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푸어]특고 등 고용안정지원금 신청에 176만명 '북새통'
코로나 휴업·휴직 속출에 3개월간 50만원씩문의 쇄도·접속 폭주…지원금 지연에 민원도176만3555명 몰려…지급액 1.7조, 예산 넘어급한 불은 껐지만…고용부 "연장 계획 없어"전문가 "재난지원금 선별 등 추가지원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이 급감한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 노동자에 150만원을 지급하는 정부의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신청 접수 결과다. 사상 유례 없는 코로나19 사태는 학습지교사, 대리운전기사, 방문판매원 같은 고용상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당장 일거리가 '뚝' 끊겼다. 대구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1년 넘게 수영 강사로 일한 정모(33)씨는 지난 3월 돌연 일을 그만둬야 했다. 당시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스포츠센터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정씨는 "다른 지역에 있는 스포츠센터도 알아봤지만 코로나19가 곳곳으로 번지면서 대부분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며 "갑자기 소득이 줄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2년 가까이 부었던 적금을 깰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와 같은 사례가 속출하자 고용노동부(고용부)는 지난 5월 특별 대책으로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시행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소득이나 매출이 크게 줄어든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나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 근로자의 생계안정 지원을 위해 3개월간 50만원씩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특고,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는 고용보험 미가입자로 올해 3~4월 소득이나 매출이 25% 이상 감소하고 무급휴직 근로자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고용보험 가입자로 3~5월 30일 이상 무급으로 휴직한 사람이 대상이다.
6월1일부터 7월20일까지 진행된 고용안정지원금 신청에는 첫날부터 관련 문의가 쇄도했다. 접수는 온라인으로 이뤄졌지만 고용안정지원금 전담 콜센터로 지원 대상과 요건을 확인하기 위한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특히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용 홈페이지 접속은 수차례 지연되거나 끊기기도 했다. 신청 이틀 만에 접수된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건수만 12만건을 넘어섰다. 정부는 7월1일부터 개시할 예정이었던 오프라인 신청 접수도 앞당겼다. 컴퓨터나 모바일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현장 신청 첫날인 6월22일 전국 곳곳의 고용복지센터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신청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청주고용복지센터를 찾은 자영업자 윤모(72·여)씨는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줄어서 세 달 넘게 가게 월세만 간신히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지원금 덕분에 한숨은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청이 몰린 데다 처리까지 지연되면서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고용부는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 직원을 심사 업무에 투입하는 '집중처리 기간'을 운영하기도 했다. 신청 마지막 날인 7월20일까지 접수된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건수는 총 176만3555건이었다. 정부가 예상했던 지원 대상 114만명보다 약 62만명 더 많은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신청자가 웃돌면서 지급액 역시 당초 예산(1조51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달 28일 기준 173만7627건(98.5%)의 심사가 완료된 가운데 지급액은 총 1조7168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예비비 4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늦어도 이달 초까지는 지원금이 모두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일단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지속되면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원금이 이미 바닥 났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연장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지만 고용부는 선을 긋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연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검토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용상 취약계층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은 의미가 있는 만큼 추가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특히 현재 '뜨거운 감자'인 2차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을 통해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고용상 위기에 처한 분들을 중심으로 한 지원은 좀 더 해야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재난지원금은 전국민이 아닌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은 최소 3개월 더 연장할 필요가 있다"며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정말 어려운 사람을 선별해 재난지원금을 효과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