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가 진단한 한국사회...'미아로 산다는 것'
소련에서 태어나고, 러시아에서 자라, 한국에서 공부하고, 노르웨이에서 가르치는 한국인 박노자는 스스로 집을 떠난 사람이 되어 2020년 한국을 다시 사유한다. 이 책에서 자신의 자리를 되돌아본다.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한국에 귀화해 한국인이 됐지만 노르웨이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저자는 자신이 왜 탈러시아와 탈남(脫南)을 선택했는지 돌아보며, 자신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담담히 서술한다. 이 책은 또한 우리 사회의 가장 내밀한 곳, 즉 가족 질서의 실상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보기에 한국은 "산업화된 국가 가운데 가장 반여성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나라,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남성의 63%에 불과하고 여성에게는 그야말로 지옥이 되어버린" 사회다. 저자는 한국의 "성난 남성들”에게 왜 “강자에게 얻어맞고 약자를 때리는지"를 묻는다. 그는 우리 사회를 '급의 사회'로 규정한다. 우리 사회에서 소득 상위 1%는 가구당 평균 6.5채를 소유하고 상위 10%는 전체 부동산의 절반을 소유하지만, 47%는 집 없이 월세와 전세를 전전한다. 한 사람이 국내총생산 19%를 차지하는 대형 기업을 세습하고, 교회 담임목사 자리를 세습하고, 부동산을 세습한다.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미아가 된 구성원들이 연대가 아닌 혐오로 고립을 벗어나려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이에 저자는 우리에게 인간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안전한 집을 짓자고 제안한다. 252쪽, 한겨레출판사, 1만5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