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한테 면접 떨어지니...이유도 모르겠고 더 서러워요"[AI 면접시대①]
코로나에 채용에도 비대면 트렌드 정착온라인 면접·AI면접에 정작 취준생 '부담'"기계가 평가하니 왜 떨어졌는지도 몰라"면접 분위기 조성 어려워…장소 빌리기도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1. 최근 AI면접에서 떨어진 취업준비생 이모(26)씨는 탈락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답답한 심정이다. 이씨는 "사람이랑 얘기를 했으면 이유를 짐작이라도 하겠는데 기계한테 떨어지니 알 방법도 없고 서럽다"고 토로했다. #2. 비대면 화상 면접을 본 취업준비생 박모(26)씨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박씨는 당시 채용에 합격했지만, 면접관 얼굴이 잘 안 보여서 벽 보고 말하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3. 지난해 AI 면접에 합격한 직장인 이모(25)씨는 AI 면접을 두고 '취준 기간 가장 떠올리기 싫은 기억 1위'로 꼽았다. 이씨는 "어떻게 해야 기계적으로 '좋은 인상'으로 분류될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연기하는 기분이었다"며 "아직도 내가 왜 붙은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1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3월 들어 대기업 상반기 공개 채용이 시작되면서 채용 전형 과정의 하나인 비대면 면접을 두고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면접의 경우 '기계'가 상황별 질문을 통해 지원자의 성향과 역량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더욱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LG·SK·CJ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 중으로, 이중 대부분은 채용 전형에서 비대면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비대면 면접은 기업에서 특정 화상 회의 시스템 링크를 제공하면, 지원자가 일정한 시간에 접속해 온라인 상에서 면접관을 만나는 방식이다. 인사 담당자가 사람이 아닌 비대면 방식도 있다. AI 면접은 프로그래밍된 AI가 지원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지원자의 답변을 토대로 전반적인 평가를 내린다. 이때 AI는 답변 내용뿐만 아니라 목소리 톤, 표정 변화 등을 평가에 반영한다. 언어·비언어·반언어적 표현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셈이다. 이에 취준생들은 예측이 어려운 비대면 방식의 특성 탓에 실질적으로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가중됐다는 반응이다. 취준생 이씨는 "지원 기업이나 직무 분석도 벅찬데, 새로운 관문이 하나 생긴 느낌"이라며 "AI가 좋아하는 표정, 말투를 연구하느라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 기간 AI 면접을 네 번 본 직장인 김모(28)씨는 "AI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 1회 2만원씩 주고 체험을 했다"며 "뭘 배우는 것도 아니고 체험만 하는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관련 사교육 시장에 돈을 쓰는 취준생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학원은 1회에 4만원 꼴로 AI 면접 대비 수업을 진행한다. 한 공기업 준비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자체에서 받은) 지원금이 조금 남았는데 학원에 털어넣을까 고민된다"며 "비싸지만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나"라는 반응이 나온다. 비대면에 알맞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취준생의 몫이다. 인터넷 연결, 깔끔한 장소 등 면접에 임하기 위한 환경적 요건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박씨는 "면접 도중에 네트워크 연결이 끊기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며 "와이파이는 불안해서 인터넷 연결용 선을 하나 더 구매했다"고 전했다. 같은 기업을 준비한 최모(25)씨도 비대면 면접을 위해 장소를 대관했다. 최씨는 "집에서 면접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 스터디룸을 빌렸다"며 "돈을 벌기 위해 입사를 준비하는 건데 돈이 나가기만 하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