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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같은 화가…임동식 '일어나 올라가' 개인전

등록 2020-08-19 15:08:31   최종수정 2020-08-31 11: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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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에서 그림·기록물등 300여점 전시

80년대 '야투' 퍼포먼스 작가로 유명…순수 예술 추구

친구가 소개하는 자연 화폭 담아…충남 공주서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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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시립미술관,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개인전.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2020.8.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충남 공주에서 친구(우평남)와 함께 자연을 누비며 화폭에 그림을 담아내는 임동식(75)화백이 50년 화업 활동을 한자리에 공개했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실에서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전을 19일 언론에 선보였다.

 자연과 현장을 예술의 배경으로 인식하고 평생 '자연인' 같은 예술세계를 펼쳐 온 임동식 화백의 개인전으로 회화, 드로잉, 사진 및 각종 아카이브 등 총 300여 점의 작품과 기록물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일어나 올라가’는 1981년 여름 공주 금강에서 임동식의 주도로 시작된 '야투(野投)-야외현장미술연구회'에서 선보인 작가의 퍼포먼스 제목에서 차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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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임동식, 일어나, 2019-2020, 캔버스에 유채, 104.5×149 cm, 사진_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제작지원.

임동식의 예술세계 저변에는 사라져가는 자연 그대로의 것에 대한 사랑과 안타까움이 있다. 순수한 자연상태에 과한 균열을 가하는 행위를 지양하고 무위(無爲)의 몸짓으로 틈을 만들어 그 자체로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예술을 추구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이승아 학예연구사는 "자연과 예술의 경계선상에서 임화백의 작품은 고도로 함축적이고 축약된 표현을 통해 시(詩)에 드러나는 미학적 정서와 닮아 있다"고 평했다. 자연과 삶을 대상으로 안팎이 연결된 무한 순환적인 임동식의 예술 방법론은 회화에서도 적용되어 독특한 회화적 언어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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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동식, 풀잎과 마주한 생각, 1992-2018, 캔버스에 유채, 91×116.8 cm, 정지욱 소장. 사진=스튜디오엔아이엔.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2020.8.19. [email protected]

이 학예연구사는 "자연과 동등한 관계로 상호 교감하는 미묘한 순간을 가장 자연적인 형태로 묘사하기 위해 긴 세월에 걸쳐 구조, 안료, 표현 방식 등을 끊임없이 실험하여 ‘개작’을 하는데, 떠오른 시상(詩想)에 잠겨 시를 반복해 가다듬는 과정과 닮아 있다"며 "동양화의 여백처럼 보는 이가 사유할 수 있는 틈을 주거나, 심지어 비나 눈이 내리는 현재 진행적인 효과를 내어 그 사이공간의 공기층까지 느끼게 하는 동시에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연결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친구 우평남과의 만남은 임동식의 자연 예술세계의 깊이와 폭을 한층 넓히는 계기가 됐다. 친구는 아름다운 장소를 임동식에게 소개하고, 임동식은 벗이 권하는 풍경을 화폭에 담으며 화답했다.

임동식 화백은 친구 우평남을 ‘자연예술가’라 칭한다. 그는 "‘0’의 상태에 무언가를 더하고 빼며 작위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나를 반추해보며, 삶 안에서 미적 의식을 끌어내는 친구의 순수한 눈을 닮고자 한다"고 전했다.

최근 임 화백은 동료들의 과거 작업을 소환하여 회화의 주제로 삼고 있다. 또 20여년 전 미처 기록되지 못한 동료의 퍼포먼스를 기록하고자 시도하여, 이를 글과 사진으로 '예술과 마을'에 실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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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화가 임동식.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2020.8.19. [email protected]임동식은 1945년 충남 연기군에서 출생하여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함부르크 조형예술대학 자유미술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에는 독일 알토나 미술상을 수상했다. 한국미술청년작가회와 야투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자연과 벗을 삼아 끊임없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탐구했다. 독일에서 귀국 후 공주 원골 마을에 터를 잡고 ‘예즉농 농즉예’를 주창하며 기획한 '예술과 마을'은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친구가 권유하여 다시 붓을 들게 된 임동식은 현재 공주에서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반추하며 새로운 개념의 아카이브로서 회화를 제안하고 고민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임동식 특유의 미학적 행로가 시작 된 기념비적 순간을 역동적으로 포착한다. 197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는 작가의 예술기록 자원을 전시로 풀어내 자연, 삶, 예술의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평생 끈질긴 퍼포머이자 꼼꼼한 아키비스트의 면모를 보여 온 작가를 재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신작은 회화로써 유실된 기록을 재구성하고자 시도하는 새로운 개념의 창작물이자 아카이브이다. 그의 회화는 과거 자연에서 행한 퍼포먼스에 대한 ‘재연’을 넘어선 새로운 ‘해석’으로서, 사진과 영상 등의 기술 매체가 담아내지 못하는 기억과 감정의 흔적이 가감, 증폭된 한 편의 시(詩)와 같다.
 
서울시립미술관 백지숙 관장은 “이번 전시는 임동식이 50여년에 걸쳐 수행하고 창작한 퍼포먼스와 회화, 드로잉, 설치 등의 작품과 꾸준하고 집요하게 수행해온 아카이빙의 결과가 함께 펼쳐지는 자리다. 어떤 개념적 틀로도 쉽게 포획되지 않는 임동식의 일생에 걸친 미학적 궤적은 일상의 제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관객들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거장을 재발견하는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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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시립미술관,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개인전.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2020.8.19. [email protected]

전시는 시대적 흐름과 특징에 따라 크게 ‘몸짓’, ‘몰입’, ‘마을’, ‘시상’ 등 4개 주제로 선보인다.  저항, 자연교감적 퍼포먼스에 이어 사실과 상상의 영역을 넘나드는 회화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지배적 경향에 휩쓸리지 않고 자유로이 펼쳐 온 임 화백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조명했다.

 이 전시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2021년 12월 개관 예정)의 건립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시 문화본부와 공동 기획하여, 향후 미술관의 분관 체제를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프로젝트다. 임동식 화백은 서울시에 자신의 아카이브 1300여건(5000여 점)을 기증한 바 있다.

전시 연계프로그램으로  9월 중순 이후부터 서울시립미술관 SNS채널에서 이번 전시의 아카이브를 들려주는 '아카이브 스토리' 콘텐츠가 매주 수요일 밤에 소개된다. 10월 중에는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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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시립미술관,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개인전.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2020.8.19. [email protected]

한편 서울시립미술관은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 고강도 조치로 격상됨에 따라 19일부터 잠정적으로 휴관한다. 휴관 중에는 SNS채널을 통한 온라인 전시 관람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임동식 개인전 전시는 11월22일까지.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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