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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北 6년 만에 인공위성 발사할까…ICBM 사전 작업

등록 2022-02-20 09:00:00   최종수정 2022-02-21 08: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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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첫 위성 발사, 2016년 마지막 발사

인공위성 발사 명목으로 ICBM 기술 연마

ICBM 넘어 우주 무기 개발 가능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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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북한)=신화/뉴시스】 8일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은 촬영 날짜 미상인 '광명성 2호'를 싣고 발사되는 '은하 2호' 로켓의 사진을 공개했다.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올해 잇단 군사도발을 감행했던 북한이 향후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6년 이후 중단됐던 북한 인공위성 발사가 6년 만에 재개될지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관영 라디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7일 광명성 4호 발사 6주년을 맞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관계자 소감을 전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해 8차 당대회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군 정찰위성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 10일 세종연구소·서울외신기자클럽 공동 주최 간담회에서 "북한은 궁극적으로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4월15일 김일성의 110회 출생일 전 인공위성 로켓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미국 위협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리기보다는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위협을 점증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송근호 합동군사대 국방어학원 교수의 '북한의 우주개발 위협 현황 분석과 한국군의 대응 방안에 대한 제언 연구' 논문에 따르면 북한은 1990년대부터 인공위성을 개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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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그래픽=김우정 기자) [email protected]
1998년 8월31일 함경북도 무수단리 해안 대포동 기지에서 대포동 1호 로켓에 의해 발사된 광명성 1호 인공위성이 북한 최초의 인공위성이다. 북한은 광명성 1호를 통해 김일성·김정일 찬양가를 전송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미사일 3단 분리 실패로 위성이 궤도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2009년 4월5일 대포동 지역에서 은하 2호 로켓이 위성 광명성 2호를 싣고 발사됐다. 북한은 발사 후 9분 만에 위성 궤도에 진입했으며 타원형 궤도를 104분 주기로 운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미 국방 당국은 3단계 분리 실패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실패한 것으로 판단했다.

2012년 4월13일 광명성 3호 위성 발사도 실패했다. 그러자 북한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같은 해 12월12일 서해 동창리 위성 발사장에서 은하 3호 로켓에 광명성 3호 2호기를 탑재해 발사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평양에 있는 위성 관제 종합 지휘소를 방문해 참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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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AP/뉴시스】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2일 공개한 사진으로 북한의 은하 3호 로켓이 동창리 서해 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3일 이 장거리 로켓에 탑재한 북한 위성 ‘광명성 3호’가 정상적으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나단 맥도웰 미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연구원은 ‘광명성 3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 몇 년 간 지구 궤도를 돌 것이라고 북한 위성을 관측한 18일 밝혔다.
광명성 3호 2호기는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광명성 3호 2호기 운용 고도는 지구관측 위성들이 운용되는 525㎞로 평가됐다. 이 위성은 초속 7.6㎞ 속도로 지구를 95분에 1회씩 공전하고 있다. 북한은 기상 예보용으로 위성을 제작했다고 밝혔지만 자세가 불안하고 지구와의 교신 활동이 없어 비정상 운영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이 위성에서 수신한 위성사진과 기상자료를 공개한 적은 없다.

2016년 2월7일에는 김정일 생일(2월16일)을 기념해 광명성 4호가 발사돼 위성 궤도에 진입했다. 운용 고도는 497㎞, 속도는 초속 7.6㎞, 지구 공전 횟수는 95분에 1회로 나타났다.

북한은 광명성 4호에 지상 관측용 카메라와 체제선전용 방송을 전송할 통신장비를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광명성 4호 위성을 통한 지상관측 영상을 공개한 적이 없고 위성과 지상국 간 신호가 송수신된 사례 역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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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뉴시스】박문호 기자 = 14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 정박한 청진해함 후미에 서쪽 해저에서 인양된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체 은하 3호의 1단 추진체 잔해가 실려 있다. 한글로 '은', '하' 두 글자가 표기된 길이 7.6m, 지름 2.4m, 무게만도 3.2t의 추진체 연료통 잔해는 미국 로켓 전문가 참여해 민ㆍ군 공동 분석 작업이 본격 착수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북한이 발사한 인공위성이 이처럼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는 숨겨진 의도가 따로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명목으로 ICBM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공위성 같은 우주발사체와 ICBM에 활용하는 기술은 동일하다. 추력을 제공하는 엔진 추진 방식, 로켓 구조물, 단 분리, 유도 제어 기술, 지상지원 장비 등이 모두 같다. 위성 덮개인 페어링 내부에 위성을 탑재하고 있으면 우주발사체, 위성 대신 탄두가 있으면 ICBM이다.

인공위성 등 우주발사체는 지상 200㎞ 대기권을 넘어간 뒤 발사체를 분리하고 목표 궤도에 진입한 뒤 인공위성을 분리시킨다. 반면 ICBM은 고도 약 1000㎞ 이상 최고 고도를 지난 후 지구 중력에 의해 낙하해 대기권에 돌입, 목표를 향해 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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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조선중앙TV가 7일 오후 12시 30분(한국시각)에 특별 중대 보도를 통해 광명서 4호 위성(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뒤 실제 발사 장면을 공개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우주개발국 보도에 따르면 지구관측위성 광명서 4호가 성과적으로 발사됐다"며 " 광명성 4호는 09시 정각에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발사돼 9시 9분 46초에 자기 궤도에 진입했다. 위성은 97.4도로 발사해 근치점 고도 494.6KM에 원치점 고도로 500KM인 극궤도에 진입해 94분 24초 주기로 궤도를 돌고 있다. 위성에는 지구관측에 필요한 측정, 통신기 등이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2016.02.07.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email protected]
이 같은 유사성 때문에 한국과 미국 등은 북한 인공위성이 곧 ICBM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ICBM 미사일 구성품을 시험하고 탄도미사일 비행 관련 기술 수치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시각 역시 의도를 짐작케 한다. 북한은 인공위성을 오전에 발사하고 있는데 이는 통상적인 위성 발사와 차이가 있다.

인공위성을 우주에 발사하기 위해서는 발사 가능 시간(Launching Window)이 있다. 한반도의 경우 겨울에는 오후에 발사해야 하는데 북한은 한미 정보자산 감시를 피하고 체제 홍보 효과를 위해 오전 9시 등 주로 오전에 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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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정아 기자 = 북한이 7일 오전 9시30분(평양시간 오전 9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에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북한 당국은 이날 낮 12시30분(평양시간 낮 12시) 조선중앙TV, 중앙방송,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광명성 4호'가 발사 9분46초 만에 정상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서해상과 제주도 남서해역을 지나 필리핀 루손 섬 해역에서 각각 1단 추진체, 페어링, 2단 추진체 분리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오전에 인공위성을 발사하면 태양의 그림자에 인공위성이 진입한다. 이 때문에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위성이 배터리를 충전하기 어렵게 된다. 이 경우 위성 오작동, 기능 장애, 작동 불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송근호 교수는 지적했다.

이는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와 궤도 진입보다는 장거리 미사일의 로켓 작동 점검, 미사일 단 분리 등을 중점적으로 시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향후 인공위성 발사를 재개할 경우 이는 ICBM을 넘어 우주 무기 개발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송근호 교수는 "향후 북한은 위성,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활용해 우주 군사력을 강화함으로써 항법위성, 통신위성, 기상위성을 운용하고 중국의 인공위성 공격 기술을 모방한 대(對)위성요격(ASAT) 미사일 개발, 우주 EMP 폭탄, GPS 전파교란 기술을 이용한 한국과 미국의 인공위성에 대한 공격 등 비대칭전력으로서 우주 군사 무기 개발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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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현 우주궤도상 운영 중인 북한 인공위성. 2022.02.18. (표=송근호 교수 논문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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