 현장, 현충원 역사 바로 세우기' 현장 탐방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5.24. [email protected]
정치권 논란과는 별개로 일단 현충원 안장 문제는 어느 정도 일단락된 듯하다. 보훈처에 따르면 서울현충원은 현재 장군 묘역이 꽉 찬 상태다. 백 장군이 임종한다면 대전현충원 장군 묘역에 매장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백 장군과 가족들도 원칙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군 안팎에서는 '1평'에 안장되는 사병들, 숨은 영웅들의 묘역 조차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8평' 장군 묘역을 둘러싼 논쟁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는 근본적인 성찰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훈처에 따르면 국립묘지법은 국가원수의 경우 80평 묘지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장군은 8평, 장교·사병은 1평을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 조성된 8평 장군 묘역은 23기(基)밖에 남지 않았다. 이미 조성된 8평 묘역 23기가 만장이 되면 전직 장군들도 1평 묘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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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2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친일과 항일의 현장, 현충원 역사 바로 세우기' 현장 탐방에서 참석자들이 장군제2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2020.05.24. [email protected]
이 때문에 지난 2017년 보훈처가 대전현충원의 장교 묘역과 사병 묘역을 통합한 예가 있는 만큼, 부족한 묘역 공간과 국토 면적을 고려해 장군 묘역도 장교·사병과 통합해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조성된 괴산 호국원 등 국립묘역에는 부족한 공간을 고려해 한 자리에 60~120위를 안장할 수 있는 자연장(잔디장·葬)이 도입된 상태다.

해외 사례도 시사점이 크다.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영웅들이 영면해 있는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는 신분에 따라 구역을 나누지 않고 대통령과 장군, 장교, 사병 모두가 1.3평 정도 되는 면적에 안정되며, 안장 순서에 따라 장소가 정해진다. 이곳에 안장된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1.3평의 묘역에 안장됐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도 신분에 차별을 두지 않고 국가 유공자들에게 모두 1.5평 정도의 묘역을 동등하게 제공하며, 이스라엘이나 프랑스 역시 묘역 넓이에 신분에 따른 별도의 차등을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한 장군이나 전쟁 영웅의 무덤을 찾으려고 해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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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AP/뉴시스]'올드 가드'로도 알려진 미 제3 보병연대 소속 대원들이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묘비마다 성조기를 꽂으며 앞서간 전쟁 영웅들을 기리고 있다. 2019.05.24. (사진=뉴시스DB)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예비역 육군중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현재까지 조성된 묘역은 어쩔 수 없지만 이제부터는 장군이든 장교든 병사든 순서대로, 똑같은 크기로 묘역을 조성하는 것이 국토 활용 부분이나 시대 정신에 있어서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며 "무공이 있다든지 꼭 기려야 할 분이 있다면 철저한 심사를 통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에서는 사병 묘역에 묻힌 채명신 장군(퇴역 중장) 이야기가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8평짜리 장군 묘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논쟁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인다.

'베트남 전쟁 영웅'으로 불리는 채 장군은 평소 "내가 장군이 된 것은 전쟁터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린 사병들이 있었기 때문이니 내가 죽으면 나를 국립묘지의 장군묘역에 묻지 말고 월남에서 전사한 사병들의 묘역에 묻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유언에 따라 지난 2013년 서울현충원 사병 묘역에 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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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베트남 전쟁 당시 초대 주월남 한국군 사령관을 지낸 채 장군은 유언에 따라 장성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현충원 사병묘역에 안장됐다. 2013.12.27. (사진=뉴시스DB)

한편, 12·12군사반란을 일으키고 5·18민주화운동을 탄압해 내란죄 등으로 처벌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국가원수를 지냈지만 사후 국립묘지에 묻히지 못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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