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최대 70% 준다는데...갈아타야 하나(종합)
40대 남성 기준 실손보험 보험료, 1만929원이용량에 따라 보험료, 1만383원~4만3716원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정부가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는 내용의 4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를 예고했다. 이른바 의료 쇼핑으로 전체 보험료를 올리는 주범을 잡아내는 동시에 의료 이용이 적은 소비자들에게는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4세대 실손보험 보험료를 적용한 내 보험료는 어떻게 책정될까. 의료 이용량이 적은 가입자들의 경우, 기존 보험료의 최대 7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반대로 의료 이용량이 많은 경우에는 최대 4배의 할증이 붙어 오히려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이 때문에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기 전 자신의 보장내용이나 의료 이용 횟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장내용이 더 많고 자기부담금이 적은 기존 실손보험을 유지해야 된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이처럼 의료 이용량이 많은 소수의 보험가입자가 기존 실손보험에 머물게 되면 보험사의 손해율 개선은 물론 다수의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감면 혜택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실손의료보험 상품구조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 3800만명 이상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도 불린다. 보험 가입자가 쓴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부분을 실비로 보장해주는 보험이다. 그러나 과다 의료서비스 제공과 이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국민 대다수의 보험료 부담이 가중되고 보험사 손해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에 금융위는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비급여 전체를 특약으로 분리했다. 그러면서 보험료는 낮추고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다음해 보험료를 할인·할증토록 했다. 할인과 할증 구간은 총 5등급으로 나눴다. 1년간 보험금을 받은 적이 없다면 1등급에 해당돼 다음해에 5%의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40대 남성이 4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하면 주계약과 특약에 모두 가입해도 월 1만929원을 내게 된다. 만약 1년 동안 의료 이용기록이 없다면 다음해에 5%가 할인된 약 1만383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지급된 보험금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2등급이 유지되며 보험료 1만929원이 그대로 다음해에 반영된다. 반대로 3~5등급은 할증이 붙는다. 금융위는 할증 구간에 들어가는 대상자를 신실손 전체 가입자의 1.8%로 추산하고 있다. 3등급은 100%의 할증이 붙어 2만1858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4등급은 200%의 할증이 붙어 다음해에 3만2787만원의 보험료가 부과된다. 3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받은 5단계의 경우는 다음해에 300%의 할증이 붙는다. 약 4배에 달하는 4만3716원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처럼 보험금 할인과 할증은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매년 1만929원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기준 보험료는 낮아졌지만, 자기부담금과 통원 공제금액은 올랐다. 현재 입원이나 수술 시 급여 10~20%, 비급여 20%의 자기부담금을 급여는 20%, 비급여는 30%로 높였다. 또 통원치료 시에도 현재는 1~2만원을 공제하지만 급여는 1만원, 비급여는 3만원으로 올렸다. 사실상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의료 비용이 과거 보험에 비해 높아진 셈이다. 이러한 차등화 제도는 충분한 통계 확보를 위해 상품 출시 후 3년이 경과한 2024년 7월부터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편안으로 보험료가 대폭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가장 최근에 나왔던 이른바 착한실손에 비해서는 약 10%가 낮아졌고, 지난 2009년 이후에 출시된 표준화 실손에 비해 50%, 표준화 이전 실손에 비해서는 70%까지 인하됐다. 그렇다면 지금 갈아타는 게 소비자에게 좋을까. 보험료가 낮아졌다고 무턱대고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탔다가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의료 이용량과 보장내용, 현재 가입돼 있는 보험료 상승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지난 1999년 출시된 실손보험은 비급여 부분을 100% 보장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과잉 진료가 넘쳐났고 일부 가입자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의료 쇼핑이 만연했다. 그러자 정부가 나서서 총 세 번에 걸쳐 실손보험제도를 개선했다. 그러나 매번 비급여 진료의 풍선 효과는 잡히지 않았다. 결국 보험사의 손해율이 높아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반대로 소비자 입자에서는 과거의 실손보험이 보장 폭이 넓어 사실상 자기부담금 없이 의료 서비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 과거의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보험료 상승의 폭을 견디기 어려워 신실손보험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019년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실장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10%의 보험료 인상을 가졌갔을 때 표준화 실손의 경우는 40세에 2만5467원에서 70세에는 44만4384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예측했다. 소비자들이 보험사들이 올리는 보험료 인상 속도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다. 즉, 소비자들은 본인이 가입돼 있는 보험료 인상 속도와 함께 본인의 의료 이용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새로운 실손보험으로 갈아탈 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새롭게 출시되는 실손의료보험 상품은 기존 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하여 가격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며 "다만, 기존 상품 대비 보장내용, 자기부담금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본인의 건강상태, 의료이용 성향 등을 고려하여 전환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번 개편되는 실손의료보험은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른 보험료 차등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본인의 건강관리 정도, 비(非)필수적·선택적 의료인 비급여에 대한 합리적 의료이용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전환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