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푸어]홍등가도 세운 바이러스…자영업자들 ‘생계막막’
영등포 집창촌도 코로나19에 불꺼져...한시적 휴업이 지역 먹자골목 업주들, 배달 등 생존 해법 골몰확진자 꼬리 무는 강원도, 커피숍 매출 절반 '뚝'“전광훈 목사 집회 참석 정부가 막았어야” 아쉬움도
영등포 도심을 내려다보며 우뚝 서 있는 백화점 중앙시계탑이 먹자골목과 집창촌 양쪽을 가르는 분기점이다. 광장 앞 횡단보도를 건넌 뒤 10여 미터를 이동하면 우측으로 먹자골목이 이어진다. 골목 초입에 박사보쌈, 십원집, 삼다수 흑돼지, 리춘시장, 토평한우소곱창을 비롯한 음식점이 끝도없이 펼쳐진다. 반면, 먹자골목 초입을 가로지르는 도로 맞은편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홍등가가 그곳이다. 이날 밤 9시30분쯤, 평소 같으면 주말을 앞두고 취객 등으로 분주할 집창촌은 깊은 어둠속에 잠겨 있다. 영업장 쇼윈도에는 커튼이 깊게 드리워져 있고, 취객들을 상대로 '휘파리(호객행위)'를 날리는 집창촌 여성들도 자취를 감췄다. 붉은색 조명이 완전히 꺼진 곳도 있고, 간혹 불빛이 흘러나오는 곳들도 있지만 이들 매장에는 공통적으로 A4용지 크기의 안내문 한장이 붙어 있다. “코로나로 인한 유흥업소 자진 영업 중단에 동참하고자 저희 영등포 성노동자들은 휴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불 꺼진 집창촌 창 밖에 성 노동자 대표 외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내걸린 안내문 내용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집창촌도, 그 주변의 자영업자들도 멈춰 세웠다. 집창촌 주변의 양꼬치집, 미장원, 식당 모두 사정은 비슷하다.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들부터 무너뜨린다. ◊다시 창궐하는 바이러스, 집창촌 주변 자영업자들도 '비명'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집창촌 맞은편에 위치한 먹자골목도 방문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 골목 초입에 있는 한 무한리필 참치가게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는 한동훈(가명) 씨. 올해 40대 중반이라는 한 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그는 “이 시간대면 사람들이 버글버글해야 하는데, 줄어도 너무 줄었다”며 “오늘(28일) 하루 매출도 평소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테이블을 오가며 부지런히 참치를 썰어 올리는 한 씨는 “다음 주부터는 시간제라도 뛰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일반음식점들은 음식을 팔아서는 이윤을 거의 남기지 못한다”며 “술을 팔아 돈을 버는 구존데, 이번 조치로 그걸 못하게 됐으니”라고 하소연했다. 이 매장 사장이 내놓은 자구책은 배달이다. ‘배달의 민족’ 측과 협의 중이라고 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씨는 “힘들다. 요즘은 시간제 자리도 별로 없다”고 했다. 실제로 작년까지만 해도 ‘불금’이면 불야성을 이루던 영등포 먹자골목 거리는 밤 11시가 넘자 파장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 시간대 먹자골목 안쪽 좌우로 늘어선 음식점 중 손님이 없는 점포도 눈길을 끌었다. 한두팀이 술잔을 기울이는 곳은 부지기수다. 이들 매장 안에는 사장인지, 종업원인지 가늠하기 힘든 40~50대 여성들이 연신 테이블을 훔치거나, 입구 쪽 테이블에 앉은 채 문밖을 주시했다. ◊불금 불야성은 옛말…먹자골목도 코로나속 분위기 ‘싸늘’ 잠시 숨을 죽이던 역병(코로나19)이 15일 광화문 집회를 기점으로 다시 창궐하면서 전국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방역 당국이 지난 28일 오후 전격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대거 포진한 식당 영업을 제한하고 있어 그 충격파는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의 사정권인 수도권 일반음식점만 따져봐도 많게는 70만여 개, 적게는 28만8000여 곳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자영업자수는 2018년 9월 기준 전체 노동자의 25.3%에 달한다.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 종사자를 포함한 비임금 노동자는 약 685만명에 달한다. 자영업 종사 임금노동자를 합치면 그 수는 1000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수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발한 올해 1월이후 7월까지 8만여명이 증가했다. 경기가 얼어붙으며 직장에서 밀려난 임금노동자들이 새로 진입한 결과로 풀이된다. 고용 등 경제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자영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공멸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순환의 충격에 취약한 자영업 위기론은 늘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외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 이근재 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 이후) 수도권의 호프집, 24시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초토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정부 지원금과 대출금에 희망을 걸고 있다는 것을 국회와 정부가 인식하고 국회를 하루빨리 정상화 해야 한다"면서 "매출 추락과 대량 실업이 예상되는 시점이다. 더이상 대증 요법이 아니라, 무더기 폐업과 임대료·임금마찰 등 불안정 경제구조를 바꿔낼 근본적인 대책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한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소상공인 긴급대출 시즌2'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여성, 장애인, 청년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1000만원 긴급대출이다. 소진공은 앞서 지난 3월25일부터 4월29일까지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해 저신용자 1만5000여건을 포함한 6만2190건의 대출지원을 시행한 바 있다. 이번 대출은 예산 500억원이 소진될 때 까지 운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