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단체·시민사회 "사죄없이 떠난 전두환, 용서할 수 없다"
"학살·독재 과오 참회도, 고백도 없었다" 분노"역사의 오점, 국립묘지 안장 만큼은 막아야"
[광주=뉴시스] 변재훈 김혜인 기자 =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무력진압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한 신군부 반란의 주역 전두환씨가 23일 90세 일기로 별세했다. 5월 단체와 시민사회 진영은 학살책임에 대해 끝내 사죄하지 않았다며 "국립묘지 안장은 있을 수 없다"고 분노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영훈 5·18유족회장은 "전씨가 죽었다고 해서 학살·독재의 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망 전 직접 사죄가 없어 아쉽다"며 "광주시민과 5월 단체는 앞으로도 전씨의 역사적 단죄를 촉구하고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결연히 말했다. 오월어머니회 이명자 관장은 "사망 소식을 듣고 나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답답했다. 그동안 광주시민들에게 사죄할 기회가 많이 있었고, 광주 법정에 출석해서는 또렷이 '왜 이래' 등의 발언을 했으면서도 사죄 한 마디 없이 가버렸다"며 "5·18의 가장 큰 책임자를 처벌할 기회조차 사라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재판정에 세운 고소인 측 법률대리인 김정호 변호사는 " 피고인 전두환은 국민 앞에 반성과 사죄 없이 떠나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며 역사의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고 평했다. 류봉식 광주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역사적 단죄도, 진실 고백도, 사죄도 없었다. 전씨의 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사자명예훼손 관련 사법적 책임을 다하지도 못해 수명을 누렸다는 데 씁쓸하다"며 "대한민국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기회를 계속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시민 학살을 통해 권력을 잡았고, 죽는 순간까지 진정한 사과 한 마디 없었고 5·18항쟁을 폄훼·왜곡했던 전씨가 집에서 편히 죽었다는 데 우리 법 체계가 부끄러워 해야 한다"며 "민주적 헌정 질서 후퇴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마지막 조치로 전씨의 국립묘지 안장 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는 결코 전두환을 용서할 수도,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다"며 "지금이라도 5·18의 진실을 아는 이들이 용기를 내 고백해주길 바란다"며 고 덧붙였다. 박찬우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집행위원장은 "여전히 '산 자'들은 트라우마·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5·18 학살에 대한 처벌은 받지 않은 채 죽음을 맞이했다는 데 분노를 느낀다"며 "예우가 박탈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여 노태우씨에 이어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진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참회하지 않고 세상을 등진 전씨를 향해 분노하는 누리꾼들도 있다. 전씨 사망 소식 관련 댓글에는 '갈 때 가더라도 반성과 사과는 하고 갔어야지', '국가장? 어림 없다. 쿠데타를 일으킨 반역자이자 광주 학살 책임자다', '사과는 없어도 진상규명은 계속된다' 등이 잇따랐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장은 국군이 (정권 찬탈을 위해) 국민을 공격했다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도, 전씨가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역사 왜곡 회고록을 출판해 조 신부의 명예를 고의로 훼손했다고 봤다. 전씨는 오는 29일 오후 2시 광주지법에서 7번째 항소심 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재판부는 7번째 공판 때 심리를 마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조만간 최종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었다. 한편, 전씨가 국립묘지에 안장될 지는 불투명하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른 사람은 국립 서울현충원 또는 국립 대전현충원 안장 대상자가 된다.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않더라도 관련 법률에 따라 보존묘지로 지정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내란죄인 형법 제87조의 죄를 범한 사람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