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美·英, 中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올림픽정신 훼손 논란
미국·영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불참 조짐중국, 스포츠 정치와 하지 말라며 불만올림픽 불참, 올림픽 역사서 계속 등장북한, 올림픽 공동개최 요구하다 불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검토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파장을 낳았다. 이후 백악관은 중국 서북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가 보이콧을 검토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불참 전망이 나온다. 영국 하원은 신장과 티베트 지역의 인권 탄압 의혹을 이유로 지난 7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러자 중국은 지난 19일 "올림픽을 정치화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중국 정부는 강제노동과 종교 인권탄압은 없다며 신장 인권 문제 등을 제기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라고 말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고 각국 운동선수들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이 검토하는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들은 경기에 출전하고 정상과 관료들만 불참하는 것이다. 외교적 보이콧이 실현되면 올림픽 경기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올림픽 전반의 분위기 훼손은 불가피하다.
중국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진출하자 대만은 1952년 헬싱키 올림픽 출전을 거부했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에서는 이집트와 레바논, 이라크가 영국·프랑스의 수에즈 운하 점거를 이유로 올림픽에서 철수했다. 스페인과 스위스, 네덜란드는 소련의 헝가리 침공에 항의하며 선수단을 철수시켰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는 아프리카 국가 28개국이 불참했다. 뉴질랜드 럭비 선수단이 올림픽에 출전한 게 문제였다. 당시 뉴질랜드 선수단은 올림픽 경기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순회하며 경기를 한 뒤 올림픽에 출전했는데, 이를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문제 삼은 것이었다.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간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에는 올림픽 불참이 일상화됐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때는 미국을 주축으로 친(親) 서방 50여개국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불참했다. 이에 따라 모스크바 올림픽은 '반쪽짜리 올림픽'이라는 오명을 입었다. 그러자 1984년 LA올림픽 때는 소련과 동독, 쿠바, 불가리아, 폴란드 등 친 공산 14개국이 서방국가들의 모스코바 올림픽 불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불참을 선언했다.
당초 북한은 서울올림픽 자체를 반대했다. 북한은 전 세계 외교 공관을 통해 1988년 올림픽 개최지가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면 한반도에 영구 분단이 초래되며 이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이유를 댔다. 서울올림픽 개최가 기정사실화되자 북한은 1985년 7월부터 전략을 바꿨다. 남북한이 올림픽을 공동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은 서울올림픽 명칭을 '조선 서울·평양 올림픽'으로 바꾸고 경기 절반을 평양에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올림픽 공동 개최 쪽으로 선회하자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소련은 공동 개최를 지지했다. 중국은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안심시키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1987년 12월 미소 정상회담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게 일부 경기를 북한이 개최하게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도 북한과의 공동 개최를 원하지 않았다. 한국은 1980년대 중반부터 서울올림픽을 안전하게 치르겠다며 한미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등 북한을 자극했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IOC가 중재에 나섰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은 1987년 9월 개스턴 시거 미국 동아태 차관보에게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지하거나 축소하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은 거부했다. 또 한국 정부는 북한이 금강산댐을 개발해 수공 남침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평화의 댐 조성을 위한 국민 성금을 모았다. 이에 북한은 '남한이 남침 위협을 떠들며 더욱 도전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반발했다.
김경진(연세대 정치학과)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역설 : 평화 이벤트는 어떻게 한반도 평화를 가로 막았나' 논문에서 "당시 주 에티오피아 한국 대사관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올림픽 불참 대가로 경제 협력과 군사 협력을 약속했다"며 "이러한 노력으로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쿠바, 알바니아, 니카라과, 세이셸 군도 등이 서울올림픽에 불참을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실 올림픽 자체가 정치적인 행사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인한 불참은 언제든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신현군 숙명여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올림픽의 정치학: 문제점과 해결방안' 논문에서 "올림픽 경기가 조직된 방법이 대단히 정치적"이라며 "각 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는 올림픽에서 뛸 선수들을 선발한다. 어떠한 선수들도 국가의 지원체제 없이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IOC는 입장식이나 폐회식 때와 같이 선수들이 자국의 국기 뒤에서 행진하는 의식을 제공한다"며 "각각의 경기 이벤트 후에 우승자의 국가가 연주되고 세 개의 메달 획득자들의 국기가 시상식에서 게양되는 것 또한 국가주의의 전형적인 발로"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