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우리 땅에 남은 유실 지뢰 5만발…휴전 후 600명 피해
8월 집중호우에 연인원 3200여명 지뢰 탐색매설된 지뢰 82만발 중 일부만 탐색·처리돼비무장지대 지뢰 제거에만 489년 소요 추정비금속 지뢰 탐색 못하는 탐지기 성능 도마20년간 군인 지뢰 피해 사망 3명, 부상 39명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지난 8월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지자 군에 비상이 걸렸다. 긴 장마와 잇따라 상륙한 태풍 탓에 산사태가 발생하고 강물이 넘치자 6·25전쟁 후 땅속에 숨겨져 있던 지뢰들이 지표면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추수를 앞둔 접경지역 농민들은 혹시 논에 나갔다가 지뢰를 밟지 않을까 불안감을 호소했고 군 장병들은 지뢰 탐색기를 들고 현장을 누벼야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8월초부터 중순까지 연인원 3200여명을 투입한 지뢰제거작전을 통해 유실 지뢰 200여발을 수거했다. 하지만 수거한 200여발은 전체 매설량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10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에 따르면 한반도에 지뢰가 매설돼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1308곳이다. 면적은 1만2816㎡고 여기에 묻힌 지뢰 수는 82만8000발로 추정된다.
매설된 수에 비해 군이 찾아내 처리한 실적은 초라한 수준이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20년간 우리 군이 발견한 지뢰는 모두 3577발이다. 지난해 893발로 가장 많았고 2011년이 808발로 2번째로 많았다. 미확인 지뢰지대가 202곳에 달한다는 점 역시 불안요소다. 미확인 지뢰지대란 지뢰지대 기록서 등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없지만 지뢰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다. 과거 지뢰사고 발생 사례, 매설 당시 목격자 또는 행정관서 제보, 거주민 증언, 군인 증언, 지뢰 다수 발견지역 등을 참고해 관할부대장이 미확인 지뢰지대를 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2010년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지뢰를 제거하는 데만 489년이 걸린다고 추정했다. 지형 특성에 따른 제거 방법이 다양해 지뢰 제거에 걸리는 시간을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추정치가 나온 것 자체가 지뢰 수색과 제거의 어려움을 방증한다. 전국 각지에 있는 37개 방공기지가 대표적인 지뢰 위험 지역이다. 군은 1960년부터 1980년까지 경남 김해, 부산 해운대, 서울, 경기 등에 있는 방공기지에 지뢰 5만855발을 묻었다. 올해까지 4만8000여발이 제거됐지만 아직 3000발 이상 남아있는 상태다. 게다가 전방지역 지뢰나 북한에서 유실돼 내려온 지뢰는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현재 전후방 각급 부대가 운영 중인 지뢰탐지기는 대부분 금속탐지기다. 올해 지뢰제거 작전에 투입된 지뢰탐지기 약 9346대 중 비금속탐지기 36대를 제외한 모두가 금속탐지기다. 문제는 매설된 지뢰가 대부분 비금속지뢰라는 점이다. 군이 최근 들어 발견한 지뢰 중 약 79%가 비금속 지뢰인 M14와 목함지뢰로 알려졌다. 발목지뢰라 불리는 북한 목함지뢰나 우리 M14지뢰는 금속탐지기로는 탐지가 안 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제거 작업이 진척되지 않는 동안 지뢰 폭발로 인한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20년간 군인 지뢰 피해 사망자는 3명, 부상자는 39명이다. 2002년 7명(사망 1명, 부상 6명) 이후 매년 1~4명이 지뢰 때문에 죽거나 다쳤다. 지난해도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민간인 피해자도 수백명에 이른다. 평화나눔회에 따르면 휴전 이후 민간인 지뢰 피해자는 608명이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239명, 부상자는 369명에 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