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벌]고시원생 승낙없이 짐 뺀 관리인…"주거침입"
계약기간 만료 전 물건 임의로 폐기 처분"관리자로서 들어간 것…고의 없다" 항변1심 "주거침입·재물손괴 맞다" 벌금 30만2심 "급박한 사정 없어…정당행위 아니다"서울 중구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6월29일 퇴실한 B양의 방에 들어갔다. 당시 계약기간은 같은해 7월5일까지였지만, B양은 미리 퇴실한 상태였다. 당시 B양은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며 일부 짐을 가져갔고, 퇴실하며 마주친 A씨 아들에게 "남은 물건이 있어 한 번은 올라올 거다"라고 말했다. 고시원 방이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자 A씨는 아들에게 B양이 퇴실한 것인지 여부를 물었고, 아들은 퇴실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후 A씨는 방에 있는 물건을 가져갈지 여부를 B양에게 문자메시지로 물었다. 답이 없자 A씨는 다음날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고, 내일 다른 사람이 입실해 정리해야 하므로 방에 있는 물건을 모두 버리겠다'고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A씨는 지난해 7월2일 오후 10시30분께 B양의 방에 들어가 이불 1개와 교과서 2권을 임의로 폐기처분했다. 해당 물건은 합계 25만원 상당이었다. 검찰은 A씨가 임의로 들어가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했으며 피해자 소유의 재물을 손괴했다고 보고 주거침입 혐의와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방에 들어가 일부 물건을 버린 사실은 인정하나, 관리자로서 방에 들어가 주거의 평온을 해한 바 없다"며 "재물손괴와 관련해 B양의 묵시적 동의 내지 승낙이 있었다고 이해해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김세현 판사는 주거침입 및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A씨는 방에 있는 물건을 가져갈지 여부를 묻는 메시지를 보냈으므로 그 무렵 방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기간이 며칠 남았음에도 메시지만 보내 물건을 처분하겠다고만 하고 의사를 확실히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B양 입장에서는 계약기간이 남아 그때까지는 자신이 둔 물건을 고시원에서 버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라며 "B양이 메시지를 못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A씨의 주거침입 내지 재물손괴를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의하지 않고 방에 침입했고 재물도 손괴했다"며 "B씨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에 의하면 피해액의 합계액은 25만원 상당"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A씨는 "이 사건 방에 들어간 행위는 고시원 관리자로서 정당행위"라며 "B양에게 물건을 버려도 되는지 의사를 타진했으나 답을 받지 못해 묵시적 동의로 이해하고 물건을 버린 것이라 재물손괴 범의가 없었다"고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부장판사 김병수)도 주거침입 및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퇴실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답을 들었음에도 이 사건 물건을 들고나왔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적어도 계약기간 전에는 비상연락처로 연락을 취해 B양 의사를 분명히 확인했어야 하나 그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A씨가 고시원 관리자라 하더라도 타인이 점유하는 방에 함부로 침입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B씨의 동의 없이 방에 침입해야 할 불가피하거나 급박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아 정당행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