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인터뷰]소설가 최양선 "집 사려고 보니 부동산 정책 엄청 복잡하더라"

등록 2021-12-19 06:00:00   최종수정 2021-12-27 10:12:26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치솟는 집값에 막막...소설 '세대주 오영선' 출간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세대주 오영선 책.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저도 오랫동안 집 없이 전세로 살았어요. 재작년에 집을 구하려고 보니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더라구요. 진짜 부동산에 관심없이 살았는데, 현실을 알고 나니 한 대 크게 맞은 느낌이었죠."

소설 '세대주 오영선'은 집값이 올라도 내려도,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우리나라 부동산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부동산 하이퍼리얼리즘 소설 '세대주 오영선' 작가 최양선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0. [email protected]


최양선 작가는 "처음부터 부동산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려고 한 건 아니었다"고 했다. "그간 아이 키우고 글 쓰고 하며 부동산에 큰 관심없이 살았다. 그러다 2년 전 집을 구하려고 보니 큰 충격을 받았다"며 "부동산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 '부동산을 사는 것은 시간을 사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집이란 그저 내가 머무는 곳, 내가 삶을 살아가는 곳이라고만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그러다 막상 집을 구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니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이 막막하게만 느껴졌죠. 비현실적이었어요. 하지만 내가 마주해야 할 상대는 비현실도, 상상도 아닌 현실이죠. 그 현실 속으로 걸어들어 가보자, 마음먹었어요."

주인공 '오영선'을 통해 최 작가는 자신 안에 있는 20대 영선을 다시 만나게 됐다. 그는 "내가 20대 때 갖고 있던 고민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 같다. 상황은 다르지만 고립된 부분이라던가, 그 당시 가진 생각, 고민들이 많이 들어갔다"며 "여동생 같은 느낌으로 애정을 갖다보니 이입이 더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오영선은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9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29세 여성이다. 엄마, 동생과 빌라에서 전세로 살던 중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영선이 그 집의 세대주가 된다. 엄마의 흔적이 잔뜩 남은 그 집에 오래 살고 싶었지만 집주인은 아들이 들어와 살 거라며 나가달라고 한다.

난생 처음 부동산에 가서 이것저것 알아보지만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올라 지금 집의 보증금으로는 마땅한 곳에 가기 어렵다. 엄마의 장롱 속에서 발견한 16년 전 만들어진 청약통장을 발견하지만 뭔지도 잘 모르겠고 자신의 형편에 아파트는 가당치 않은 소리 같다. 영선은 어떤 선택을 할까. 집주인이 될 수 있을까.

최 작가는 "집을 구하려고 보니 부동산 정책이 엄청 복잡하더라. 정책이 달라지면 대출도 달라지고, 너무 어려웠다"며 "부동산 관련 카페에 가입해서 글도 읽고 유튜브 채널도 찾아보고 부동산 전문가들이 나오는 방송도 보면서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저는 결국 전세에서 집을 샀어요. 그 과정에서 현실적 절박함이 있었죠. 그 절박함 때문에 공부하게 되고, 계속 알아보게 되더라구요. 우리 대부분이 집 한 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인데, 그 이야기를 쓰게 됐죠."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부동산 하이퍼리얼리즘 소설 '세대주 오영선' 작가 최양선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0. [email protected]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한 번 더 '집'에 대해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집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예전에는 집이 그냥 편안하게 거주하는 곳이었는데 이젠 투자, 재산 이런 쪽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집은 일반 투자상품과 다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집은 우리가 머물러 하는 곳이잖아요. 편안함도 있어야 하고, 휴식처가 되는, 가족들이 모여사는 공간.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반영되고, 사람들이 그렇게 집에서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2009년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로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한 최 작가는 그간 '지도에 없는 마을', '너의 세계', '밤을 건너는 소년', '별과 고양이와 우리', '달의 방' 등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을 주로 써왔다.

"저는 글을 쓰면서 제 안을 많이 들여다보려고 노력해요. 동화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그 당시를 끄집어내게 되죠. 그러다 조금씩 청소년 소설을 쓰게 됐고, 그러면서 제 내적 자아가 조금씩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번 '세대주 오영선'을 쓰면서 20대로 접어들었네요."

주로 '시간'에 대한 글을 썼다. 그는 "'몬스터 바이러스 보시'는 재개발을 소재로 해서 쓴 판타지 동화인데 아이들이 '몬스터 바이러스'라는 병에 걸리고, 알고 보니 시간의 병이었던 것"이라며 "'세대주 오영선' 역시 부동산을 통해 시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차기작 역시 일종의 성장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제 글을 통해 독자들이 골고루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