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달빛 "저희는 복 받은 사람들...많은 분들에 위로 받아"
'푸른밤 DJ 3주년' 오늘 기념 새 싱글'푸른밤' 발매…8일 방송 3주년
두 동갑내기 멤버 김윤주(김)·박세진(박)이 MBC FM4U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를 3년간 진행해오면서 느낀 것과 생각한 것을 담은 노래다. 오는 8일은 두 멤버가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 DJ를 맡은 지 꼭 3주년이 되는 날이다. 해당 라디오 프로그램 타이틀에서 제목을 따온 '푸른밤'은 '시시콜콜한 이야기 속 작은 위로와 걱정'을 노래했다. 매일 밤 청취자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그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위로, 매주 열렸던 SNS 라이브를 통해 팬들과 나눴던 수다가 주제다.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던 옥상달빛은 홍대 앞을 너머 대중음악계에 두 가지 변곡점을 만들었다. 각종 음악적 기술과 문법을 배우는 실용음악과 출신으로 젠체하지 않고 대중과 편히 교감할 수 있는 곡들을 만들어온 것이 첫 번째, 예쁜 외모에도 2010년대 초반 홍대 앞 여성 가수들 앞에 의례적으로 붙은 '여신' 등으로 대상화되지 않고 그냥 옥상달빛으로 불리며 음악 자체로 인정받은 것이 두 번째다. 김윤주와 박세진은 라디오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각각 DJ옥디스크와 DJ달쟈키로 통하며, 짧은 시간에 '라디오 키드'를 양산했다. 매끄러운 진행력을 토대로 지난 2019년 MBC 라디오 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사실 라디오는 옥상달빛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매체다. 데뷔 앨범 제목이 '옥탑라됴'였고, 데뷔 초 소출력공동체라디오 마포FM '뮤직홍'에도 출연했다. 이들이 진행한 V라이브의 캐스퍼라디오도 큰 인기였다. 무엇보다 음악의 화음뿐만 아니라 삶의 화음까지 빚어내는 진심에 청취자들이 공감했다. 최근 홍대 앞에서 만난 두 멤버는 "3년 가까이 라디오를 하면서, 청취자들과 가족 같은 끈끈함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김윤주·박세진과 나눈 라디오·음악 이야기다.
박=첫 방송 때는 너무 떨었던 기억만 나요. 지금보다 넓은 스튜디오여서 휑했고, (10월인데) 에어컨이 켜 있어서 더 떨었어요. 그래도 너무 다행이었던 것은 혼자가 아니니까, 윤주가 옆에 있어서 큰 힘이 됐죠. 김=전 기절 상태였어요. 저도 세진이가 있어서 다행이었죠. 당분간은 첫 방송 녹음을 듣고 싶지 않아요. 하하. '푸른밤'은 라디오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래가 먼저 만들어진 곡이에요. 이왕이면 가사에 마음을 돌려서 담지 않고 '푸른밤'에 대해 직접적인 것을 담고자 했죠. 박=다행히 '푸른밤' 음원 발매 시기와 라디오 3주년이 맞물려서, 홀가분하면서도 기대가 됩니다. 김=저희는 복 받은 사람들이에요. (평소 매체 노출이 적은) 정재일, 백예린 씨 같은 분들이 출연해주셨으니까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음악감독이기도 한) 정재일 씨는 정말 감사해요. 게스트 분들 출연하시기 전에, 공부를 하는데 인터뷰가 많지 않아서 걱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순수하고, 멋진 분이셨어요. 예린 씨 같은 경우도 매력이 터졌죠. 라디오 하면서 저희가 좋아하고, 동경한 분들을 만나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죠. 박=(엔터테인먼트 분야와) 상관 없는 분야나, 저희와 일면식이 없는데도 '푸른밤'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희 '푸른밤'이 매체 노출이 적은 분들이 편하게 나오셔서 다른 매체에도 출연하실 수 있는 통로가 됐으면 해요.
박=전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는 타입이 아니었어요. 아끼는 소수의 사람들만 관계를 맺었죠. 그런데 라디오는 하루에 두 시간 동안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소통을 하다보니, 제 반경이 더 넓어졌어요. 또 라디오라는 매체 특성 상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 더 친밀하잖아요. 다른 분들의 삶에 관심이 생겼고, 그걸 알 수 있는 창구가 생긴 느낌입니다. 김=좋은 말로 조언을 해주는 것보다, 솔직한 것이 더 어렵더라고요. 기분이 별로면 그 상태 그대로 인것도 괜찮다고 봐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청취자 분들이 저희 목소리를 알아주시더라고요. 감추는 것보다 안 좋은 것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친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박=초반엔 발음이 좋으면, 좋은 DJ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지금은 윤주의 생각이랑 비슷하게,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저의 흠을 보여주면, 더 애착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것 역시 조절이 필요한 거죠. 김=코로나19 시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에서 노래를 하면서 '음악의 힘'을 더 느꼈어요. 저희의 음악이라서가 아니라, 음악 그 자체의 힘을 느낀 거죠. 모두가 지쳐 있는 상황에서 말로 건네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음악으로 해소될 때가 있잖아요. 박=자영업자 분들이 많이 힘드셨고, 뮤지션들 역시 무기력했죠. 저희도 공연을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소통할 수 있는 '푸른밤'이라는 창구가 있었잖아요. 많은 분들에게 위로를 받았어요.
박=저희 노래는 항상 메시지가 중요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할 이야기가 줄어가는 걸 깨닫는 거예요.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힘든데, 우울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고요. 연차가 쌓이면서 '이번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같은 고민이 늘어나는 데, 할 이야기가 줄어들지 않도록 싸워나가고 있어요. 김=3년이 아닌 30년 DJ를 할 수 있다면, 대단한 성실함이 필요할 거 같아요. 30년 동안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 나온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거 잖아요. 5년 이상만 돼도 그럴 겁니다. 30년을 한다면, 아마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지 않을까요. 한결 편안해져 있을 거 같기도 하고요. 아울러 음악적인 것에 더 집중했으면 해요. 저는 DJ이전에 음악인이니까요. 박=저희가 30년 DJ를 한다면, 우선 저희에게 축하를 해주고 싶어요. 하하. 정말 칭찬 받은 일이잖아요. 어느 직종이든 30년 이상 꾸준히 한다는 것은 대단하죠. 무엇보다 그 때도 유연했으면 해요. 나이 먹었다고 해서 '무엇이 맞다'고 강요하고 싶지 않거든요. 이순재 선생님이나 윤여정 선생님이 지금처럼 젊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실 수 있는 건 유연하기 때문이죠. 아울러 모든 사람들이 친근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DJ가 돼 있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