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경고등③]자전거·킥보드도 음주 불법..."몰랐어요" 안 통해
자전거·PM 음주운전 전년 대비 41~89%↑사고 땐 타인 및 자신 모두 중상 가능성"불법이라는 생각 못 해"…대부분 '몰랐다'형사처벌 없지만 '불법'…범칙금 3~10만원전문가 "경각심 높이고 처벌수위 강화해야"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차량이 아닌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PM) 관련한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증가하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술자리가 늘어나자 특별단속에 돌입한 상황인데, 여전히 이용자들의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약 5개월 간 서울 시내의 자전거 및 PM의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2%, 89.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심야시간대 택시 대란 등이 발생하자 '따릉이' 등 공유형 이동수단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음주 상태로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에 탑승하는 시민들도 늘어난 모양새다. 도로교통법 156조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전거 등을 운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혈중알코올농도 0.03%가 넘는 상태로 운전대를 잡을 경우 자전거에는 3만원, 전동킥에는 1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 역시 자동차처럼 음주운전을 금지한 것인데, 자칫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술을 마신 뒤 자전거나 PM을 타면 타인에게 중상을 입히는 등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며 "술을 한 방울이라도 먹었다면 걸어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최근 음주단속 감지기는 굉장히 발달해있어서 극소량의 알코올도 예민하게 잡아낸다. 누군가가 소주 한 잔, 맥주 한 캔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면 위법을 방조한 꼴"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전거 등을 '차량'으로 보는 현행법과 달리, 시민들은 여전히 이를 인식하지 못해 음주 후 자전거를 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얼마 전 회식이 끝나고 자전거를 이용해 5㎞ 거리를 이동했다. 이씨는 "소주 한 병 정도 먹긴 했지만, 주량에 미치지 않아 정신은 멀쩡했다"며 "회식이 끝나고 종종 따릉이를 이용했는데 불법인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지난달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임을 가진 표모(26)씨도 술을 마시고 따릉이를 타려고 했지만, 택시가 잡혀 타진 않았다. 표씨는 "택시가 잘 안 잡혀서 따릉이를 타려고 했는데, 불법일 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고 말했다. 위법이란 사실을 알고있으면서도 음주 후 자전거·전동 킥보드의 운전대를 잡는 경우도 적지 않아 우려된다. 일례로 지난 3일에는 현직 경찰관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거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사고를 낸 사건이 있었다. 당시 A경장은 혈줄 알코올농도 0.08% 이상으로, 면허취소 수준 상태로 조사됐다. 한강공원에서 맥주를 한 캔 마시고 따릉이를 탔다는 직장인 신모(25)씨는 "한강에서 맥주 안 마시는 사람 없고, 자전거 타는 사람 중에 맥주 안 마신 사람 없다"며 "많이 마신 것도 아니니 괜찮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등의 음주운전도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승용차 단순음주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데, 자전거·전동 킥보드는 범칙금에 그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사건을 주로 전담해온 정경일 변호사는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 처벌 수위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만큼 자전거 및 PM도 그에 비례해서 처벌 수위가 높아져야 한다"면서 "특히 전동킥보드는 소형 오토바이로 볼 여지가 상당히 많은데,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