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중하지 못한 우크라 방문…당 내홍만 부각
이 대표, 정부 난색에도 우크라이나 방문 밀어붙여 비판 자초尹정부, 한반도 문제 영향력 가진 對러시아 관계 적잖게 부담여권 내에서도 "자기 정치" "국익우선" 지적하며 李 처신 비판이 대표, 尹·黨 대선 때 '우크라 지지' 들어 "러시아 역성 의아"
정치권에서는 외교적 파장을 간과한 이 대표의 신중치 못한 처신이 자초한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론과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측근들이 당내 분란을 의도적으로 키워 결국 윤석열 정부의 국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악수를 둔 게 아니냐는 회의론도 없진 않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출국한 후 4일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에서 시민·사회단체(NGO) 관계자들과 만나 피란민 지원 등을 논의했다. 5일에는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러시아의 공습 이후 키이우 지역의 복원 협력 방향과 공동사업 등을 주로 논의했다. 이 대표가 연일 우크라이나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당 한편에서는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정진석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전날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자기정치" 등으로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가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여당 의원들을 이끌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하자, 선거 전부터 당 안팎에서 불거졌던 조기퇴진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 대표가 자신을 향한 당 내 보이지 않는 견제를 의식해 외교적 파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광폭 행보를 펼쳐, 선거 이후 모호해질 수 있는 당대표로서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정 의원은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 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다고 한다. 정부가 내심 탐탁지 않아하는 외교분야 일이라면 적어도 여당 정치인은 그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권 원내대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와의 연대는 필요하다"면서도 "앞으로 좀 더 긴밀한 당정 협의를 통해서 특히 외교나 안보, 국방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긴밀한 당정 협의가 필요하지 않나"라며 에둘러 비판했다. 이는 집권당의 당대표가 민감한 시기에 우크라이나 현지 방문 일정을 잡는 것 자체가 윤석열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가벼운 처신이라는 비판과도 맥락이 일치한다.
여권 원로인 이인제 전 의원도 SNS에 "국민의힘은 이제 여당이다. 그 여당대표 이준석이 러시아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한다는 것은 아주 민감한 문제"라며 "사실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유린하고, 군인도 아닌 민간인을 살상하는 전쟁범죄를 서슴치 않는 러시아의 행태를 개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그러나 여당대표라면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즉, 국가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윤석열 정부의 외교전략이 지향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만큼 문제삼을 게 없다는 반론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하고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와 만나 군사적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이 대표가 같은 선상에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윤 대통령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데도 이를 문제 삼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기간인 지난 2월28일 중앙당사 건물 한쪽 벽면을 노란색과 파란색 불빛으로 물들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평화 회복을 촉구하는 연대를 보여준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SNS에 해당 장면을 담은 사진을 올린 뒤 "전쟁이 멈추고 일상이 회복되길"이라는 글을 남겼고, ‘#PrayForUkraine’(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하자) 등의 해시태그도 달았다. 이 대표는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우크라이나 와있는 동안 한국에 계신 분들이 러시아 역성드는 발언들을 많이 하고 계셔서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이 분개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제가 와있는데 한국에 계신 분들이 대한민국 정부 입장과 다른 이야기를 해서 그분들이 외교적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저는 대한민국 외교부와 정부 입장을 숙지하고 그 범주내에서 활동 중인데 한국에서는 러시아 역성드는 이야기만 나오니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추가로 올린 SNS글에서 "대선 기간 중에 당사에 우크라이나 국기 조명 쏘고 러시아 규탄 결의안 내고 할 때 아무 말 없다가 지금 와서 뜬금없이 러시아 역성들면 그게 간보는 거고 기회주의"라고 힐난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 일각에서 불거지고 있는 이준석 대표 조기 퇴진론에 대해서도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대표인데 당대표의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하고 본다"고 일축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친윤계에서 이준석 대표의 당내 장악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 혁신위 추진 등을 빌미로 제동을 걸었지만, 당 주도권 싸움으로 비쳐지면서 대립구도가 형성되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동력을 떨어트리는 역효과를 의식해 한발 물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의힘이 탄핵 사태 이후 당 쇄신에 박차를 가했지만 여전히 노쇠한 보수정당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대표는 홍콩 민주화 운동 '우산혁명(Umbrella Revolution)' 당시에도 국내 정치인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고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공개 지지한 바 있다. 주요 국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이 대표의 정치 스타일이 홍콩 시위 때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이어진 것일 뿐, 이를 '자기 정치'로 비난하는 것은 30대 당대표를 선출하고도 당 중진들이 청년 당대표의 사고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