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정치일반

[군사대로]美·英, 中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올림픽정신 훼손 논란

등록 2021-11-28 09:00:00   최종수정 2021-12-06 09:18:19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미국·영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불참 조짐

중국, 스포츠 정치와 하지 말라며 불만

올림픽 불참, 올림픽 역사서 계속 등장

북한, 올림픽 공동개최 요구하다 불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공개한 사진으로, 16일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국가주석이 첫 화상회담을 앞두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미중 정상간 첫 화상회담은 중국시간 16일 오전 8시46분(미국 동부 시간 오후 7시46분)께 시작됐다. <사진출처: 신화통신 웨이보> 2021.11.16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으르렁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인권 상황을 문제 삼으며 올림픽 불참 의사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빅2인 미·중의 경제·안보 주도권 전쟁이 세계인의 화합과 축제의 장인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검토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파장을 낳았다. 이후 백악관은 중국 서북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가 보이콧을 검토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불참 전망이 나온다. 영국 하원은 신장과 티베트 지역의 인권 탄압 의혹을 이유로 지난 7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러자 중국은 지난 19일 "올림픽을 정치화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중국 정부는 강제노동과 종교 인권탄압은 없다며 신장 인권 문제 등을 제기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라고 말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고 각국 운동선수들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이 검토하는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들은 경기에 출전하고 정상과 관료들만 불참하는 것이다. 외교적 보이콧이 실현되면 올림픽 경기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올림픽 전반의 분위기 훼손은 불가피하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베이징동계올림픽, 메달 디자인 공개 (사진 = 베이징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올림픽 역사를 돌아보면 이번처럼 국가 간 대결과 불참(보이콧)으로 소위 올림픽 정신이 훼손된 사례가 많았다.

중국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진출하자 대만은 1952년 헬싱키 올림픽 출전을 거부했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에서는 이집트와 레바논, 이라크가 영국·프랑스의 수에즈 운하 점거를 이유로 올림픽에서 철수했다. 스페인과 스위스, 네덜란드는 소련의 헝가리 침공에 항의하며 선수단을 철수시켰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는 아프리카 국가 28개국이 불참했다. 뉴질랜드 럭비 선수단이 올림픽에 출전한 게 문제였다. 당시 뉴질랜드 선수단은 올림픽 경기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순회하며 경기를 한 뒤 올림픽에 출전했는데, 이를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문제 삼은 것이었다.

associate_pic
[아테네=AP/뉴시스] 위자이칭 베이징올림픽조직위 부위원장이 19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파나시나이코 경기장에서 올림픽 성화를 전달받아 들고 있다. 이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은 해외 봉송을 없애고 중국행 항공기에 바로 싣는 '성화 직배송'으로 바뀌면서 오는 20일 중국 국내 봉송을 시작한다. 2021.10.19.
당시 남아공은 인종차별 정책으로 인해 국제 스포츠계에서 국제 경기 금지 징계를 받고 있었다. 남아공과 경기를 개최해 이 징계를 어기는 국가 역시 올림픽 참가가 금지돼있었다. 그런데도 뉴질랜드가 남아공과 경기를 한 뒤 올림픽에 출전한 게 화근이었다.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간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에는 올림픽 불참이 일상화됐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때는 미국을 주축으로 친(親) 서방 50여개국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불참했다. 이에 따라 모스크바 올림픽은 '반쪽짜리 올림픽'이라는 오명을 입었다.

그러자 1984년 LA올림픽 때는 소련과 동독, 쿠바, 불가리아, 폴란드 등 친 공산 14개국이 서방국가들의 모스코바 올림픽 불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불참을 선언했다.

associate_pic
[올림피아=AP/뉴시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18일(현지시간) 그리스 남서부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고대 올림피아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화 채화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채화된 성화는 봉송을 통해 2022년 2월 4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베이징으로 이동한다. 2021.10.18.
한국 역시 올림픽 불참과 인연이 없지 않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북한이 불참했다. 북한이 불참을 선언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북한은 서울올림픽 자체를 반대했다. 북한은 전 세계 외교 공관을 통해 1988년 올림픽 개최지가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면 한반도에 영구 분단이 초래되며 이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이유를 댔다.

서울올림픽 개최가 기정사실화되자 북한은 1985년 7월부터 전략을 바꿨다. 남북한이 올림픽을 공동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은 서울올림픽 명칭을 '조선 서울·평양 올림픽'으로 바꾸고 경기 절반을 평양에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올림픽 공동 개최 쪽으로 선회하자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소련은 공동 개최를 지지했다. 중국은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안심시키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1987년 12월 미소 정상회담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게 일부 경기를 북한이 개최하게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associate_pic
[평양=AP/뉴시스]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올해 7월 개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6일 밝혔다. 북한 당국은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체육' 홈페이지에 "조선 올림픽위원회는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평양에서 열린 올림픽위원회 회의 중 연설하는 모습. 2021.04.06.
이런 분위기 속에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공동 개최나 남북단일팀 구성 등을 위한 협의가 IOC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북한은 IOC의 수정안을 거부했다.

한국도 북한과의 공동 개최를 원하지 않았다. 한국은 1980년대 중반부터 서울올림픽을 안전하게 치르겠다며 한미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등 북한을 자극했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IOC가 중재에 나섰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은 1987년 9월 개스턴 시거 미국 동아태 차관보에게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지하거나 축소하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은 거부했다.

또 한국 정부는 북한이 금강산댐을 개발해 수공 남침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평화의 댐 조성을 위한 국민 성금을 모았다. 이에 북한은 '남한이 남침 위협을 떠들며 더욱 도전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반발했다.

associate_pic
【평창=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올린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개막식을 관람하고 있다.문 대통령의 뒤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2018.02.09. [email protected]
결국 북한은 1988년 1월12일 올림픽 불참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의 우방국인 쿠바와 에티오피아, 니카라과, 알바니아, 세이셸 등 6개국도 최종 불참을 통보했다.

김경진(연세대 정치학과)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역설 : 평화 이벤트는 어떻게 한반도 평화를 가로 막았나' 논문에서 "당시 주 에티오피아 한국 대사관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올림픽 불참 대가로 경제 협력과 군사 협력을 약속했다"며 "이러한 노력으로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쿠바, 알바니아, 니카라과, 세이셸 군도 등이 서울올림픽에 불참을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실 올림픽 자체가 정치적인 행사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인한 불참은 언제든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신현군 숙명여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올림픽의 정치학: 문제점과 해결방안' 논문에서 "올림픽 경기가 조직된 방법이 대단히 정치적"이라며 "각 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는 올림픽에서 뛸 선수들을 선발한다. 어떠한 선수들도 국가의 지원체제 없이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IOC는 입장식이나 폐회식 때와 같이 선수들이 자국의 국기 뒤에서 행진하는 의식을 제공한다"며 "각각의 경기 이벤트 후에 우승자의 국가가 연주되고 세 개의 메달 획득자들의 국기가 시상식에서 게양되는 것 또한 국가주의의 전형적인 발로"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