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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증권, 옵티머스펀드 100% 원금 지급…"하나은행에 손해배상"

등록 2021-05-25 14:56:53   최종수정 2021-05-31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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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투자자 831명 대상·총 지급금액 2780억 규모

금감원 분조위 '계약 취소' 불수용

구상권 보전 위해 고객 수익증권·제반권리 양수

하나은행·예탁결제원 대상 손해배상소송과 구상권 청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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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펀드 일반투자자 고객을 대상으로 100% 원금 지급을 결정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반환을 권고하며 사유로 제시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구상권 보전을 위해 계약 취소가 아닌 고객으로부터 수익증권과 제반권리를 양수해 수익증권 소유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NH증권은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과 구상권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객과의 사적합의로 양도받은 권리를 근거로 공동책임이 있다는 입장에서다.

NH증권은 25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분쟁조정위원회 조정결정의 기본 취지를 존중하고 고객보호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옵티머스 펀드 일반투자자 고객들을 대상으로 100% 원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 4월 5일 분조위의 조정안이 나온 이후 2개월 간 여덟 차례의 이사회 논의를 거쳤다. 금융회사의 핵심가치인 고객 보호와 더불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심사숙고했다는 설명이다.

NH증권에 따르면 이번 결정으로 투자원금을 반환받게 될 대상은 일반투자자 831명으로 전체 고객의 96% 비중이다. 총 지급금액은 2780억원이다. 고객과의 개별 합의서가 체결되는 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투자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NH증권은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판매한 옵티머스펀드 54개(6974억원) 중 35개(4327억원)의 환매가 연기됐다.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최대 규모다.

회사는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중지 직후 펀드 잔고의 45%에 해당하는 1779억의 유동성 자금 지원을 통해 1차적인 고객보호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기지급한 유동성 선지원 금액에 더해 추가 지급함으로써 투자원금 전액을 지급 완료하게 된다.

이번 결정은 고객에 원금을 반환하면서 고객으로부터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를 양수해 수익증권 소유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사적합의 형태다. 분조위가 권고한 '계약 취소'와 형식은 다르나 고객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고, 회사로서도 이 사안에서 중대 책임이 있는 다른 기관에 대한 구상권을 보전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하나은행·예탁결제원 상대로 손해배상소송·구상권 청구
NH증권은 고객과의 사적합의로 양도받은 권리를 근거로 공동 책임이 있는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과 구상권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NH증권은 투자중개업무를 담당한 단순 판매사로서 고객보호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은 다하겠지만, 하나은행은 실질적으로 펀드 운용에 대한 감시의 책임이 있는 수탁은행으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은 ▲펀드의 운용목적과 다르게 운용되고 있음에도 묵인 내지는 방조했고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위반했으며 ▲펀드 환매 불능사태 시 고유자금으로 상환 불능상태를 막은 정황이 있다는 주장이다. 예탁결제원의 경우 허위 자산명세서 작성을 구상권 청구 사유로 들었다.

NH증권 측은 "하나은행은 펀드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95% 이상 담는다는 투자제안서에도 불구하고 펀드가 출시된 시점부터 사모사채만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유일한 회사였다"며 "실제 옵티머스 펀드는 누적 판매금액 1.6조원의 80%에 해당하는 1.3조원을 아트리파라다이스 등 6개 회사의 사모사채 투자에 집중하는 기형적 운용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또 "2018년 3차례에 걸쳐 펀드의 환매자금 부족분을 고유자금인 지급준비금으로 무상 대여해 펀드의 환매중단을 막는 불법적 개입을 했고, 이에 금감원은 사기방조 혐의로 하나은행을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탁결제원은 운용사 요청에 따라 자산명세서 상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변경해줘, 판매사와 투자자들이 오랜 기간 정상적인 펀드운용이 이뤄진다고 오인하도록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은 구상권 청구를 통해 각각의 기관들이 합당한 수준의 책임을 이행토록 함과 동시에 펀드 자산회수율을 높이는 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주주가치를 보전하겠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고 금융상품 검증 및 판매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사모상품은 공모상품과 통합해 심의 기준을 대폭 높이고 심사역 구성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모니터링 주기와 리스크관리 범위를 확장하는 등 사후관리 체계도 크게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본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책임을 명쾌히 밝히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이번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번 이사회의 결정을 계기로 회사가 고객 중심의 경영철학을 지키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뼈를 깎는 반성과 심기일전으로 재출발해 하루 빨리 전체 조직이 정상적인 업무체계로 복귀하고, 산업의 변화와 새로운 사업기회에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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