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한국사 너무 쉬워 논란…'코로나 수능' 배려하다 난이도 실패
영어 1등급 12.7%…"최저기준 도움 되나 정시 영향력 없어"한국사 '보너스 문제' 논란 이어서 34.3%가 1등급…14%p↑국·수로 당락 갈리는 풍선효과 심화…"한국사 1교시 옮겨야"
중장기적으로 일부 영역만을 절대평가로 치르고, 필수과목인 한국사 과목을 4교시에 치르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2일 교육계와 입시업계에서는 영어와 한국사 등 절대평가 과목이 특히 쉽게 출제된 이유가 코로나19로 인해 학습격차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쉬운 영어, 수시 최저학력기준 도움되나 정시는 아냐" 올해 수능 영어 영역에서 1등급은 12.66%로, 1~3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을 다 합하면 20만4805명(48.8%)으로 50%에 육박한다. 한국사 영역은 1등급만 34.3%로, 3명 중 1명 꼴로 1등급을 받았다. 지난해(20.3%)보다도 14%포인트 늘었다.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수학과 영어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해 출제한 것을 알 수 있다"면서도 "반면 국어가 소홀해 너무 어렵게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메가스터디교육평가연구소 남윤곤 소장은 역시 "올해 절대평가 과목은 코로나19 때문에 쉽게 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제당국도 이를 에둘러 인정했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원장은 22일 수능 채점결과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어려웠던 점을 적극 고려해 출제했다"고 말했다. 박도영 평가원 수능기획분석실장은 영어 등 일부 과목의 1등급이 12%가 넘는다는 지적에 대해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하면서 출제에 임했다"면서 "출제·검토진이 예상했던 고난도 문항의 어려운 정도가 예상보다 조금 더 쉽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상대평가인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은 등급별 비율이 정해져 있다. 반면 절대평가는 원점수 기준 영어 90점, 한국사 45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기 때문에 출제진의 의도가 등급에 바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다. 입시업계와 대학에서는 실제 이번 조치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는 수시모집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한 예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음대를 제외한 모집단위는 국어, 수학, 영어, 탐구 등 4개 영역 중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를 받아야 최종 합격된다.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해당 결원이 정시모집 인원으로 이월된다.
남윤곤 소장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상대적으로 맞추기 쉬워졌다고 볼 수 있다"며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는 전형이 학생부교과전형 또는 논술전형으로 대학 입장에서는 순조롭게 모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시모집에서는 오히려 혼란을 준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영어의 경우 1등급이 12% 이상인 만큼 최상위권 학생을 골라낼 수 있는 변별력이 없다는 뜻이다. 재수생 등 졸업생이 1등급을 받았더라도 재학생과 차별성을 둘 수도 없다. 임성호 대표는 "정시 변별력이 국어와 수학에 압축되다 보니 전 영역에서 고른 평가를 하는데 실패한 것"이라며 "정시에서 영어는 아무리 노력을 해서 잘 봤어도 아무 영향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사는 지난 3일 수능시험 직후 현대 남북관계 공적에 관한 20번 문항, 뗀석기 시대 유물 그림을 고르는 1번 문항이 지나치게 쉬워 '보너스 문제'라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두 문항은 3점짜리로 높은 점수로 책정됐지만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난도로 출제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영어 절대평가 풍선효과 키워…한국사 1교시로" 이처럼 올해 수능 영어·한국사 영역이 매년 난이도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일부 영역만을 절대평가로 치르는 현행 수능의 평가 방식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영어와 한국사가 수능에서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시행되기로 결정된 것은 지난 2014년이다.수능이 등급과 표준점수로 학생들을 줄세우고 사교육 부담을 늘려 공교육을 훼손한다는 지적에 교육부와 평가원이 한국사는 2017학년도, 영어는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입시업체에서도 수능 영어가 상위권 내에서는 변별력을 잃어 국어와 수학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풍선효과'가 심화되고 있다고 봤다. 임성호 대표는 "영어는 절대평가 도입 이래로 1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이 들쑥날쑥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면서 "올해 영어의 경우 서울 소재 대학에 들어가는 수험생들에게는 의미가 없는 과목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수능을 치를 수험생들은 영어 영역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 지 방향을 잡지 못할 것"이라며 "국어와 수학에 따라 결정되는 '모 아니면 도'식의 시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원은 한국사 영역은 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함양하겠다는 목적으로 매년 평이하게 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쉬워서 필수과목을 경시하는 인식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 소장은 "주요 대학 대부분이 한국사를 감점이라는 형태로 반영하며, 3~4등급만 맞으면 타격이 없다"면서 "1등급 비율이 높아버리면 3~4등급을 맞지 못하는 학생이 거의 없을 것인데 이걸 굳이 평가해야 할 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참에 한국사를 4교시에서 1교시로 옮기자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사가 절대평가 필수과목으로 바뀐 후 탐구영역 응시방식이 복잡해지면서 이른바 '4교시 부정행위'가 늘었기 때문이다. 현행 수능은 4교시 탐구영역은 한국사를 풀고 난 뒤 다른 탐구영역 선택과목을 풀어야 하는 형식이다. 탐구영역을 풀 때 한국사 영역 답안지에 손을 대면 부정행위로 처리돼 시험이 무효화된다. 임 대표는 "한국사는 이미 수험생들이 깊이 있게 공부하지 않는 영역이 된 지 오래였고, 올해의 경우 초등학생까지 풀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나왔다"며 "차라리 워밍업(몸풀기) 차원에서 1교시에 넣을 과목이지, 이렇게 한국사 과목을 방치할지는 (당국이) 재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