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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친환경차 보급, 왜 부담은 소비자 몫인가" 쎄미시스코 이순종 대표

등록 2020-10-01 07:23:00   최종수정 2020-10-12 11: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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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일반 전기차 내놓은 중소중견기업

도심형 경차에서 코로나 시대 '차박' 다크호스로

전기차 가격 부담…소형차 중심 정부지원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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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쎄미시스코 이순종 대표. 2020.10.01. (사진=쎄미시스코 제공)
[서울=뉴시스] 조인우 기자 =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장악한 완성차 시장에 뛰어든 작은 기업이 있다. 그것도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전기차 시장이다. 국내 최초로 일반 전기차 '이브이 제타(EV Z)'를 내놓은 중소중견기업 쎄미시스코의 이순종 대표는 값비싼 전기차가 포진한 현 시장 구조에 이렇게 의문을 던진다. "친환경이 목적인데, 왜 소비자 개인이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나?"

◇반도체에서 전기차까지, 되는 것만 한다

쎄미시스코는 2000년 반도체 및 OLED 디스플레이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출발했다. 2011년 코스닥 상장 전후로 기술혁신에 힘입어 반도체 기술대상, 정보디스플레이 산업대상, 기술혁신대전 국무총리상, 대한민국벤처대상, 특허기술상 충무공상 등을 휩쓸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본사 벽면은 각종 특허증이 가득 채웠다.

잘 나가고 있는 반도체 기업이 돌연 전기차 분야로 발을 넓혔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생각에서다. "반도체는 그 기한이 조금 더 남은 듯 하지만, LCD는 이미 완벽하게 중국으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OLED 등도 아직까진 경쟁력이 있어도 언제 중국에 넘어갈 지 모른다고 봐야 하고요. 당연한 수순이죠. 단지 이를 대신해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가 문제죠."

이 대표는 반도체를 이을 다음 타자로 배터리 관련 산업을 지목했다. 배터리 검사 장비, 충전기를 넘어 완성차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사업차 다니던 중국에서다. "중국 전기차 회사를 수십군데 다니면서 봤어요. 그리고 느낌이 왔습니다. 작은 차는 해볼 만 하다."

◇최초의 기록, 이브이제타로 이어져

쎄미시스코의 20년 역사는 최초의 연속이다. 세종시에 최초로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지었고, 국내 최초로 전기차 전용 매장도 만들었다. 초소형 전기차 D2를 판매할 때는 국내 차량 브랜드 사상 최초로 이마트 판로를 개척했다. 이제는 일반전기차로 최초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7일 출시된 이브이 제타는 우리나라 최초로 중소중견기업이 제작한 일반 전기차다. 초소형차와의 가장 큰 차이는 고속도로 주행 가능 여부로 갈린다. 초소형차는 무게 제한이 있어 몇가지 안전사양에 대한 검사가 유예돼, 시속 제한·고속도로 통행 제한 등의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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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쎄미시스코 이브이 제타. 2020.10.01. (사진=쎄미시스코 제공)
이브이 제타는 쎄미시스코의 앞선 초소형차 D2에 비해 100㎞ 이상 늘어난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일반 전기차에서 요구되는 모든 안전사양을 탑재했다. 모노코크 방식으로 충돌에도 강할 뿐 아니라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해 배터리 성능도 확보했다.

"이브이 제타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전기차 경차입니다. 레이(기아차)와 스파크 EV(한국지엠)이 단종 되면서 전기차 중에서 경차로 분리된 건 저희가 유일합니다."

당초 목표로 했던 소비자는 도심 속 운전자다. 장보기나 쇼핑에 차가 필요한 가정주부, 자녀를 학교와 학원에 데려다주는 양육자, 출퇴근 용도로 쓰는 사회초년생 등이다. 작은 크기로 주차가 간편하고, 충전 역시 급속·일반·가정용 모두 가능하다는 게 강점으로 꼽혔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만나면서 새로운 수요가 생겼다. "차박, 혼자 여행 이런 게 트렌드가 됐죠. 해외나 멀리는 못 가니 이브이 제타를 타고 아무 때나, 아무 데나 가서 캠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차를 처음 기획했을 때보다 훨씬 더 다양한 쓰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됐죠."

지난 17일에는 출시와 함께 티몬에서 론칭쇼를 진행했다. 이 역시 국내 최초다. 실시간 접속자만 1만6000여명을 넘어서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방송 시간 중 티몬을 통해 판매된 차량 대수만 51대다.

이 대표에 따르면 수백대에 이르는 예약이 이미 확정됐다. 운행 및 주차의 편의성과 접근성 있는 가격 탓에 렌트카나 배달 차량 등 관련 기업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격이 제일 중요하다…"환경 부담, 소비자에게 넘겨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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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쎄미시스코 이브이 제타. 2020.10.01. (사진=쎄미시스코 제공)
이브이 제타의 출시 가격은 2750만원으로 결정됐다. 국고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추가 보조금을 적용하면 수도권 및 광역시에서 1380~1630만원에 구매 가능하다. 이 대표는 국고보조금 약 670만원, 각 지자체 보조금까지 총 1000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건 정설이다. 정부는 그린뉴딜을 통해 향후 5년간 73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를 보급하기로 했다. 전기차가 우리나라에 깔리기 시작한 지난 10년 간 보급된 수가 겨우 10만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속도다.

서울시는 특히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등록조차 못하게 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개인 간 중고차 거래도 안 된다는 뜻이다. 중고차로 되팔 수 없다면 2035년보다 10여년 앞선 2025년부터는 내연기관차를 구매하는 사람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모든 요인이 전기차를 살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음에도 전기차의 비싼 가격은 부담이다. 이 대표는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려면 무조건 싸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전기차를 보급해야 한다는 이유는 결국 환경 문제 때문이잖아요. 소비자의 양심이나 도덕성에 내연기관차와의 상당한 차액을 맡기는 부당한 것 같아요. 국가가 이를 보조해야 하는데, 유럽과 중국처럼 값 싼 전기차에 더 많은 지원을 해서 보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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