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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고점 경고의 역설④]"고점 맞지만 공급 부족 여전…앞으로 더 오른다"

등록 2021-08-24 05:00:00   최종수정 2021-08-30 09: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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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집값 고점' 발언에도 가격 상승

7월 수도권 집값, 13년만 최고 상승률

전문가들도 "집값 너무 올랐다" 동의

부동산 안정화 핵심 주택공급은 부족

"주택공급 가시화까지 가격 상승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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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정부가 수차례 '집값 고점' 경고를 했지만 주택 매매가격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월28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집값이 계속 오를 수는 없다. 추격매수를 자제해 달라"고 언급한 지 한 달이 돼 가지만 오히려 수도권 아파트값은 5주 연속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현재의 부동산 가격이 고평가 되어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가격 안정의 핵심인 충분한 주택공급까지는 최소 3~4년은 걸리는 만큼 집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주택공급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기존 주택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수도권 집값 13년 만에 최고 상승…경고성 발언 '무색'
홍 부총리가 지난 5월24일 처음으로 집값 고점 발언을 한 뒤 수차례에 걸쳐 경고성 발언을 했지만 시장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의 주택매매가격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매매가격은 0.85% 상승해 6월(0.79%)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수도권(1.04%→1.17%), 서울(0.49%→0.60%), 지방(0.56%→0.57%)에서 두루 오름폭을 키웠다.

수도권 상승률인 1.17%는 2008년 6월(1.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 2월(1.17%)과 같은 수준이다.

2·4대책 발표 이후 주춤하다가 5월 0.40%로 반등한 서울 상승률은 6월 0.49%, 7월 0.60%로 상승폭이 커졌다. 이는 지난해 7월(0.7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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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국부동산원이 19일 발표한 8월 셋째 주(16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은 0.21% 상승해 전주(0.20%) 대비 0.01%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8년 9월17일 0.26% 상승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특히 그동안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던 부동산원 통계는 표본수를 늘리자 한 달 만에 가격이 급상승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은 11억930만원이었다. 이는 전월 9억2813만원보다 약 1억8000만원이나 오른 가격이다. 수도권 평균 아파트값은 6억771만원에서 7억2126만원으로 1억원 넘게 뛰었다.

"집값 너무 올랐지만…공급 부족탓 앞으로도 상승 전망"
전문가들은 현재의 집값이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은 맞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핵심인 주택공급이 향후 3~4년간 부족한 만큼 이같은 집값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주장과 같이 '고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기 신도시가 추진 중이지만 실질적으로 주택이 공급될 때까지는 빨라야 3~4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존 주택의 경우에도 규제로 인해 시장에 나오지 않다보니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의 희소성은 오히려 부각되면서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고점 논란' 이전에 최근에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과하게 오르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수요자들이 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겪는 불안한 심리가 더 커졌다"며 "시장에서는 실수요든, 투자수요든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공급이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오는 차이가 가격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갭이 줄어들지 않으면 가격 상승 압력은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수요가 줄거나 공급이 늘어나야 하지만 공급은 시차가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2·4대책이나 3기 신도시 등이 가시화돼서 빨리 물량으로 나와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었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하고, 대출과 세금 등 관련 정책 또한 하락요인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큰 폭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가장 큰 요인은 수급불균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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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1.08.20. [email protected]
김 수석위원은 "적어도 3년 이상은 입주물량이 감소할 전망이고, 기존 주택도 매각보다는 가족에게 사전 증여를 하는 방식으로 이전하는 현상이 증가하는 등 공급부족 이슈는 계속될 것"이라며 "단기적인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기존 주택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이와 같이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핵심은 결국 주택공급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신규 주택공급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기존 주택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덕례 실장은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신규 분양 주택보다 재고 주택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며 "주택공급은 신규 주택 물량만 늘리는 게 문제가 아니고 재고 주택을 사고파는 것이 자유롭게 이뤄지면 그것도 공급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의 전체적인 주택 재고를 늘려준 것이 정비사업 이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효선 수석위원도 "공급이 어렵다면 수요자들에게 안정감을 줘야 하는데 장기간 계속된 수요억제 보다는 현실적으로 신속히 매물이 출하될 수 있는 민간에 의한 공급대책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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