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스타트④]2025년 입주 가능할까?…관건은 '토지보상'
LH 투기사태 등으로 원주민 추가 보상요구 커져일정 늦어지면 '집값 안정' 취지 희석될 가능성도3기 신도시 쏠림, 기존 신도시엔 악재 될 수도자족기능·광역교통망 '두 마리 토끼' 노리는 정부
정부는 사전청약을 통해 기존 주택에 대한 '패닉 바잉'(공황매수)을 잠재우고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상황은 녹록치 않다. 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3기신도시 중 가장 진행속도가 빠른 곳은 인천 계양이다. 지난달 2일 처음으로 지구계획이 승인됐다. 지난달 기준 토지보상의 경우 인천 계양이 60%대, 하남 교산이 약 84%까지 진행됐다. 나머지 지역은 3·4분기에 본격화될 예정이다. 해당 지역 원주민들과 토지보상에 대한 합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사업 속도 역시 느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 투기가 밝혀지면서 원주민들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3기 신도시 연합대책위원회와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은 지난달 15일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는 서울 집값 폭등을 잡기 위해 대규모 그린벨트와 농지를 풀어 3기 신도시를 추진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LH 땅 투기 원인만 제공했다"며 "3기 신도시 주민들은 강제수용으로 집과 농토를 헐값에 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LH에 대한 해체 수준의 쇄신 ▲LH 직원과 공무원들의 땅 투기로 피해를 입은 원주민에 대한 추가 보상 ▲강제 수용 시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전액 면제 ▲감정평가 평가기준 확대 ▲원주민 생계지원대책 법률안의 조속 처리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원주민들의 민심을 달래고 사전청약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김현준 LH 사장이 직접 현장을 찾기도 했다. 김 사장은 지난 1일 남양주 왕숙 현장을 찾아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사전청약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사업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했다. 김 사장은 하남교산도 방문해 주민 이주를 위한 국민임대·행복주택·매입임대 등 임시 거주 주택 확보 등을 살폈다. 김현준 사장은 "충분한 이주대책을 통해 주민과 교감하는 보상으로 원만히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일정이 늦어지면 집값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치솟는 전세와 매매가격이 문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보유세 부담 등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전세 가격이 변수가 될 것"이라며 "신도시 입주가 바로 가능한 게 아니기 때문에 전세와 매매가 불안하면 패닉 바잉은 여전히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3기 신도시는 물리적 거리가 서울과 근접해 있고, 2기 신도시 등에 비해 교통대책도 빨리 갖췄다. 이 때문에 3기 신도시가 입주를 시작하면 1, 2기 신도시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고 교수는 "서울 분산 효과도 있겠지만 1, 2기 신도시에서 옮겨가는 사람들이 많아 3기 신도시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가 앞서 조성한 일부 신도시들은 교통이 불편해 주민들이 고초를 겪거나, 자족기능이 부족해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사례가 있다. 이에 정부는 3기 신도시를 교통·자족기능·환경을 모두 갖춘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고양 창릉은 GTX-A가, 남양주왕숙은 GTX-B가 지난다. 송파~하남도시철도는 3호선 오금역을 연장해 교산신도시를 거쳐 5호선 하남시청역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목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광역교통망을 구축하면서 자족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이율배반적인 명제"라며 "GTX 등으로 인해 서울의 광역화가 이뤄질 텐데 3기 신도시는 베드타운을 만들지 말자면서도 광역교통망을 서울로 연결시키는 것이 자족성을 갖게 해주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