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전쟁]⑥최첨단 mRNA 백신, 새 역사 쓰나…韓 기술 없어
모더나·화이자의 mRNA백신, 인류에 첫 투여임상시험 효과는 90% 이상…변이 대응력 강점각국서 투여 시작효과 지속, 장기 안전성 관건추격 나선 중·러…아스트라제네카도 접종 임박국산 백신 4종은 임상 중…빨라야 연말 개발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불과 6개월 전까지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이렇게 빨리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수행돼야 하고 그 기간만 평균 10년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했고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백신의 첫 접종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성과물을 내놓은 회사는 화이자와 모더나다. 두 회사의 백신 모두 3상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9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의 백신은 지난달 8일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에서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모더나 백신도 지난달 21일 미국에서 접종을 시작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모두 전령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이다. 유전자 백신인 RNA 백신의 한 종류다. mRNA를 이용한 의약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약 30여년 전에 나왔지만 상용화에 성공해 인간에게 실제로 투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백신이 코로나19를 종식하는데 성공한다면 현대 과학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는 셈이다.
mRNA 백신, 감염 위험 없고 빨리 생산할 수 있는 장점 mRNA는 DNA에 저장돼 있는 유전 정보를 세포핵 바깥에 있는 세포질에 전달해 단백질을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mRNA 백신은 실제 바이러스를 우리 몸 안으로 넣는 전통적인 방식의 백신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활용한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우리 인체에 달라붙는 '돌기' 역할을 한다. mRNA 백신은 우리 몸 안에서 스파이크 단백질(항원) 생성을 유도하고, 면역계는 이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낸다.mRNA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61년이고 외부에서 들어간 mRNA가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게 알려진 것은 1990년대였다. 하지만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mRNA 백신과 관련한 연구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이 때문에 mRNA 백신 개발에서 앞서나가는 기업은 모더나, 화이자 등 몇 곳에 불과하다. 이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될 우려가 없고 DNA와 달리 mRNA가 우리 인체 유전체에 삽입될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또 바이러스나 단백질의 일부를 항원으로 사용하는 기존의 백신은 배양 과정이 매우 복잡하지만 mRNA 백신은 특정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만 알아내면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낼 수 있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백신이 가장 먼저 임상시험에서 성과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백신도 mRNA 방식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모더나와 화이자는 자사의 백신이 영국·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없더라도 6주 이내에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mRNA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자 서열이 나오면 그걸 합성해서 리피드 나노 파티클(Lipid nano particle·LNP)에 싸서 만들면 되니 (업체 측에서) 6주면 만든다고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독감 백신의 경우 계란에 독감바이러스를 접종해서 만들기 때문에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며 "세포배양백신도 계란을 사용하는 백신보다는 빠르긴 하지만 (mRNA 백신과 같은) 핵산 백신이 대응이 더 빠르다"고 덧붙였다.
아스트라제네카·얀센·중·러 등 추격 나서 하지만 모더나와 화이자가 반드시 백신 개발 경쟁에서 승리한다고 장담하긴 이르다. mRNA 백신이 인간에 처음으로 투여되는 만큼 아직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다. 통상 10여년이 걸리는 백신 개발 기간을 수개월로 단축해 상용화했기 때문에 효과성이나 장기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높은 가격과 유통의 어려움도 mRNA 백신의 약점으로 꼽힌다. mRNA는 일정 온도 이상에서 분해되는 매우 불안정한 물질이다. 이 때문에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에서 보관돼야 해 일반적인 백신(2~8도)보다 유통이 까다롭다. 가격도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른 업체의 백신보다 5배 가량 비싸다. 다른 방식의 백신을 만드는 업체들도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영국과 인도 등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접종을 앞두고 있다. 존슨앤드존슨과 얀센이 개발 중인 바이러스벡터 백신도 1월 미국에 긴급사용 승인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를 집어넣어 만든다. 또 러시아는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스푸트니크Ⅴ, 중국은 전통적인 불활화 방식의 시노백 백신의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접종에 들어갔다. 아르헨티나는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확보가 여의치 않자 러시아와 중국 백신을 도입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러시아 백신은 벨라루스와 아르헨티나 등에서 승인을 받았다. 터키와 브라질은 중국 백신을 도입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mRNA 백신도 이론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가다"라며 "지금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 대해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아서 현재 개발돼 있는 어떤 백신이 집단면역을 생성할 수 있을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산 백신 개발은 빨라야 올해 말…아직 기술력 못미쳐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백신 개발에 있어서는 글로벌 업체들보다 뒤져 있는 상황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등이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은 DNA 백신을, 셀리드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국산 백신이 빨라야 올해 말에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생백신이나 사백신 등 전통적인 백신과 관련한 기술은 뛰어나지만 mRNA 백신 등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은 아직 뒤쳐져 있다고 지적한다. 장희창 국립감염병연구소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뒤쳐진 것은 국내 제약사들이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다국적 제약사들이 적용한 mRNA, 벡터 등의 백신개발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