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나랏빚 1천조 시대]뚜렷한 상환 대안 없어…'증세' 논의 시작해야

등록 2021-03-28 05:00:00   최종수정 2021-04-05 09:06:13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2024년까지 정부 수지 연 100조씩 적자

국가 채무액은 내년 1000조 돌파할 전망

고령화, 복지 수요 증가에 지출 감소 불가

"증세 불가피…적절한 시기에 검토 나서야"

associate_pic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마이너스(-) 1조8000억원."

지난 1월 관리재정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이 지표는 지난해부터 2년 연속으로 예산 집행 첫 달부터 마이너스 시작이다. 관리재정수지가 1월부터 적자를 보인 것은 정부가 월별 지표를 산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지난해가 최초였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지원 대책에 따른 예비비 지출에도 불구하고, 국세와 기금 수입 등이 증가해 통합재정수지가 흑자를 나타냈다"고 강조했지만, 즉각 "관리재정수지가 적자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사학연금·산재보험·고용보험 등 4대 사회 보장성 기금 수지를 빼서 산출한다. 통합재정수지는 각 기금(특히 국민연금)의 성숙도에 따라 대규모 흑자·적자가 나타날 수 있어 순 재정 상황을 보는 지표로는 관리재정수지를 주로 이용한다. 실제로 1월 사회 보장성 기금 수지는 5조3000억원 흑자다.


associate_pic

관리재정수지는 연 100조원 이상의 적자를 향후 3년간 꾸준히 낼 전망이다. 기재부가 지난해 9월 내놓은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109조7000억원, 내년은 -123조2000억원, 2023년은 128조2000억원, 2024년은 127조5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적자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대 중~후반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올해 945조원이 되는 국가 채무액은 내년에 1000조원(1070조3000억원·국채 비율 50.9%)을 돌파한 뒤 2023년 1196조3000억원(54.6%), 2024년 1327조원(58.3%)까지 증가한다. 이 전망치에는 25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빠져 있다. 이를 반영하면 올해만 관리재정수지 -126조4000억원, 국가 채무액 965조9000억원이 된다.

민간 경제 전문가는 나랏빚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경고한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8일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까지는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다고 보기 어렵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하반기에 추경을 또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럴 경우 2024년에는 국채 비율이 60%를 넘을 수 있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끝난 뒤에도 국채 비율이 매해 4%포인트(p)가량씩 상승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벌이(총수입)가 씀씀이(총지출)를 감당하기 버거워하는 상태라는 분석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빠져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25. [email protected]

한국의 고령화 상황을 볼 때 지출 증가 속도를 늦추기는 어렵다.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해법은 벌이를 늘리는 것뿐이다. 바로 증세다. 코로나19에 대응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미국 정부도 증세 작업에 착수했다. 법인세율을 7%p(21→28%),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2.6%p(37→39.6%) 인상하는 방안이다.

한국 정부는 아직 증세에 미온적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증세 문제는 재정 당국이 함부로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면서 "(재정 적자 관리 방안은 증세보다) 지출 구조조정이 우선"이라고 했다. 소비 심리 냉각 등 '역풍'을 우려한 발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현재의 지출 수준을 유지하려면 증세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화로 인한 복지 수요 때문에 총지출을 줄이기 어렵다. 사실상 증세가 불가피하다"면서 "총지출 증가와 증세를 함께 따져야 좋은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증세 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각종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재정 건전성과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온전한' 증세 논의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회는 '설탕세'(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청년세법'(장경태 민주당 의원) '탄소세법'(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의 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국민 저항만 키우는 단편적 발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