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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검수완박' 강행에…靑, 신중론과 현실론 교차

등록 2022-04-13 10:50:37   최종수정 2022-04-13 12: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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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 검찰개혁 완성 VS 절차적 정당성 결여…찬반 입장 쉽지 않아

靑 내부 신중론·현실론 교차…"본회의 지켜봐야", "입장 밝힐 수도"

김오수 총장 '대통령 거부권 건의' 시사…문 대통령, 수용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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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4.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안채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4월 국회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일단 공은 청와대로 넘어온 모양새다. 카운트다운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감안할 때 국회 입법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기존 유보적 입장을 청와대가 계속 유지하기만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임기 말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 미완의 검찰개혁으로 남기느냐, 절차적 정당성 결여에도 당 주도의 속도전에 떠밀리듯 '검수완박'을 수용하느냐 어느 하나 선택이 쉽지 않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여야 논의 전개 과정을 건너뛴 채 직접 개입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원칙에 기반한 신중론과 민주당의 본회의 강행 처리 시도 이전에 어떻게든 상황 정리가 필요하다는 현실론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3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처리 당론 채택 결정에 관해 "아직 본회의 처리 과정이 본격화하지 않은 민주당 당론 채택 수준에서 청와대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추후 입법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입장 표명은 국회 입법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원칙론을 재확인한 것이다.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저지 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입장을 낼 수 없고, 정쟁의 중심으로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일종의 '의식적 거리두기'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김오수 검찰총장이 이날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당론 채택과 관련해 문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 건의를 포함한 총력 저지 입장을 내놓으면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도 사전 대응책이 마련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 출근길에 취재 기자들과 만나 "저를 임명해주시고 법안 공포와 재의결 요구권을 가진 대통령, 헌법 위배 여부를 판단하는 헌법재판소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 따라 모든 절차와 방안을 강구해 최선을 다해 호소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이 언급한 대통령의 '재의결 요구권'은 헌법 53조에 규정된 대통령 거부권을 의미한다. 검수완박 입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토록 직접 건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통령 거부권은 국회가 의결해 보낸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이 해당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은 국회 본회의에 다시 상정된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해당 법률안은 법률로 확정돼 공포된다.

문 대통령이 재임 기간 거부권을 행사한 적은 없다.

지난해 8월 허위·조작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하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 시도 당시에도 국민의힘으로부터 거부권 행사 요구가 있었지만, 본회의 처리 유보 합의에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거부권도 행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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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4.12. [email protected]
당시 문 대통령은 야권의 '침묵 공세' 6일 만에 이뤄진 여야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의 유보 합의 직후 환영 입장을 밝히는 형식으로 쟁점을 둘러싼 문제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 기둥이고 국민의 알권리와 함께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 관련 법률이나 제도는 남용의 우려가 없도록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며 기존 민주당의 강행 처리 시도에 사실상 반대 인식을 나타냈었다.

이번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 처리 과정도 지난해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거부권 정국과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절차적 하자를 내세워 우려의 뜻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검찰 수사권 박탈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는 문제 인식이 내부적으로도 일부 존재한다"면서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든 그렇지 않든, 늦지 않은 시점에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8일 법무부·행안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궁극적으로 검찰의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방향성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추후 입법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의 의견 수렴 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추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궁극적으로 수사-기소권의 완전한 분리가 필요하다는 검찰개혁 방향성을 제시하면서도 검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1년 전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검찰개혁의 속도조절을 주문한 후 공개된 문 대통령의 인식인 셈이다.

다만 그 이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부패완판'을 내세우며 정치에 입문, 8개월만에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등 근본적인 환경이 바뀌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윤 당선인이 예산·인사권 독립을 통한 검찰권 강화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미완의 검찰개혁 과제를 임기 내 마무리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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