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3]왜 '아이스 와인'일까?
[서울=뉴시스] 코로나19 시대 와인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의 자료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일부 대형 매장에서 와인의 판매량이 전체 주류 판매량의 약 30%에 달하면서 맥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사람들이 계속 집에만 머무르면서 주류의 소비패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와인은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마시기도 좋지만 사실 집에서 혼자 마시기에도 제격이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아이스 와인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아이스 와인은 마시는 시기가 아니라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와 방법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아이스 와인용 포도는 날씨가 추운 12월 중순에서 2월 사이에 수확하는데, 지금이 한창 수확이 이루어지는 시기다. 아이스 와인은 영하 섭씨 7~12도의 추운 날씨에서 당분이 농축된 상태로 수확하는 포도를 사용한다. 포도의 얼음 결정이 녹지 않게 한밤중이나 해뜨기 전 새벽에 수확한다. 포도 한알에서 3방울의 와인 즙이 나올 정도로 생산량이 적다. 그리고 일일이 수작업을 하고 발효기간도 길어 주로 375㎖나 500㎖의 작은 병을 사용한다. 용량에 비해 가격이 비싼 이유다. 아이스 와인의 도수는 7~13%로 일반 와인과 비슷하지만 당도가 높아 마실 때는 훨씬 약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여성들이 마시기 좋다. 포도 품종은 카베르네 프랑, 비달, 리즐링을 주로 사용하는데 샤르도네나 카베르네 쇼비뇽 품종을 사용하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주로 리즐링을 사용한다. 아이스 와인은 2000년 전 로마시대에 처음 양조된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 있지만 현재 우리가 마시는 아이스 와인은 1700년대 후반 독일 프랑켄 지역이 시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찍 닥친 한파 때문에 얼어버린 포도를 수확해 우연히 생산한 와인이 당도와 향기가 높은 것을 알고 이후엔 일부러 포도를 얼린 후 수확했다. 지금처럼 몇 달간 얼렸다, 녹였다하면서 당도를 더 높여 수확하게 된 것은 1800년대 초반 라인헤센 지역에서 역시 우연히 시작했다. 이어 1858년에는 슐로스 요하니스베르크라는 와이너리가 ‘아이스바인(Eiswein)’이라는 상표를 처음 사용하면서 이 용어가 아이스 와인을 칭하는 보통명사가 된다. 유럽에서 아이스바인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 주로 생산된다. 1972년에는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의 오카나간 밸리에서 독일계 이민자가 설립한 하인레 바인야드가 캐나다 최초의 아이스 와인을 만든다. 재미있는 것은 이 와이너리도 그해 내린 때이른 서리 때문에 할 수 없이 아이스 와인을 처음 생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연적인 방식으로 생산하는 캐나다의 아이스 와인은 영어로 ‘Icewine’이라 붙여서 표기한다. 하지만 포도를 수확한 후 인공적으로 동결하여 만든 아이스 와인은 ‘Ice Wine’이라고 띄어 쓰거나 ‘Iced Wine’으로 표기한다. 그냥 디저트 와인(Dessert Wine)이라고도 한다. 아이스 와인으로 만든 시럽도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2019년엔 아예 독일이 아이스 와인 생산을 포기하는 등 유럽의 아이스 와인 생산량이 줄어들어 현재는 캐나다가 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캐나다의 온타리오 지역은 위도 상으로 유럽 북부와 비슷한 데다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와서 아이스 와인의 생산에 적합한 기후를 갖고 있다. 온타리오 지역에서도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나이아가라 반도(Niagara Peninsula) 지역에 유명 와이너리가 많다. 대한항공 서울 토론토 노선의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서빙하는 아이스 와인 ‘이니스킬린(Inniskillin)’도 나이아가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다.
아이스 와인은 당도가 32~46브릭스로 높아 콜라의 2배에 달하기도 한다. 과일 보다는 치즈 케이크, 초콜릿, 코코넛 아이스크림 등이 안주로 어울린다. 디저트 와인으로 마시기도 한다. 아이스 와인 한잔이 생각나는 저녁이다.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 임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