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무엇이 문제] `깜깜이 펀드' 셀수도 없어…`페어펀드' 도입 필요
DLF·라임 이어 해외대체펀드 뇌관영세 운용사 실사 제대로 안 받아"해외처럼 징벌적 과징금 부과해야"한국형 '페어펀드' 도입 검토 필요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투자자의 해외펀드 총투자액은 지난 연말을 기준으로 200조원을 넘었으며, 이 중 절반 가량이 대체자산에 투자돼 있다. 대체투자는 주식·채권 등 전통적 투자상품을 제외한 부동산·인프라·원자재·항공기·선박 등 대안의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주로 자산운용사들이 설계를 해 펀드를 만들고, 이를 은행과 증권사들이 파는 구조다. 구체적으로 해외펀드 투자액은 총 202조58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대체투자로 구분되는 해외 부동산펀드는 57조2024억원, 항공기·선박·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해외 특별자산펀드는 52조684억원이다. 해외 대체투자는 5년 동안 7.2배나 급증했다. 해외 대체투자 판매액은 2014년 말 14조2000억원에서 올해 4월말 현재 102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해외 대체투자가 늘어난 만큼, 사고도 증가했다. 최근 줄줄이 터진 부실펀드 문제는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였다. 지난해 하반기에 KB증권의 호주부동산펀드, 신한금융투자의 독일 헤리지티 파생결합증권(DLS)이 환매중단을 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하나은행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채권 펀드가 환매를 중단했다. 이들 펀드는 당초 상품설명과 다른 부실자산을 편입해 자산수익률이 급감하거나 수익률과 투자자산 가치를 허위보고하는 등의 문제로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가 일어났다.
비상장 자산운용사는 법적으로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연 1회 받아야 하고, 운용사의 펀드들도 함께 감사를 받는다. 이때 해외 대체투자펀드를 현지 실사하려면 비용부담이 크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운용사가 제공하는 자료를 보는 수준에서 형식적인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한 회계사는 "해외대체투자 펀드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받으려면 펀드가 운용하는 자산 중에 해외 자산이 있으면 해외를 직접 방문해 실사를 해야한다. 영세한 운용사는 비용이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 힘들다"면서 "펀드들을 디테일하게 감사를 하고 싶지만 실사를 하려면 해외도 나가야하고 수 천만원에서 수 억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운용사의 운용보수로는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회계사는 "수백개 수천개의 펀드가 담겨있는 데 이를 제대로 보려면 시간이 엄청나게 걸린다. 펀드의 총 투자금액이나 운용 내역이 담긴 자료를 가지고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밖에 없어 한계가 있고 회사 측도 원하지도 않는다"면서 "제대로 된 실사 없이 운용사에서 제공한 보고서 만으로 제대로 된 가치평가가 안 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사모펀드에 대해 불법행위 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사후관리에 충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자유롭게 운용하라고, 위험한 투자도 하라는 게 사모펀드의 기본적인 접근 방식인데 사후규제 방식으로 대응하는게 가장 합리적"이라며 "책임과 처벌을 무겁게 가져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또 불법적 판매행위 적발 시 임원 해임 권고 등 인적 제재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해외처럼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사모펀드의 소유·운용·공시규제 등 해외 보다 규제 강도가 세지만 제재는 미약해 금전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형 '페어펀드(Fair Fund)'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페어펀드'란 불완전판매 행위자에게 과징금·벌금 등을 부과한 뒤 이를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반환해주는 구제기금으로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최근 라임과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으로 주목받았으며 금융당국에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국내의 경우 불공정거래·불완전판매 행위로 소액·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되지만, 소제기의 어려움으로 배상을 받는 것은 물론 배상 압력을 통한 불공정거래·불완전판매 억제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사의 책임을 입증하는 데 민·형사 소송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일반 투자자들이 구제나 배상을 받는 비중도 적다"면서 "그 주기를 단축 시켜주고 투자자 보호의 실효성 높이기 위해 투자자보호 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