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중·러 반대로 무산된 유엔 대북 제재…어떤 내용 담겼나
美, 추가 대북 제재 추진…북중러 반대2006년부터 현재까지 10차례 대북 제재북한 경제 타격 줬지만 북중러 회피 중김정은 정권 아닌 주민 고통 유발 문제
유엔 안보리 5월 의장국인 미국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대사는 지난달 26일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새 안보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장쥔 중국 대사와 바실리 네벤쟈 러시아 대사가 반대했다. 이달 9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도 중국과 러시아는 새 결의안 채택에 동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새 결의안 초안에는 북한 반입이 허용된 연간 원유와 정제유 공급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내용, 북한이 주문생산방식으로 수출해 온 시계와 손목시계 관련 부품 등을 금수 대상에 추가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담배 등을 대북 수출 금지 품목으로 추가하는 한편 북한 국적자 1명과 기관 3곳, 선박 5척을 자산 동결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미국은 추가로 배포한 결의안에서 원유와 정제유 공급량 축소분을 최초 제안한 50%에서 25%로 줄이며 타협을 시도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기에 이처럼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첨예하게 맞서는 것일까. 유엔은 2006년 10월 북한 1차 핵실험 이후 현재까지 10차례에 걸쳐 북한에 대한 제재 내용을 담은 안보리 결의(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를 채택했다. 6차례는 북한 핵 실험에 대한 제재였고 4차례는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였다. 그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는 북한 1차 핵 실험으로 시작된 1718호(2006년 10월)와 이후 1874호(2009년 6월, 2차 핵 실험), 2087호(2013년 1월, 은하 3호 발사), 2094호(2013년 3월, 3차 핵 실험), 2270호(2016년 3월, 4차 핵 실험), 2321호(2016년 11월, 5차 핵 실험), 2356호(2017년 6월, 북극성 2형 발사), 2371호(2017년 8월, ICBM 미사일 발사), 2375호(2017년 9월, 6차 핵 실험), 2397호(2017년 12월, 화성 15형 발사) 등 10개다.
금융 분야에서는 북한 내 제3국 금융 기관 전면 폐쇄, 북한에 벌크 캐시 유입 금지, 무상 원조 감축 등이 제재 결의에 담겼다. 운송 분야에서는 북한 출입 화물 검색이 의무화됐고 대북 항공 연료와 로켓 연료 공급이 금지됐다. 또 북한 주민 민생 목적을 제외한 유엔 회원국의 북한산 석탄·철광석 수입이 금지됐다. 2016년부터 부과된 대북 제재 결의는 한층 수위가 높아졌다. 이 결의들에는 북한 집권층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포괄적 제재가 담겼다. 유엔은 2017년 8월 북한 ICBM 발사를 계기로 북한산 석탄·철·납 등 광물 자원과 수산물, 섬유 제품에 대한 수입을 전면 금지했으며 북한에 대한 석유류 수출을 단계적으로 제한했다. 또 북한 해외 노동자 신규 고용을 중단하고 북한 해외 노동자를 2019년 말까지 북한으로 송환하도록 했다. 북한에 대한 각종 보석류, 고급 승용차, 고가 도자기, 요트 등 사치품 수출도 금지됐다. 이 같은 대북 제재는 실제로 북한 경제에 타격을 줬다. 2013년 80억 달러까지 확대된 북한 대외 무역 규모는 유엔 대북 제재 강화에 따라 2016년 60.4억 달러, 2017년에 56.1억 달러로 하락했다. 대북 제재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은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26.7억 달러와 31.9억 달러로 급감했다. 유엔 대북 제재는 북한의 수출입 품목 비중까지 바꿨다. 대북 제재 후 광물성 생산품과 섬유 제품, 수산물 수출이 90% 이상 급감했다.
수입에서도 대북 정제유 공급을 연간 50만 배럴, 원유 공급을 연간 400만 배럴로 제한한 유엔 안보리 결의 제2397호 영향으로 기존 정제유와 원유 수입이 대폭 감소했다. 이를 근거로 일부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의 북한 비핵화 정책: 도전과 과제' 보고서에서 "2017년 하반기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강력한 제재는 북한을 대화로 강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 자산"이라며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자발적·비자발적 협력 가능성은 높아지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정세 주도력 또한 자연스럽게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년 이상 대북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북한은 밀무역(석탄, 정제유), 해외 노동자 파견, 관광 수입 등 방식으로 제재를 피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개인과 기관이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석탄 수출이 전면 금지된 이후에도 해상에서 선박을 통한 환적 방식을 통해 매년 수억원어치 석탄을 밀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한은 정제유를 밀수입하고 있으며 이는 유엔 제재 허용량(정제유 연간 50만 배럴)을 초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자 해외 파견도 지속되고 있다. 북한 주민 수만명이 중국을 포함해 러시아, 몽골 등 해외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 대북 제재는 북한뿐만 아니라 남북한 경제 협력에도 타격을 줬다. 결의 2371호와 2375호에서 북한과 합작 사업을 금지한 것은 남북 경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의 2375호는 북한산 섬유 제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결의 2087호는 북한 벌크 캐시 유입을 금지했고 북한 내 제3국 금융 기관을 전면 폐쇄하도록 했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유엔 대북제재와 남북경협의 양립성 검토: 대북제재 내용을 중심으로' 논문에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 회담이 결렬됐듯이 현재까지 미국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가 확인되지 않는 한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유엔 안보리 제재와 미국의 독자적 대북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남북 교류 협력을 비롯한 경제 협력 추진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북 제재가 북한 수뇌부가 아닌 주민들의 삶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북 제재가 오히려 북한 체제 내부 결속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 변호사는 "북한으로부터 수입 금지 물품 대부분은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경우이고 이는 북한 주민의 생계와 직접 관련됨에도 불구하고 예외를 인정하지 않은 점은 중대한 문제"라며 "유엔 대북 제재가 더욱 효과를 발휘하고 국제적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대북 제재가 북한 엘리트층만을 대상으로 해야 하며, 북한 주민 생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표적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대북제재의 게임이론적 접근과 북한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과 북한 정권을 뭉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만약 일반적인 북한 시민들이 북한 정권의 핵 개발 행위와 인권 유린 등 상황 때문에 북한에 제재가 가해졌고 이로 인해 자신들의 경제적 후생이 희생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북한 시민들이 북한 정권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구원은 그러면서 "하지만 북한 시민들이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가 북한에 일방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들의 경제적 후생이 희생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제재가 강해질 경우 북한 시민들이 정권을 중심으로 더욱 결집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북한의 정치 체제와 사회를 고려해보면 북한은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