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and]'정인이 방지법' 처리됐지만…뒷북 입법에 'OOO법' 난립
여야 모처럼 한뜻…속전속결로 아동학대처벌법 처리지난해 6월 민법개정안 발의…사실상 한발 늦은 입법여야, '정인이' 이름만 붙인 유사한 법안 무더기 발의"피해 아동 이름 딴 졸속 입법 쏟아지는 상황 반복"무조건적 형량 강화 우려도…"오히려 기소 힘들어져"
그러나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하다 대형 사건·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여론 눈치를 보며 '뒷북입법'에 나서는 행태가 반복됐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건 피해자의 이름을 딴 'OOO법' 난립도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부모의 징계권을 삭제하는 민법 개정안,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신고가 접수되면 수사기관이 즉각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는 아동학대범죄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일명 '정인이 사건 방지법'이라 불리지만 국회가 처리를 미루다 정인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얻자 부랴부랴 통과시킨 법안들이기도 하다. 민법 개정안은 지난해 6월 충남 천안에서 양모에 의해 여행용 트렁크에 감금됐다가 숨진 9세 남아 사건 이후 법무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응급조치가 필요한 경우 사법경찰관이 아동학대자의 주거지나 자동차 등에 출입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한 법 역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서영교 의원이 각각 8월·9월에 이미 발의해 법사위에 계류돼 있었다. 여야가 먼저 관심을 갖고 해당 법안들을 논의했다면 아동학대 신고, 수사 사각지대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여야를 막론하고 '16개월 정인이법', '정인이 사건 방지법', '정인이 보호3법' 등 피해 아동의 이름을 딴 유사한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 아동학대 행위자 처벌 형량을 강화하는 등 유사한 내용을 담은 관련법 20여개가 새로 발의됐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아동학대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총 40여건 발의됐으나, 이 중 7건을 제외한 대부분은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하고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회기 만료로 폐기된 법안 중에는 아동학대행위자의 처벌 형량을 상향하고,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 대상을 확대하며 피해아동과 학대 행위자의 즉시 분리를 규정하는 등 현재 발의된 법안들과 유사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무조건적인 형량 강화 법안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현행법상 아동학대치사의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 중상해의 경우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아동학대 치사의 경우 최소 10년 이상에서 최대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아동학대치사의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 중상해의 경우 6년 이상 징역형으로 2배 이상 상향하는 '아동학대 무관용 처벌법'을 발의했다.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 심사 자료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이에 대해 "현행 아동학대치사의 법정형 하한(5년)은 살인죄의 법정형 하한(5년)과 동일한데, 개정안에서 하한을 10년으로 상향하는 것은 형사법 체계의 균형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나 역시 가해자 강력 처벌에 동의한다. 하지만 법정형 하한을 올려버리면 피해자들이 너무 힘들어진다"며 "기소도 되지 않을뿐더러 법정형이 높으면 법원에서도 높은 수준의 증거가 없을 시 무죄로 판결한다. 강하게 처벌하려면 하한선을 건드릴 것이 아니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권고양형을 상향조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여야는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 관련 법안들에 대해선 2월 임시국회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