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절벽' 본격화…"보유세 높이되 거래세 낮춰야"
서울 아파트 매매량 57% 급감…매도·매수자 '관망세'거래세 낮춰 매물 잠김 현상 해소·거래 정상화 필요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매도인과 매수인이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워낙 커서 거래가 안 돼요."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의 대장주라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 거래 현황을 묻는 뉴시스 취재진에게 "매물이 아예 없고,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사실상 거래절벽이나 다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규제 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주택 거래가 끊겼다"며 "거래가 없다 보니 주택시장도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과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주택시장에 '거래절벽'이 본격화되고 있다.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절벽'을 넘어 '냉각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 시세보다 수억원 떨어진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가 하면, 또 다른 지역에서는 신고가(新高價)를 경신하는 거래가 성사되는 등 주택시장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급매물 거래를 예로 들며 집값이 하락으로 전환되는 신호라고 해석하지만, 일부 거래만으로 주택시장 전체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실제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5주 연속 0.01%의 상승률을 유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한 달 사이 57%가 감소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이유도 있지만, 7월 말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낀 매물'의 거래가 급감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8만5272건으로 7월(14만1419건)보다 39.7% 감소했다. 서울은 아파트 거래가 급감했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880건으로, 7월(1만6002건)보다 57%나 감소했다. 또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29일 기준)에 신고 된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1705건에 불과하다. 주택시장에선 전반적인 매물 부족이 집값 하락을 막고,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세금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의 움직임이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끌어올리고,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도 최고 6.0%로 높였다. 정부는 종부세 과세표준 94억원(시가 123억5000만원) 초과 구간에 대해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현행 3.2%에서 6.0%로 상향하기로 했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4.0%로 올리겠다는 계획보다 2.0% 상승했다. 또 2주택 이하(조정대상지역 2주택 제외)의 경우 예정대로 2.7%에서 3.0%로 추진한다. 과표 50억~94억원(시가 69억~123억5000만원)의 경우 다주택자는 현행 2.5%에서 5.0%로 2배 올렸다. 또 과표 12억~50억원(시가 23억3000만원~69억원)도 다주택자는 1.8%에서 3.6%로 상향했다. 당분간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화된 종부세율은 내년 6월1일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시장을 관망하면서 매물을 서둘러 내놓거나 호가를 내리지는 않으면서 당장 집값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보유세 부담을 꾸준히 늘리는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거래세(양도세·취득세)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거래가 끊긴 부동산시장에서 거래세 인하시기를 놓칠 경우 시장 전체가 위축되면서 자칫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꾸준한 거래 없이 시세보다 낮은 일부 급매물만 가지고 집값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올해 6월까지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해주기도 했지만, 대상을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으로 제한하면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거래세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2015년 기준)는 국내총생산(GDP)대비 보유세 비중이 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보다 낮다. 다만 거래세 비중은 2.3%로 OECD 평균 0.8%보다 3배가량 높다. 이에 부동산관련 총 세 부담이 3.1%로 OECD 평균 1.9%보다 1.6배나 높다. 부동산 침체기에 가까운 거래절벽에도 정부의 예상만큼 매물이 늘지 않고, 집값도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는 거래세 인하에 대해 신중하다. 다주택자들이 부동산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 입장에서 거래세 인하는 자칫 투기세력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거래세 인하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을 설득해야 한다. 취등록세는 지방세로, 전반적인 세율 인하는 지방재정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지자체의 반발을 불러올 여지가 있다. 일부에선 국세인 종부세가 느는 만큼 이를 지방교부금으로 더 늘리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지자체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보유세를 꾸준히 올려 고가·다주택자에게 세금 부담을 늘리는 대신 한시적으로 거래세를 낮춰 부동산 거래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 인상 전에 한시적으로 양도세 부담을 낮춰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이 매물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종부세 인상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보유세를 꾸준히 강화하되, 거래세를 낮춰 주택 거래를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주택 거래 정상화를 위해서 단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세는 강화하더라도 중장기보유 양도세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완화해야 한다"며 "거래절벽 현상이 계속될 경우 거래세를 낮추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