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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한미 균열 본격 시도…"고질적 친미사대가 낳은 비극"

등록 2020-06-17 10: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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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비난 김여정, 돌연 한미 공조 비판

미국 전문가들 "미국 더 큰 양보 요구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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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뉴시스]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것으로 알려진 16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대 군 관측 장비에 개성공단 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모습이 담겨 있다. 통일부는 북한이 이날 오후 2시 49분께 남북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고 밝혔다. (사진=국방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항의에 집중해온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본격적으로 한미 동맹 균열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김 제1부부장은 북미 협상 교착 상태에도 한미 공조라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우리 정부를 겨냥해 불만을 쏟아냈다.

김 제1부부장은 17일 오전 담화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바와 같이 훌륭했던 북남합의가 한걸음도 이행의 빛을 보지 못한 것은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미국)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김 제1부부장은 또 "전쟁놀이를 하라고 하면 전쟁놀이를 하고 첨단무기를 사가라고 하면 허둥지둥 천문학적 혈세를 섬겨 바칠 때 저들의 미련한 행동이 북남합의에 대한 난폭한 위반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 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신무기 도입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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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AP/뉴시스]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강력히 반발하며 "남측이 이를 방치하면 남북 군사합의 파기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호찌민의 묘소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2020.06.04.
그는 "지난 2년간 남조선당국은 민족자주가 아니라 북남관계와 조미관계의 선순환이라는 엉뚱한 정책에 매진해왔고 뒤늦게나마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흰목을 뽑아들 때에조차 제재의 틀 안에서 라는 전제조건을 절대적으로 덧붙여왔다"며 "오늘 북남관계가 미국의 농락물로 전락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집요하고 고질적인 친미사대와 굴종주의가 낳은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김 제1부부장은 그러면서 "사대와 굴종은 자멸을 부르는 전주곡"이라며 "뿌리 깊은 사대주의 근성에 시달리며 오욕과 자멸에로 줄달음치고 있는 이토록 비굴하고 굴종적인 상대와 더 이상 북남관계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이 굳어질 대로 굳어진 우리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김 제1부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북미 비핵화 협상 단절 상황에서도 한미 공조를 깨지 않는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를 통해 한미간 균열을 일으키려는 노림수도 읽힌다.

김 제1부부장의 최근 행보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악화시킴으로써 미국 정부의 관심을 끌어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이끌어 내려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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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0.06.01. [email protected]
미국 민간연구기관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1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측의 이번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잠재적 도발 경고를 통해 미국이 더 큰 양보를 하도록 강요하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이 방송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접근에 대한 명백한 거절을 표현하는 것이며 북한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미국 측에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대북제재는 완화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위협을 종식시켰다'고 자화자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민주주의 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단순히 한미 간 동맹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 사이를 틀어지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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