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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근의 반려학개론]피부병 걸렸다고 가족을 버려서야…

등록 2021-07-06 0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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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근의 반려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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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피부병.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날이 더워지면서 시원한 '애견 카페'를 찾는 반려견과 반려인이 늘고 있다.

가끔은 그런 곳을 찾아 다른 반려견들과 어울리게 해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사회성을 기르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신나게 놀고 집에 돌아온 우리 아이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한다. 뒷다리로 귀 주변을 막 긁는다. 한두 번 하다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꾸 반복한다.

살펴보니 해당 부위가 너무 긁혀 빨개진 것도 모자라 진물이 날 정도다. 그런 모습이 걱정스러운데 왠지 내 몸도 가려워지기 시작한다.
 
이런 반려견과 반려인에게 수의사로서 한 말씀 드리면 "옴(개 선충)에 걸렸네요"다.

필자는 애견카페를 예로 들었지만, 이는 당연히 '일부'라는 것을 전제하겠다.

 애견카페뿐만 아니라 애견미용실, 공원, 심지어 동물병원에서도 옴은 걸릴 수 있다. 이미 옴에 걸린 다른 반려견과 접촉한다면 어디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옴은 반려견의 귀 끝, 턱 밑, 엉덩이, 겨드랑이 등의 솜털 부위에 기생한다.

반려견도 동물이다 보니 몸이 가려울 수도, 긁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옴이 걸린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긁고 또 긁는다. 강도도 점점 세진다.

게다가 반려인도 몸이 슬슬 가려워진다. 옴이 반려견에게서 반려인에게 옮을 수 있는 탓이다.

1990년대 말께 필자가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경고했던 '인수 공통 전염병'이 바로 그것이다. 해당 인터뷰 이후 일부 거물급 수의사들이 필자를 '애견 붐을 망친 역적'이라고 낙인을 찍었지만, 필자는 후회하지 않는다.
 
반려견과 달리 반려인에게는 옴이 위험하지는 않다. 옴에게는 '펜트하우스' 같은 솜털이 반려인에게는 거의 없는 덕이다. 그래서 오래 암약하지 못한다.

다만 반려견 옴을 서둘러 치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려견 몸에서 늘어난 옴이 반려인에게 계속 옮겨와 가려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반려견이 언젠가부터 마구 몸을 긁고. 반려인도 몸이 갑자기 가렵게 느껴진다면 바로 동물병원에 가야 한다.
 
반려견이 한창 몸을 긁고 있는데 사람만 피부과를 가면 옴이 아니라 아토피로 진단될 가능성이 적잖다. 필자가 오랜 수의사 생활에서 직접 목격한 실제 사례다.
 
반려견 옴은 조기에 발견하면 생각보다 쉽게 치료할 수 있다. 반려인도 옴에게서 바로 해방된다. '

그러나 발견이 늦으면 옴이 온몸에 퍼진 뒤여서 정말 길고 힘든 투쟁이 시작한다.
 
"오랜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있다. 정말 안타까운 얘기다.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가 지병에 시달리면 결국 자식도 지쳐버린다'는 의미다.

유기견 관련 뉴스나 커뮤니티 글을 보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단어가 '피부병'이다.

유기견이 유기된 뒤에 피부병에 걸린 것인지, 피부병에 걸린 다음 유기된 것인지 확인하긴 어려우나 피부병에 걸린 다음 유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옴 같은 반려견 피부병은 심각한 질병이 아니다. 그러나, 확산한다면 '난치병'이 된다. 완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진료비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가족 같은 반려견을 버린다면? 연로한 부모님을 깊은 산속에 내다 버리는 '고려장' 못잖게 야만적인 행위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피부병도 조기 치료만 하면 쉽게 나을 수 있다. 그러나 미처 알지 못했든, 알고도 무시했든 숟가락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불도저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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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수의사 윤신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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