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피아니스트 지용,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여정'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지용(29)은 심사위원 중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그의 피아노 경력만큼은 이들 못지 않게 길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엄마가 음악학원을 하다 보니 피아노가 많았다. 피아노 소리를 좋아했다." 절대음감을 지니고 태어난 지용은 4살 때 한 음악을 듣고 악보없이 피아노로 그 곡을 연주했다. 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그의 부모는 음악적으로 전폭 지원하기 위해 그의 나이 8살 때 가족 모두 미국으로 이주한다. 지용은 "미국에 갈 때는 ABCD도 몰랐다. 백인들만 다니는 사립 카톨릭학교에 들어가다 보니 영어를 빨리 배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나이도 상대적으로 어렸기 때문에 빨리 배울 수 있었다. 누나는 나보다 5살이 많은데, 당시에 고생 좀 했다"며 웃었다.
2년 뒤 10살 때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영 아티스트 콩쿠르에 최연소로 입상했다. 하지만 지용은 이런 타이틀에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 "큰 의미를 느끼지 않는다. 음악이 좋아서 피아노를 한 것 뿐이다. 피아노 연습하는 자체도 좋아한다. 물론 뉴욕 필하모닉과의 공연은 '어메이징'했다." 그는 이후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 IMG에 역대 최연소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해외의 유수의 교향악단들과 협연했으며, 아스펜 음악제 독주회를 포함해 마이애미, 뉴욕, 올랜도 등에서 독주회도 열었다. 쉼없이 일에 몰두하던 그는 2009년 IMG를 떠나며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그는 이 시기에 대해 "나를 찾아가는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지용은 이 시기를 거치며 클래식 음악에만 갇히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전까지는)항상 계속해서 뭔가를 하고 계속 나아 갔었다. 이때는 냉정하게 나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기였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탐구하고 싶다. 그때 단순히 클래식 음악가로 스스로를 한정하지 말아야 겠다고 결론지었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좋아한다. 일렉트로닉 음악은 현시대의 소리 같다. 들으면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2009년 앙상블 디토 멤버로 활동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한국 활동을 시작했던 그는 지난해 디토의 활동이 종료되자, 멤버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과 함께 '이상 트리오'를 결성했다. 이상 트리오는 8월 첫 무대를 앞두고 있다. 그룹 이름인 '이상'에는 작가 이상과 작곡가 윤이상, 이상향의 의미가 모두 내포돼 있다. 예술계의 전설적인 두 거물, 작가 '이상'과 작곡가 윤'이상'의 세계를 이어받아 자신들만의 음악적 '이상'향을 찾는 게 목표다. 오는 8월 공연에서는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여정'이라는 테마로 '멘델스존 피아노 삼중주 1번'과 앞으로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대표하는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삼중주 2번'을 연주한다. 지용은 "가장 잘 알려진 피아노 트리오 곡들이기도 하고, 주제랑도 잘 맞는다"고 선곡에 대해 설명했다.
지용은 "음악 역사에서 3화음의 발견은 혁명과도 같다. 3화음을 통해 음악을 분석하고 작곡할 수 있다. 3화음이 없다면 소리가 텅 비게 들린다. 3화음을 통해 음악은 좀 더 완전해질 수 있었다"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지용이 생각하는 피아노의 매력은 무엇일까? "피아노는 낼 수 있는 소리의 색깔, 범위가 아주 크다. 낼 수 있는 소리가 한계가 없다. 페달과 손 기술만 있으면, 바이올린 소리, 비올라 소리, 첼로 소리도 흉내낼 수 있다." 이상 트리오의 공연은 8월29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